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252]

목적 없는 꿈

by 걷고

날짜와 거리: 20210723 10km

코스: 상암동 공원

평균 속도: 4km/h

누적거리: 4,478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이틀 전 ‘목적 없는 삶’이라는 글을 썼다. 여기서 얘기하는 ‘목적’이란 의미는 반드시 성취해야만 하는 목표나 목적을 얘기한다. 마치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으면 삶이 무의미하고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에서의 ‘목적’이다. 삶이 우선이 아니고 목적이 우선이 되는 삶이다. 주인과 종의 역할이 뒤바뀐 삶이다. 먼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지도 못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른 채 오직 경제적인 부나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안타까움에 그 글을 쓰게 된 것이다. 특히 최근에 지자체 채용 면접관으로 면접을 진행하며 젊은 지원자들의 모습과 답변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느껴져서 그 글을 쓰게 되었다. 그들에게 ‘현재’는 없어 보였다. 대학 시절 내내 취업 준비에 매달렸고, 취업을 위한 재수, 삼수를 하며 삶의 즐거움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그들에게 아무리 바쁘고 정신없더라도 하루에 단 한 시간 만이라도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며 삶 속에 자그마한 행복을 느끼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이 얘기는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우리 모두, 특히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도 해당된다. 직장생활을 하거나 자영업을 운영하며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평생 일만 하고 살아온 사람들 역시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퇴직 후에도 다른 일자리를 찾아 동분서주하는 사람들도 많다. 자영업을 하셨던 분들 역시 일을 찾느라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이 살아가는 분들도 많다.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의 수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이들에게 일자리는 자신의 존재감과 같은 의미다. 일이 없으면 존재감도 사라지고, 가장의 권위와 위치도 사라지며, 가끔은 가족들에게 냉대를 받고 있는 경우고 있다. 갈 곳이 없고, 할 일도 없고, 친구들 만날 경제적, 심리적 여유가 없는 분들은 집 안에서 하루 종일 무료한 나날을 보내며 걱정과 불안 속에서 살아간다. 이분들이 가장의 존재감을 유지하려는 목적 없는 단지 매일 하루를 즐기며 충만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 ‘목적 없는 삶’의 ‘목적’은 바로 이런 의미의 목적이다.

살아가면서 삶의 목적이 분명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그 목적을 달성한 이후의 삶에 대한 준비가 없다면, 목적 달성 후의 허탈감과 회의감으로 힘들어 할 수도 있다. 간혹 삶의 목적 자체가 삶이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매우 행복한 일이다. 수행자들이나 봉사활동에 헌신하는 분들이 이 경우에 해당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부과된 역할을 수행하느라 자신을 돌아볼 겨를 없이 살아간다. 그런 삶을 살다 보면 자신이 누구인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자신에게 행복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자체가 사치가 되고, 불필요한 것이 되며, 머리 아픈 생각 거리가 되어 버린다. 점점 자신이 원하는 삶과는 괴리감과 거리감이 생길 뿐이다.

살아가면서 사회와 가정의 역할을 마친 사람들은 목적과 목표로부터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아니, 그런 삶을 살 자격이 넘치고 넘친다. 가끔 자신의 삶을 자신과 분리해서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찾는 데 오랜 기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기간이 주는 행복감과 만족감이 있다. 죽을 때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하더라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죽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과 다른 삶이기에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삶 속에 자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역할과 책임 속에만 살아왔기에 자신만의 삶이 존재할 틈이 없었던 것이다. 비록 당황스럽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는 여정을 시작해야만 한다. “원하는 모든 것을 모두 이루었을 때,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한 번쯤 깊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경제력, 사회적 지위, 가정적 행복, 건강 등 모든 것을 성취했을 때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의 답이 바로 ‘목적 없는 삶’의 진정한 의미다.

