WMC 1차 모임
일시 : 2020년 7월 17일 오후 7시 – 10시
참석자: 맑은물님, 강물님, 바다님 (총 3명)
진행자: 걷고
코스: 수수 책방 – 한강변 – 월드컵 공원 – 문화 비축기지 – 월드컵 경기장 역
거리: 6. 2km
그간 준비해왔던 WMC 1차 모임을 수수 책방 주선으로 진행했다. 세 분의 참석자가 동참했다. 출발 시간인 7시 이전에 모두 도착해서, 책방에서 잠시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맑은물님은 평상시에 선무도와 불교 공부를 하시는 것 외에 별로 외출을 하시지 않는다고 했다. 강물님은 고등학교에서 상담 선생님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표정이 지친 모습이다. 평상시에는 활력이 넘치시는 분인데 지친 모습을 보니 괜히 마음이 쓰인다. 바다님은 미국에서 오랜 이민 생활을 하다, 부모님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귀국을 했다고 한다. 올해 부모님께서 모두 돌아가셔서 애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씀하시며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간단하게 WMC 프로그램의 취지와 방법에 대한 안내를 한 후 밖으로 나와 스트레칭을 했다. 스트레칭의 목적은 자세를 잘 취하는 것보다, 몸의 감각을 느껴 보는 것이다. 생각과 감각은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 생각이 있는 순간 감각은 사라진다. 감각을 느끼는 순간 생각은 사라진다. 고통의 원인은 생각이 과거나 미래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고통이 시작된다. 생각을 감각으로 바꾸면 지금-여기에 존재할 수 있게 된다. 그 순간, 찰나만큼 고통이 사라지게 된다.
스트레칭 후 한강변으로 나와 걷기 시작했다. 커다랗고 둥근 해가 넘어가고 있다. 성산대교 사이로 보이는 지는 태양이 더욱 강렬하게 느껴진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는다. 조금 후에 구름 속으로 사라지면서 연붉은 구름과 잠시 머물다 어둠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어둠과 밝음은 하나이다. 어둠이 머물면 밝음은 사라지고, 밝음이 찾아오면 어둠이 사라진다. 굳이 없애려 할 필요가 없다. 고통과 고통의 사라짐 역시 같은 원리다. 생각이 고통의 원인인데, 그 고통을 없애려 하면 더욱더 강렬하게 올라온다. 생각을 감각으로 변환시키면 생각은 저절로 사라진다. 마치 어두운 방에 불을 켜면 어둠이 사라지듯이.
WMC는 생각을 감각으로 변환시키고 집중력을 개발해서 일상 속 행복하게 살아가는 연습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강변을 지난 월드컵 공원에서 일부 구간을 침묵 속에 걸으며 발의 감각에 의식을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발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느끼는 걷기 명상이다. 사람들은 무언 가을 느끼려고 애쓴다. 느끼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고, 느껴지는 것을 그냥 가만히 느껴보는 것이다. 어떤 분은 10%, 어떤 분은 50% 정도 걷는 시간 동안 발의 감각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스스로 감각을 느꼈던 시간의 비율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문화 비축기지에 들어서면서 다시 발의 감각에 집중하는 걷기 명상을 시작했다. 은은한 가로등 불빛이 밝히고 있는 한적하고 조용한 이곳은 야간에 걷기 아주 좋은 곳이다. 일부 흙 길과 데크 길로 조성된 길을 침묵 속에서 발의 감각에 집중하며 걷는 시간은 내면에 충실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걷기를 마친 후에 띵샤로 소리 명상을 함께 했다. 띵샤의 처음 소리부터 마지막 여운까지 소리에 집중하는 청각 명상이다. 그 순간만이라도 모든 생각에서 벗어나 감각에 집중하면 좋을 것 같아 준비한 프로그램이다.
소리 명상을 마친 후 편의점 앞 벤치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느낌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화 비축기지를 걸으며 발의 감각보다는 소리, 흙냄새, 고요한 숲길을 보며 편안해졌다는 말씀을 하셨다. 청각, 후각, 시각, 촉각을 느꼈다면 첫 프로그램치고는 나름 성공적이었다고 얘기할 수 있다. 강물님은 신발의 불편함을 느꼈다고 한다. 바다님은 편안했다고 한다. 맑은물님은 연기법과 무상을 생각하며 걸었다고 한다. 각자 오늘 프로그램을 통해서 받은 느낌과 생각이 다르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주어진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그래서 한 세상이지만, 인구수만큼의 세상이 존재한다고 한다.
문제점도 나왔다. 편의점에서 음료 구입 시 강물님이 모두 지불하셨다. 일일이 돈은 나누기도 애매한 상황이었지만, 한 사람이 모두 부담하는 것도 옳은 방법은 아니다. 5,000원씩 사전에 거두자는 얘기도 나왔다. 좋은 의견이다. 자신이 준비해 온 물을 마시는 분, 과자를 꺼내서 나눠 주신 분, 음료수를 마시는 분, 맥주를 마시는 분, 모두 다르다. 맥주를 선택한 나의 결정은 바람직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알코올성 음료를 마시는 것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마친 후에 느낌을 공유하는 시간을 어떻게, 어디에서 보내는 것이 좋은지 좀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굳이 장소를 이동하지 않고, 마치는 장소에서 편안하게 서서 또는 앉아서 간단하게 느낌만 공유하는 것도 방법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 겨울에는 어렵겠지만. 8월 셋째 주 금요일에 두 번째 모임을 한다. 그때까지 방법을 고민해 보려고 한다.
첫 모임이지만 모두 진지하게 임해 주셨고, 얘기를 나누며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대화를 통해서 타인이 자신의 거울이 될 수 있다. 스트레칭과 침묵 속 걷기 명상을 통해서 잠시라도 생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느낌 나누기를 통해서 이해하고 공감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걷기, 명상, 상담을 접목한 프로그램의 원리가 여기에 있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 연말까지 진행하면 어느 정도 체계가 정립될 수 있을 것이다. 참석하진 분들과 모임을 주선해 주신 수수 책방 주인장에게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