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손녀 픽업해서 딸아이 집에 데려다주고 바로 돌아왔다. 아내는 전날 저녁부터 여러 밑반찬을 만들며 바쁘게 움직였다. 오전 10시경 나가서 11시 30분경 손녀를 어린이 집에서 픽업한 후에 12시경에 데려다주고, 12시 10분경 나왔다. 승용차 안에서도 우리 부부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딸애 집에 가서도 마스크 쓴 채 잠시 얼굴만 보고 돌아왔다. 집에 오니 오후 2시가 조금 지났고, 점심 먹고 나니 오후 3시. 하루가 다 지나갔다. 하지만 잠시라도 손녀 얼굴을 보니 괜히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 아내와 나는 손녀 얘기를 하며 둘이 웃기도 했다. 아내는 딸아이 몸이 무거워지고 있는데, 반찬을 만들어 주니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반찬 만들고, 손녀 픽업하며 잠깐 얼굴 보고 돌아와도 기분이 좋고, 그 여운이 오래 남는다.
점심 식사 후 뒷산에 올랐다. 몸이 많이 무겁다. 운전하고 다녀온 것이 조금 피곤했던 것 같다. 1시간 30분 정도 걸은 후에 돌아와서 씻고 나니 오후 5시경. 피곤한 몸을 달래려 따뜻한 코코아도 타 먹기도 했고, 과자를 집어먹기도 했다. 평상시보다 일정이 한 가지라도 추가되면 몸이 신호를 보내온다. 덕분에 10시경 잠을 잤고, 오늘 아침에는 5시 반경 일어나서 움직였는데도 몸이 개운하다.
요즘은 오전에 출간 제안서를 출판사에 이메일로 보내고 있다. 하루에 서너 곳에 보내고 있다. 모든 원고 탈고를 마쳤고, 후배가 만들어 준 출간 기획서 샘플 양식에 맞춰 정리해서 만들었다. 연말까지 매일 보내면 한 50여 곳 출판사에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알고 지내는 서점 주인이 출판사 소개를 해 주겠다고 한다. 고마운 일이다. 소개와 출간 계약은 별도로 생각하는 것이 서로 편하다. 이제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그다지 편하지 않다. 차라리 모르는 사람과 직접 접촉해서 서로 의사를 타진하는 것이 편안하다. 출판사를 소개받는다 해도, 담당자 연락처 정도 받고 직접 진행할 생각이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부담스럽고, 동시에 누가 내게 부탁을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서로 부담스럽지 않은 경계선을 만들어 놓고 일을 진행하는 것이 편안할 것 같다.
오전에 할 일을 마치고 점심 식사 후 뒷산이 봉산에 올랐다. 어제 갔던 산인데 오늘은 몸이 한결 가볍다. 얼마 전부터 봉산 둘레길을 개보수 작업을 하느라 일부 코스가 막혀있기도 하다. 하지만 길이 새롭게 정리되는 모습을 보니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자주 갔던 길인데, 어제 보니 새로운 길을 만들고 안내 표식도 만들어 놓았다. 그다지 긴 코스는 아니지만 재미있게 구성해 놓았다. 늘 가던 코스가 아닌 다른 길로 들어가서 새로 만들어진 코스 중 일부를 걸었다. 작은 산으로 알고 있었는데, 코스가 제법 운동도 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서 트레킹에는 아주 적합한 코스다. 적당히 오르막도 있고, 오솔길이 걷기에 아주 안성맞춤이다. 길 표시판도 메인 코스인 서울 둘레길을 표시해서 중간에 길을 잃더라도 서울 둘레길 표식을 기준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새로운 길을 가면 늘 설렌다. 같은 산임에도 다른 길로 접어들면서 기분도 달라지고 새로운 산에 온 느낌을 받으며 이 길 다음에는 어디로 이어지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예상대로 연결이 되면 괜히 뭔가 큰 것을 발견한 양 혼자 우쭐거리기도 한다. 새로 만들어진 둘레길은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아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닐 수 있어서 좋다. 오솔길을 따라 가는데 개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나타난다. 뒤 이어 한 마리가 더 나타난다. 순간 긴장했다. 스틱을 들고 걷기에 손에 힘을 주며 전진했다. 곧이어 주인인듯한 여자가 고개를 숙이며 ‘죄송합니다’라고 얘기했다. 손에는 목줄이 있었다. 홀로 산길을 갈 때 늘 신경 쓰이는 것이 들개의 출현이다. 북한산에서 한번 만난 적은 있지만 일행들이 있어서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오늘도 혹시나 하는 경계심을 갖고 걷고 있었는데, 막상 개가 나타나니 순간 긴장했다. 그 주인의 예의 바른 태도는 좋지만, 그 보다 목줄을 잘 묶고 다니며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요즘 일상은 반복적이면서 단순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단순한 반복이 편안하고 한가롭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고, 무료할 시간이 없다. 오전 시간은 특히 바쁘게 지나간다. 기상, 명상, 제안서 제출, 신문 보면 오전은 지나간다. 점심 식사 후 두 시간 정도 걷고 와서 씻고 나서 글 쓰면 오후 5시경. 휴식 후 저녁 먹고 나면 하루 마무리할 시간이다. 취침 시간이 10시경으로 많이 빨라졌다. 덕분에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있다. 걷기, 명상, 글쓰기, 출간 작업 등만 해도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이런 망중한 (忙中閑)이 고맙다. 코로나가 내게 준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