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110]

면접관으로 느낀 점

by 걷고

코스: 20200906 – 20200910 45km

누적거리: 1,822

평균속도: 4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오늘 아침에 병원에 들려 약을 처방받았고,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합정역에서 내려서 집까지 걸어왔다. 오랜만의 쾌청한 날씨를 즐기며 걷고 싶었다. 아직도 한강변에는 호우와 태풍의 잔해들이 널려있고, 중간중간 웅덩이가 생겼다. 오전 시간임에도 뛰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걷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그런 활기찬 모습이 보기 좋다. 집에 아내, 딸, 손녀가 있다. 딸아이가 재택근무를 하기 위해 우리 집에 일주일간 머물고 있다. 그런 시간이 우리 부부에게는 귀한 순간들이다. 이번 일주일 중 대부분 면접관으로 지방에 가야 해서 손녀와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해 아쉬웠다. 돌아오는 길에 가족의 주문을 받고 기쁜 마음으로 피자를 사 오니 뭔가 뿌듯한 느낌이 들고 기분이 좋아진다. 코로나로 외부와 접촉이 단절된 상태에서 가족들끼리 보내는 시간과 순간들이 점점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지난 6일간 공무원 공채 채용 면접관으로 지방에 다녀왔다. 면접관으로 면접을 진행하고 평가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한 개인의 일생이 결정될 수도 있는 중요한 면접에서 평가를 한다는 것이 주는 부담감이 만만치 않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노력한 것 밖에 없는 응시자들을 10여 분 정도의 짧은 면접을 통해서 옥석을 가려내는 일은 괴로운 일이다. 면접까지 오기 위해서 그들은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의 시험공부 기간을 견뎌내고 어렵게 필기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이다. 세 명에서 다섯 명 정도로 구성된 면접관들이 면접을 진행한다. 물론 면접이 당락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면접 결과와 필기 점수를 종합해서 당락이 결정된다. 또한 면접에서 ‘우수’나 ‘미흡’으로 결정이 나도, 재면접을 실시하여 다시 한번 검증 과정을 거치게 된다. 아주 신중하고 체계적인 과정을 통해서 채용을 결정한다. 면접이 끝나고 나서 마음이 가볍지 않고 오히려 무겁다. 그 이유는 면접하면서 느꼈던 지원자들의 절박함과 긴장감이 마음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대학 휴학이나 자퇴한 지원자, 대학 졸업 지원자, 사기업에서 근무한 후 퇴직한 지원자. 결혼 후 육아를 위해 경력이 단절된 지원자, 퇴직한 지원자 등 지원자의 모습이 다양하다. 그들은 비록 모두 다른 경험과 지원 동기가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공무원이 되고자 지원한 사람들이다. 이유야 어떻든 그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에 전념해서 필기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노력 자체만으로도, 또 필기시험에 합격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들은 모두 이미 자격을 충분히 갖춘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면접을 진행하며 그들이 안타깝게 느껴진 이유는 대부분 개인 취미 생활이나 여가 생활, 건강을 위한 활동을 포기한 사람들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포기’라는 단어는 잘못 선택한 것이다. 그런 일 자체에 쓸 시간이 아깝고, 그런 생각 자체가 사치라고 생각해온 사람들처럼 느껴졌다. 지원자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여가 생활이나 건강을 위한 활동에 대한 질문을 했다. 대답이 천편일률적이었다. 산책, 명상, 음악, 영화 감상 등이었다. 아마 면접 전문 학원에서 가르쳐 준 대답일 가능성이 높다. 얼마나 자주, 어느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는지를 물어보면 실제로 그런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그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유일한 휴식 방법, 취미 생활, 운동 등을 할 시간조차 없고, 그런 생활을 할 생각조차도 하지 못하고 살아온 것 같다. 살기에 바빠서, 공부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서, 공무원이 되어야만 한다는 생각 외에는 다른 생각조차 하지도 못하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런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과연 그들에게 ‘개인적인 삶’이 있을까?


공무원이 되는 이유는 아마 대부분 안정적인 직장과 수입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경제적인 수입은 매우 중요하다. 노동의 대가로 경제적 수입을 얻고, 그 수입을 통해 행복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다. 경제적 수입 자체만으로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행복을 위해서 어느 정도의 수입은 필수적인 요소다. 그런 면에서 안정적인 직업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면접 지원자들을 보면서 그들이 합격한 후에 이런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부디 이들이 공무원으로 역할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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