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걷기
코스: 20200911 8km
누적거리: 1,830
평균속도: 4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상담 두 사례를 마치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활동이 적으니 소화가 안 되는 것 같고 몸에 활력이 없는 느낌이 들었다. 저녁 식사는 건너뛰기로 하고 걸으러 나갔다. 비가 조금씩 내려서 우산을 쓰고 걸었다. 우산 속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걸으면 사람들 속에 홀로 걷는 느낌이 들며 나만의 작은 공간에서 느껴지는 안온함을 느낄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로 모임이 모두 취소되고 걷기 동호회 활동도 인원 제한을 하며 마스크를 쓰고 걷고 있다. 참가 신청을 늦게 한 사람들은 대기자 명단에 올려서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취소를 기다리고 있다. 회원들의 답답함과 걷기에 대한 갈증이 느껴진다. 매주 수요일 저녁에 길 안내를 하는 입장에서 대기자들에 대한 괜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운영진과 합의하여 낮 걷기를 추가로 하기로 결정한 후 공지를 올렸다.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낮 걷기를, 저녁 7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저녁 걷기를 진행한다. 수요일 오후부터 저녁까지는 온전히 걷는 시간이다. 하루 정도 걷는 날로 정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수요 걷기는 침묵 속에서 걷는다.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유지하고, 침묵을 지키며 걷는 행위는 신체적인 건강과 코로나 예방 외에도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의 인터뷰 내용이 신문에 실렸다. “바이러스는 생물이 아니라 자기가 의지를 갖고 다음 몸으로 향할 수 없다. 거리 두기만 확실히 하면 못 옮기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거리 두기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꼭 필요한 인력을 제외하고 모든 국민이 2주간 자가격리를 하게 되면 코로나를 종식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야생 동물과의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졌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하며 코로나를 생태학적인 사건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번 사스, 메르스 바이러스도 박쥐에게서 왔는데 박쥐는 기본적으로 열대 포유동물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아열대화한 온대 지방으로 분포를 넓혔다. 박쥐와 우리가 물리적으로 가까워진 것이다. 박쥐는 온대로 밀려오는데 우리는 나무를 자르고 길을 내면서 그들이 살아야 할 공간을 먹어 들어가고 있다. 서식지를 잃는 동물이 뒤섞이고 우리가 옛날보다는 자주 야생동물과 접촉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가 팽창을 멈추지 않으면 야생동물이 살 공간은 점차 줄어들 거고 그러면 그들이 움직이는 동선과 우리 생활공간이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러면 찾아오는 주기가 점점 짧아질 것이다.” (최재천 교수)
마스크 쓰기, 손 씻기, 거리 두기 등은 행동 백신으로 상황이 벌어진 다음에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백신이 생태 백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78억 세계 인구가 다 같이 자연을 존중하고 야생동물을 함부로 다루지 않으면 굉장히 근본적인 해결책이니 백신이라고 하는 것이 옳겠다."라고 한다. 그는 생태학자로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얘기하며 동시에 그렇지 않을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위기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대안으로 그는 조금 불편한 삶을 제안하고 있다. “우리가 조금 불편한 삶을 살기로 각오하면 풀어낼 수 있는 문제다. 되도록 걷고 대중교통 이용하고 가방에는 작은 쇼핑백을 넣어 다니며 비닐봉지를 안 쓰는 것이다. 나는 10년째 집에서 대학까지 왕복 7km를 걸어 다니고 있다. 주변에도 그런 분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변할 것이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걷는다는 것이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걷는 행위 자체가 환경 보호를 위한 행위다. 또한 길을 걸으며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최근에는 지자체마다 점점 더 자연환경을 고려하여 걷는 코스를 조성하고 있다. 예전에는 콘크리트로 삭막하게 만든 생태다리도 요즘에는 우리가 걸을 수 있는 길과 동물이 다닐 수 있는 길을 구분하여 만들고 있다. 걸으면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 걷기를 시작한 후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는 습관이 들었다. 하루라도 걷기 않으면 몸이 먼저 걸으라고 명령을 내리기도 한다. 좋은 습관을 하나 만든 것이다. 최교수에 따르면 이런 작은 습관이 자연을 보호하고, 우리를 보호할 수 있다고 하니 이 또한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