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3막 (소박한 사치)

소박한 사치

by 걷고


며칠 전에 친구 따라서 부산국제영화제에 3박 4일간 다녀왔다. 평소에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전문가도 아니고 영화제에 다녀 올 정도로 마니아도 아닌 내가 다녀왔다니 스스로 생각을 해 보아도 우습기도 하다.


갈 길은 찾았는데 쉽게 그 길에 다가설 수 없는 답답한 마음이 마치 깊고 어두운 터널 속에 갇힌 느낌이 들던 차에 친구의 권유가 있기에 아무 생각 없이 따라나섰다. 내게는 영화제 참석보다는 지금의 환경에서 벗어나 아무 생각 없이 휴식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컸다. 일상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언가를 해야 된다는 의식도 없이 그냥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고 싶었다. 그런 휴식의 시간을 통해서 마음의 여유 공간을 찾고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넓혀 심리적인 여유를 찾으며 조금 편안하게 미래를 준비하고 싶었다.


친구와 같이 다녀온 이번 여행은 혼자였다면 하지 못할 것 같은 다양한 경험을 시도할 수 있었던 아주 소중한 기회였다. 대낮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커피 한잔 마신 후에 흥에 겨워 맥주를 한잔 한다던가, 택시를 타고 먼 곳으로 이동해 유명한 파전 집을 찾아 나서기도 하였고, 점심으로 럭셔리하게 연잎 밥과 전복 순두부를 먹었던 기억, 체코 식빵과 슬러시 된 맥주를 즐겼던 멋진 커피숍, 영화배우들이 자주 찾는다는 해변가 포장마차에서 한잔 등의 추억은 혼자 여행을 했다면 아마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이런 것을 '소박한 사치'라고 부르고 싶다. 영화제에 참석했다는 사실도 내게는 소박한 사치였고, 해파랑길 일부 구간을 걸으며 내일을 걱정하지 않았던 것도 소박한 사치였고, 하루에 세 편의 영화를 보았음에도 전혀 나 자신에게 미안하지 않은 것도 소박한 사치였다.


뭔가 생산적인 것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주는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나 아무 생각 없이 며칠간 지낸 것 자체만으로도 내게는 너무나도 큰 소박한 사치였다. 그 사치가 주는 즐거움은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주는 보상 같은 선물이었다. 그래서 그런 사소한 일들이 너무나 감사하게 느껴졌고, 가벼운 마음은 내내 휘파람을 불게 만들어 주었으며, 생각을 비우고 늘 메고 다니던 짐을 짧은 기간 동안이라도 내려놓으니, 심리적 회복은 당연한 결과이고 터널 속에서 한 점의 빛을 발견하게 되는 심리적 여유까지 챙길 수 있었다. 그 한 점의 빛은 내게 길을 안내해 주고 밝은 세상으로 나를 이끌어 줄 것이다.


소박한 사치는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윤활유 같은 것이다. 그런 자신을 위한 사소한 행동들이 삶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 주고, 현실과 조금 거리를 만들어 심리적인 해방감을 주며, 여유를 갖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소박한 사치는 기준이 없고, 어떤 것이 좋거나 나쁘거나 하는 것도 없이, 각자 자신에 맞는 것을 찾는 방법밖에 없다. 소박한 사치를 찾을 수 없다면, 그 사치를 찾기 위한 소박한 사치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느 지인께서는 소박한 사치를 이렇게 표현하였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건식 찜질기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커피 한잔을 하는 일상, 그런 일상은 범사에 감사함과 다르지 않다.’ 소박한 사치는 늘 우리 일상 속에 있고, 그런 일상 속에 행복이 늘 있어왔는데, 우리가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너무나 큰 행복만을 추구하거나, 남과 비교를 하는 습관으로 인해 매 순간 행복하고 감사함을 잊고 살아간다. 모든 분들이 각자에 맞는 소박한 사치를 누리며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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