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233]

업 풀이

by 걷고

날짜와 거리: 20210609 20km

코스: 수요걷기(월드컵공원, 난지 생태공원, 난지천 공원) 외

평균 속도: 4km

누적거리: 4,136 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두통이 며칠 째 지속되고 있다. 오늘은 병원에 들려 진찰받고 약 처방을 받으려 한다. 지난 토요일 답사하면서 더위를 먹었던 것 같고, 어제 코를 심하게 풀면서 생긴 두통인 것 같다. 어제저녁에 수요 걷기 길 안내를 하면서 내내 몸이 무거웠다. 자고 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우측 편두통이 지속되고 있다. 어제 두통이 심해 낮에 잠시 걸었다. 걸으며 몸이 조금이라도 불편하니 몸 편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금 알게 되었다. 몸이 불편하니 만사 귀찮고 기분도 가라앉는다. 코로나 예방 접종 후유증은 아닌 것 같다. 다행스럽게 접종으로 인한 불편함은 어깨 쪽에 느껴지는 뻐근함 외에 별다른 증상은 없다. 내일 서울 둘레길 답사 일정이 있는데 취소할 생각이다. 며칠간 가볍게 걸으며 몸 관리를 하는 것이 좋겠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로 인해 몸에 무리가 온 것 같다.


지금 ‘반야(송은일 저’)라는 대하소설을 읽고 있다. 한 여름에 더위를 잊고 읽기에는 장편소설만 한 것이 없다. 작가의 뜨거운 열기와 열정을 느끼며 이열치열 할 수 있다. ‘반야’는 한 무녀의 얘기다. 동시에 무녀를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사람들의 전생을 볼 수 있는 무녀는 자신과 연관된 사람들과의 업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풀어낸다. 반면에 상대방은 과거의 업보를 풀어내지 못하고, 과거의 습에 따른 언행을 하면서 자신의 운명 개척에 실패를 하기도 한다. 이제 1권을 읽고 있으니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저자는 무녀를 통해서 업보를 받아들이고, 매 순간 현명한 선택을 통해 업보를 풀어내는 것을 얘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읽었던 내용 중 생각해 볼 부분이 있어서 정리해 본다.


무녀와 전생에 인연이 있는 한 선비가 있다. 무녀는 그 선비를 치료하면서 선비가 원하는 대로 자신의 몸을 맡긴다. 하지만 단지 몸을 맡길 뿐, 아무런 미련이다 감정이 없다. 단지 전생의 업을 풀어내기 위한 방편일 뿐이다. 반면에 선비는 과거의 무거운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육욕에 빠지며, 혼자 무녀를 독차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질투와 시기를 하며 마음고생을 한다. 무녀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주어진 선택의 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과거의 업에 끌려 살아가는 불쌍한 인간의 모습을 본다. 과거와 같이 살면서 자신이 바뀌기를 원하는 것은 마치 모래로 밥을 짓겠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는 업보를 피할 수는 없지만, 지금-여기에 주어진 현실을 통해서 앞으로 업을 쌓지 않을 수는 있다.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변한다. 전생의 업보의 힘에 끌려 다니며 지옥을 마치 천상이라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람마다 자극에 반응하는 반복적인 패턴이 있다. 그 패턴이 바로 업의 결과이다. 패턴을 바꾸기 위해서는 패턴대로 살면 안 된다. 패턴대로 살고자 하려는 마음 움직임을 빨리 알아차리고 패턴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음공부를 ‘익을 것 설 익게 만들고, 설 익은 것 익게 만드는 것’이라는 말씀은 진리다. 익숙한 것을 익숙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바로 패턴을 알아차리고 그 패턴대로 따라가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언행이 자신의 모습 같지 않을 때가 있다. 이것이 바로 설 익은 것이 익어가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지금의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좀 더 편안하고 잘 살고 행복해지기를 원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마음, 생각, 행동, 말은 과거와 똑같이 하고 있다. 과거의 자신과 이별하는 것이 자신이 행복해지는 비결이다. 새로운 나를 만나는 것이 바로 행복해지는 비결이다.


“깊은 원통 속에 나와 다른 사람들이 갇혀있다. 벽에는 뭔가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원통의 느낌이 싫지는 않은데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원통 맨 위에는 두꺼운 뚜껑이 닫혀있다. 긴 줄이 매달려 있다. 팝핀 현준이 그 줄을 잡고 힘차게 발돋움하며 벽을 앞뒤로 차며 높게 올라간다. 점점 놀게 올라가 뚜껑에 닿자 힘차게 뚜껑을 등으로 밀어내자 뚜껑이 조금 열리며 빛이 조금 들어온다. 하지만 뚜껑은 열리지 않는다. 팝핀 현준은 등으로 바닥에 떨어진다.” 어제 꾸었던 꿈이다. 꿈은 무엇을 얘기하고 있을까?


원통은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고, 벽에 새겨진 내용은 아마도 내가 살아온 나의 모습을 쓴 내용일 것이다. 팝핀 현준의 삶은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이다.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존 삶의 방식을 거부하며 몸짓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나는 기존 방식에 충실하게 따르며 살아온 사람이다. 꿈속에 나온 팝핀 현준은 내가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기존의 질서에 따르지 않고 나만의 방식으로 살고 싶어 하는. 원통 속에 갇혀 사는 자신이 답답해서 몸부림치고 있다. 바닥에 떨어져도 다시 발돋움을 할 것이다. 언젠가는 뚜껑을 열고 밝은 세상으로 나올 것이다. 희망적인 꿈이다.


소설과 꿈은 일맥상통하고 있다. 변화를 원하는 자신의 삶을 이루기 위해 매 순간 현명한 선택을 하며 꾸준히 나의 길을 가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기존의 자신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신으로 태어나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업보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의 삶은 바꿀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비록 두통은 있지만, 마음은 한결 가볍다. 삶은 예상외로 단순하고 간단하다. 매 순간 어떤 선택을 내리고 행동하느냐가 나의 삶을 만들어 나간다. 행복한 삶을 원하면 그에 맞는 선택과 결정과 언행을 하면 된다. 한 가지만 유의하면 된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패턴을 빨리 알아차리고 패턴대로 살지만 않으면 된다. 그것이 과거의 자신을 버리는 일이고,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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