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120]

우울한 기분, 우울한 몸

by 걷고

독일은 루르 대학에서 우울증을 겪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우울증을 겪는 사람은 걸음걸이 속도가 느렸고 팔도 더 적게 흔들었다. 걷는 동안 상체가 상하가 아니라 좌우로 더 많이 흔들렸다. 또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구부정한 자세로 몸을 앞으로 숙이고 걷는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8주 나를 비우는 시간 본문 중)

우리는 감정을 느낌 정도로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감정은 여러 요소의 복합체이다. 감정은 생각, 느낌, 신체 감각, 행동에 대한 욕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몸이 불편하면 우울한 생각이 들고 밖에 나가기 싫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를 만나 기분이 좋게 되면 몸도 더 활기를 띠고 밝은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몸과 마음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한 가지가 상승하면 다른 요소들도 따라서 상승하게 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된다. 걷는 자세라는 신체 감각이 생각과 느낌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기분이 우울하면 허리를 굽히고 땅바닥을 쳐다보고 걷게 된다. 반대로 좋은 일이 있으면 하늘을 쳐다보고 웃기도 하고 걸음걸이도 활기차다. 그렇다면 우울한 기분을 활기찬 걸음걸이로 날려버릴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혹시 지금 기분이 좋지 않다면 밖으로 나가서 활기차게 걸어보자. 기분이 조금은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고,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희망을 전해주고 있다. 몸이 불편하면 마음을 밝게 갖기 위해 억지로 웃어보는 것도 좋다. 얼굴이 미소를 지으면 뇌는 우리가 행복하다고 인식하며 몸에 활기를 전달해 줄 수 있다. 아무리 행복해도 입 꼬리가 내려가면 뇌는 우리 기분이 좋지 않다고 인식하며 우리 신체기관에 우울함을 전달한다. 따라서 행동도 저절로 활기를 잃게 된다. 상황과 주변 사람들이 우리를 힘들게 만들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과 상황이 바뀌지 않아도 우리는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바로 몸의 움직임을 통해서, 또 몸의 감각을 통해서 벗어날 수 있다. 같은 환경과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고, 스트레스를 긍정적 에너지로 변환시킬 수 있다.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몇 년 전 화병에 관한 세미나에 참석해서 강의를 들었던 적이 있다. 한방 신경 정신과장, 명상 전문가, 요가 전문가가 패널로 나와서 화병에 대한 여러 가지 강의를 했다. 그분들에게 ‘당신들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어떻게 합니까?’라는 공통 질문을 했다. 마치 세 분이 약속이라도 한 듯 답변이 같았다. ‘발의 감각에 의식을 집중해서 걷는다.’였다.

스트레스는 스트레스 자체가 스트레스원(源, stressor)이 되어 우리를 더 힘들게 만든다. 스트레스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스트레스 강도가 달라지고 대처하는 반응에 차이가 발생한다. 스트레스를 준 사람이나 상황에 대해 곱씹으면 상황을 악화시키게 된다. 그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더욱 깊은 늪에 빠지게 된다. 생각을 감각으로 변환시키면 그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된다. 얽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고 감각으로 변환시키며 벗어나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발의 감각에 집중하며 걷는다는 것은 생각을 감각으로 변환시킨다는 얘기다. 또한 발의 감각에 의식을 집중하면 상기(上氣)된 기운이 아래로 내려오면서 심신이 안정되게 된다. 발을 통해 많은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발과 땅의 접촉 감각, 발과 양말의 접촉 감각, 발과 신발의 접촉 감각, 발가락의 느낌, 발의 온기나 한기, 발이 바람을 가르는 느낌, 발의 통증과 시원함 등. 발의 감각을 느끼고 걷다가 생각이 떠오르면 다시 부드럽게 발의 감각으로 돌아오면 된다. 쉽지만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고, 연습 자체가 힐링이 된다.

독일 대학의 연구 결과를 통해서 걷기 자세와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스스로 자신의 걸음걸이를 한번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걷기 자세에 대해 여러 얘기가 있다. 그분들의 얘기를 종합해서 나름 자세를 유지하며 걷고 있다. 발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은 후에 발을 내려놓는다. 허리를 바로 세우고, 어깨는 활짝 펴고, 시선은 자신의 눈높이보다 조금 높은 곳을 바라본다. 이런 자세로 걸으면 저절로 허리가 펴지게 된다. 손은 앞뒤로 자연스럽게 흔들고, 상체가 좌우로 흔들리지 않게 유의한다. 자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꾸준히 걷는 것이다. 걷다 보면 저절로 자세가 안정되게 되어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자가 격리 등으로 힘들어 하고 있다. 혼자서라도 걸으며 신체 운동인 걷기를 통해 심신 건강을 챙기길 바란다. 걷기는 단순한 신체 운동이 아니다. 걸으면 뇌의 해마 기능이 활성화되어 인지 능력을 키울 수 있어서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고 심장 질환에도 도움이 된다. 이 외에도 걷기가 심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다이어트는 걷기 활동의 부산물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들이 걷기를 통해 심신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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