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149]

Keep calm and carry on

by 걷고

날짜와 거리: 20201229 5km

코스: 신정네거리역 – 서남센터

누적거리: 2,860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영국이 2차 세계대전을 대비하여 대국민 홍보 문구로 만든 것이 “Keep calm and carry on”이라고 한다. 설사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차분하게 자신이 맡은 일을 하라는 의미다. 사람들에게는 각자 주어진 일이 있다. 정치인은 정치를 하고, 군인은 군인의 역할을 하고, 국민은 각자 맡은 자신의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그 일을 하는 자신에 대한 점검만 지속적으로 하며 스스로 발전하고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들은 자신의 역할보다는 세상의 흐름에 더 민감하고, 다른 사람들의 역할을 주시하고, 타인의 삶을 자신과 비교하고, 서로 편 가르기를 하며 스스로 화를 키우며 살아간다. 각자 자신의 일만 하면 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은가 보다.

어제 지난 1년간 상담을 진행했던 서울 심리지원 서남센터에서 상담사 간담회가 있었다. 간담회를 마지막으로 금년 상담 활동이 마무리되었다. 금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상담 센터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시적으로 상담이 중지되기도 했다. 전화 상담이나 화상 상담으로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가 최근에 다시 가림막을 세워놓고 마스크를 쓴 채 대면 상담을 했다. 덕분에 다양한 상담 방식을 체득할 기회가 생기기도 했다. 대면상담에 비하면 전화나 화상 상담의 효과는 떨어지지만 힘들어하는 내담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실업자가 증가하고, 학교도 안 가고, 할 일도 없어지며 시민들의 고통은 심해졌고, 그래서 그런지 상담 센터를 찾아오는 내담자의 이슈가 점점 더 복잡하고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어제 간담회를 마치고 귀가하면서 버스 밖 풍경을 지켜봤다. 가게를 정리하는 상인, 귀가를 서두르는 직장인과 학생들, 내부가 텅 빈 불 켜진 식당과 상점들, 버스 기사는 운전을 하고 있고, 청소부는 청소를 하고 있다. 각자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나 역시 코로나 상황에서도 상담을 진행했고, 온라인 강의도 했으며, 공무원 면접관 역할도 했다. 아내는 살림을 하고 있고, 딸과 사위는 각자의 역할을 하며 지내고 있다. 세상모르는 손녀는 마냥 즐겁게 웃고 놀고 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든 상관없이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다.

어느 철학자가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나는 사과나무를 심을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농부는 농사일을 하고, 상인은 작물을 판매하고, 우리는 작물을 먹으며 각자 역할을 한다. 그렇다. 세상이 아무리 뒤숭숭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뒤숭숭한 상태에서 아무리 허둥지둥하거나 난리법석을 떨어도 상황이 빨리 끝나거나 개선되지 않는다. 그 시간과 에너지를 자신의 일을 하는데 쏟으면서 불필요한 소모전을 줄이고 혼란 속에서 안정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영국의 포스터 문구는 전쟁을 대비하기 위한 시민 지침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네 삶 역시 전쟁이다.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삶이다. 전쟁 역시 우리가 극복해야 할 일이다. “Keep calm and carry on”은 우리 삶에도 그대로 적용시킬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주어진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것 외에는 없다. 코로나로 세상이 흉흉하다. 백신은 언제 맞게 될지 모른다. 정치권은 서로 편 가르기 하며 싸우기 바쁘다. 국민들은 힘들어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코로나를 예방하기 위한 지침을 따르고 각자 면역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그 외에는 우리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나머지는 신, 하늘, 우주, 보이지 않는 손, 절대자, 자연의 섭리라 불리는 ‘어떤 것’이 할 일이다. 통제 가능한 것을 통제하고, 통제 불가능한 것은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런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당황하고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싸우는 것보다 결론적으로 보다 나은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Keep calm and carry on!! 나는 오늘도 명상하고, 걷고,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다.

3.bmp


이전 26화[걷고의 걷기 일기 0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