이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본다. 몇 가지 하고 싶은 일이 떠오른다.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이 ‘길을 걷는 것’이다. 매일 걷고 있지만, 가끔 서울을 벗어나 지방에 있는 길을 며칠간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싶다. 서울에 있는 ‘서울 둘레길’은 세 번 이상 걸었다. 그 이후에는 ‘북한산 둘레길’을 걸을 계획이다. 그 외에도 일주일에 서너 번 집 주변이나 서울 내 이곳저곳을 걷고 있다. 올 추석 이후에는 ‘지리산 둘레길’을 열흘 정도 걷고, 금년 내 모두 완주할 생각이다. 그다음에 걷고 싶은 길이 전국 삼면 해안도로와 DMZ를 연결하는 2,500km에 달하는 ‘코리아 둘레길’이다. 3, 4년 정도 계획하면 걸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주 올레길’을 걷고 싶다. 이 정도 걸으면 대충 걷기에 대한 허기는 사라지고, 집 주변 길이든, 어디든 편안하게 여유로운 걸음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가끔 허락이 되면 외국 유명 트레킹 코스도 걷고 싶지만, 굳이 욕심 내서 하고 싶지는 않고 저절로 기회가 오면 뿌리치지도 않을 것이다.

오늘 아침에 하고 싶은 일 중 하나가 떠올랐다. ‘니까야’ 완독이다. ‘니까야’는 부처님의 말씀을 부처님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초기경전이다. 부처님 당시에는 문자가 만들어지기 이전이었다. 제자들 중 20여 년간 부처님 시자(侍者)를 맡아 부처님을 곁에서 모셨던 기억력이 좋은 아난다 존자가 암송을 하고, 그 암송을 들은 500명의 비구가 동의한 내용이 추후에 글로 정리된 것이 불교 경전이다. ‘니까야’를 구입해서 서재에 모셔둔 지 10년 정도 지났지만 아직 읽지는 못했다. 여러 번 시도를 했지만, 꾸준히 완독 하지 못했다. 완독 하는데 족히 1년 이상 걸릴 것이다.

마지막으로 ‘걷고의 걷기 일기’를 계속해서 쓰는 일이다. 2019년 11월 20일부터 걷기 일기를 쓰고 있다. 지금까지 쓴 일기가 251편이고, 그간 걸었던 거리는 4,468km이다. 걸으며 느낀 소감이나 길에 대한 느낌을 정리한 일기이다. 앞으로도 길을 걸으며 느낀 점과 ‘니까야’를 읽으며 그날 기억에 남는 문구를 기반으로 떠오른 생각을 글로 정리해서 ‘걷기 일기’를 써내려 갈 것이다. 이 글들을 SNS에 올리며 사람들과 공유하고, 나중에 손주들이 이 글 중 한 두 편이라도 읽으며 자신들의 삶에 접목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글을 쓸 때 좀 더 책임감 있게 쓰고 싶다.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누군가가 읽을 수 있는 공유된 글이므로 신중하게 쓸 필요가 있다. 가끔 내가 쓴 글에 ‘고맙다’ 거나 ‘위로를 받았다’라는 댓 글을 다시는 분들을 보며 글에 대한 책임감을 더욱 느끼게 된다. 나의 생각이 공유되어 단 한 사람의 삶에 자그마한 변화를 줄 수 있다면 이 또한 행복한 일이다.

‘목적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 ‘목적 없는 꿈’을 꿀 필요가 있다. 꿈은 삶의 동력이다. 꿈이 있는 한 우리네 삶은 활기차고 밝고 긍정적이다. 뚜렷한 목적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꿈이고 삶이라면 삶은 천상병 시인의 ‘귀천’에 나온 ‘소풍’이 될 것이다. ‘꿈’은 ‘목적’과 다르다. ‘꿈’은 하고 싶은 일이고 ‘목적’은 이루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이다. ‘꿈’은 가볍고, ‘목적’은 무겁다. ‘꿈’은 삶의 원동력이고, ‘목적’은 삶의 무게이다. 나에게 꿈이 생겼다. 소풍 같은 나날을 살고 싶다. 이미 소풍을 가고 있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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