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092]

애지중지 (愛之重之)

by 걷고

코스: 20200722 수요 걷기 리딩 외 (월드컵공원 – 선유공원 – 당산역 13km)

누적거리:1,385km

평균 속도: 4.km/h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비가 그치고 습기가 많은 날이었지만, 17명이 참석해서 함께 걸었다. 습기를 느끼지 않게끔 가끔 시원한 바람이 분다. 참석자들은 즐거운 수다를 떨며 걷는다. 서로 할 말이 많은 것 같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든, 오랫동안 보아온 사람이든, 같은 동호회 회원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남남이 아닌 친한 친구가 된다. 사람은 각자의 상황과 또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의해 서로 친구가 되기도 하고 적이 되기도 한다. 영원한 적과 동지는 없다. 실은 적과 동지라는 실체 자체가 없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하나의 생각에 불과하다. 가끔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서로 의견이 달라 감정이 격해지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애지중지하는 마음이 부족해서 생긴 것이다.


애지중지는 사랑해서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 대상을 중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중하게 여기는 대상은 밖에 드러내지 않는다. 마치 금괴를 집안 깊은 곳에 감추듯. 어느 철학자는 친구들에게 애인을 소개하는 사람은 그 애인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 애인의 조건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부부간에도 사랑한다면 중하게 여겨 배우자의 힘든 일을 짊어져야 한다. 한쪽이 힘든 것을 맡으면 상대방이 그만큼 가벼운 짐을 부담하게 된다. 백지장도 맞들면 가볍다는 말이 있다. 조금이라도 더 무거운 짐을 드는 것이 애지중지하는 마음이다. 배우자의 짐을 짊어지면, 배우자는 고마움을 느끼게 되어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게 된다. 사랑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주며 사랑이라고 한다면, 이는 강요다. 배우자에게 귀 기울이고, 원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짐을 대신 짊어지는 것이 배우자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며, 애지중지다.


딸이 힘들 수 있어서 나와 아내는 주 2회 정도 손녀를 돌보러 딸네 집에 간다. 딸의 짐을 우리가 일정 시간 덜어주는 것이다. 대신 그 짐을 우리가 짊어진다. 그럼에도 기쁘다. 애지중지하는 마음은 기쁜 마음이다. 딸은 고마움을 알기에 우리와 자주 통화하며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애를 쓴다. 그 모습이 오히려 안쓰럽기도 하다. 가끔 아내와 이런 얘기를 한다. “부모님이 힘든 상황이라면, 우리가 딸네 집에 가서 돕듯이 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만큼 하기 쉽지 않을걸.” 맞는 말이다.


부모는 자식을 애지중지한다. 자식은 자기 자식을 애지중지한다. 자식이 부모를 애지중지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다. 자식을 애지중지하기에 자식이 부모를 애지중지 하기를 바라지조차 않는다. 그것이 애지중지다. 아끼고 사랑해서 짐을 대신 들어주며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애지중지며, 이것이 삶의 지혜다. 이렇게 일상생활 속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애지중지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온 세상이 천국이 된다. 결국 애지중지는 천국에 들어가는 티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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