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면접관 역할을 하느라 몸이 제법 피곤했나 보다. 아침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 신문 읽고 TV 시청하며 편안한 휴식을 취했다. 점심 식사 후 40분 정도 낮잠을 즐겼다. 이대로 가다가는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안 하고 소파맨이 되어 TV 채널만 돌리고 있을 것 같아. 걷기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오랜만에 홀로 조용히 걸으니 몸과 마음이 쉬는 것 같다. 지인이 걸으며 듣기에 좋은 음악이라며 보내 준 음악을 들었다. 발걸음이 경쾌해졌다. 천천히 여유롭게 매봉산 자락길, 하늘 공원, 메타세쿼이아 길, 문화 비축기지를 걸었다. 홀로 걷는 시간이 점점 더 편해지기 시작한다. 걸으며 아름다운 풍경이 나타나면 사진을 찍기도 한다. 가능하면 사람들과 마주칠 일이 없는 코스를 선택해서 걷는다. 마스크로부터 해방되는 것 자체가 주는 자유로움이 있다.
집에 돌아와서 씻고 나서 TV를 켰는데 롤 모델인 김형석 교수님이 웃는 얼굴로 강의를 하고 있었다. 그분의 강의를 들은 것은 처음이다. 100세인 지금도 한 자세로 앉아 30분 이상 강의를 하고 계신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 연세에 아직도 활동을 하고 계신 점이 부럽기도 하고 좋다. 그분을 롤 모델로 생각하는 이유는 오래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이 들어서도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할 일을 찾고, 그 일을 하고, 그 일 자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죽을 때까지 할 일이 있다면 그 삶을 잘 살은 삶이고, 행복한 삶이다.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부도 삶에서 필요한 부분이지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 강의 내용 중 기억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서 정리해 본다.
늙음은 ‘사회와의 단절’이라고 하셨다. 그 단절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늙음이라는 것이다. 사회와의 지속적인 연결은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자신만을 위한 사회 활동이 아닌 타인의 행복을 위한 사회 활동이 사회와의 연결을 유지시켜준다. 대부분 퇴직 후 삶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자신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만의 성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기 때문이다. 이기심에서 벗어나 주변 사람과 사회를 위해 굳게 닫힌 성 문을 열어야만 단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신의 변화를 위한 노력이 바탕이 되어야 이룰 수 있는 일이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 지닌 재능과 역할이 다르더라도 일하는 목적이 하나라는 말씀도 기억에 남는다. 그 목적이 바로 그 일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사회와의 단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만을 위한 일이 아닌 주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일을 해야 한다.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게 되면 퇴직하는 순간 더 이상 사회에서 그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단절로 이어진다. “나를 위해 한 일은 나와 더불어 사라진다."라는 말씀이 귓가에 생생하게 머물고 있다.
자신의 그릇 크기는 생각의 크기와 비례한다는 말씀은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점이다. 생각의 크기를 키워나갈수록 자신의 그릇이 커지게 된다. 생각은 의지를 만들고 행동으로 연결된다. 생각은 바로 그 사람이다. 생각의 크기를 키워나가는 것 역시 사회와의 단절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다. 자신만을 위한 생각에서 사회로, 국가로 나아가 세계로 확대되면 그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해지고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점은 강의를 들으며 나 자신이 가장 많이 반성한 부분이다. 그간 자신의 삶을 살아오는 데에만 급급하여 자신 이외의 일은 관심 밖의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요즘 글을 쓰면서 자신에서 사회로 그 내용이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자그마한 변화가 나의 그릇을 조금씩 키워 줄 것이다.
얼마나 잘 살았는가는 누군가로부터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하셨다. 그 말씀 역시 타인의 행복을 위한 일을 했기에 누군가가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일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와 누군가가 내게 고맙다고 얘기한 것을 들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지금까지 자신 외의 일에 신경 쓰지 못하고 살아왔던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런 얘기를 듣기 위해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와의 연결을 유지하며 자신과 타인의 행복을 위한 삶을 살게 되면 들을 수 있는 얘기다.
교수님께서는 지금도 일기를 쓴다고 하셨다. 일기를 쓰기 전 일 년 전, 이년 전 일기를 읽어 보시며 과거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아직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신다고 하셨다. 멋진 말씀이다. 100세의 연세에 아직도 성장하고 있다니!! 성장은 노력을 먹고 산다. 몇 개월 전부터 ‘걷고의 걷기 일기’를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 쓰고 있다. 이 작업은 평생 할 계획이다. 교수님 말씀처럼 과거의 일기를 읽어보며 변화가 된 점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즐거운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강의를 들으며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점검해 봤다. 걷기, 명상, 상담을 활용하여 심신이 힘든 분들에게 도움을 주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나의 꿈이다.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매일 상담 전공 공부, 명상, 10km 걷기를 하고 있다. 나름 노력을 조금씩 하고 있다. 그리고 침묵 명상 걷기 모임을 7월부터 월 1회 진행하고 있다. 이 일이 시작으로 다양한 심신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모두 사회와 연결되어 있고. 남을 도울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이고, 일을 하며 행복해할 수 있는 일들이다. 다행스럽게 할 일을 찾았고, 그 길로 조금씩 걸어가고 있다. 교수님 강의를 들으며 방향을 잘 잡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가기만 하면 된다. 교수님의 건강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