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275]

걷고의 걷기 학교

by 걷고

날짜와 거리: 20210918 17km

코스: 서울 둘레길 석수역에서 사당역까지 외

평균 속도: 2.7km/h

누적거리: 4,902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지리산 둘레길을 걷기 위한 체력 보강 훈련을 마쳤다. 석수역에서 사당역까지 걷는 서울 둘레길 코스는 난이도가 중급 이상으로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되는 코스이다. 14km의 거리를 약 4시간 반에 걸쳐 걸었다. 길동무들과 함께 걷는 즐거움도 있었고, 그간 꾸준히 걸었던 덕분에 체력이 뒷받침되어 그런지 그다지 힘든 줄 모르고 걸을 수 있었다. 걷기보다는 뒤풀이에서 생맥주 세 잔 마신 것이 무리가 되어 조금 힘들었다. 걷기를 마친 후 음주가 미치는 후유증이 있다. 이번 지리산 둘레길을 열흘간 꾸준히 걷기 위해서는 걷기를 마친 후에 저녁 식사를 하며 길동무들과 함께 아주 간단한 뒤풀이를 해야만 다음 날 걷는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금요일 출발이 벌써부터 설렌다. 세 명의 길동무가 같이 출발하고, 중간에 두 세 그룹의 사람들이 동참해서 함께 걷는다. 약 두 세 달 전부터 지리산 둘레길 준비를 하며 이미 마음이 설렜고, 준비하는 기간 내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이 가져다주는 활력도 느낄 수 있었다. 목표가 생기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준비를 하며 삶의 충전이 시작된다. 목표 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삶의 활력을 만들어 준다.


석수역 가는 전철 안에서 또 석수역 하차 후 등산 복장의 시각 장애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배낭에서 밧줄을 꺼내고 있는 분도 있었고, 그분들을 챙겨주는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무슨 모임이냐고 물었다. 다음 카페의 ‘사랑이 머무는 어울림 산악회’로 시각 장애인과 함께 걸으며 산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모임이라고 했다. 화장실에서도 회원들은 시각장애인들을 보살폈고, 석수역 출구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복장을 챙겨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서울 둘레길 걷는 모습이 매우 아름답게 보였다. 자신을 위한 걷기에서 주변 사람들을 위한 나눔의 걷기로 확장시킨 것이다. 같은 행동도 자신만을 위한 행동과 타인을 위한 행동과는 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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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들을 뒤로하고 길동무들과 걷기 시작했다. 걷는 내내 그분들의 모습이 마음속에 머물러 떠나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이미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동료 의식을 느낄 수도 있었다. 걷기를 통해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 나 역시 힘든 시간을 걷기를 통해 극복해 낼 수 있었다. 심신이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걷기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치유와 삶의 활력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걷기 모임을 만들고 싶었다. ‘걷고의 걷기 학교’라고 명칭을 만들었고, 네이버 밴드 페이지에 ‘걷고의 걷기 학교’ 밴드를 만들어 ‘걷고의 걷기 일기’를 지속적으로 쓰고 있는 이유도 이 모임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편이다. 또한 다양한 SNS 활동을 하는 이유도 이 모임과 나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방편이다. 내년에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지면 아주 작은 규모로 시작할 계획이다. ‘걷고의 걷기 학교’를 통해서 단 한 사람만이라도 삶이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직장인, 일반 성인, 경력 단절자, 은퇴 및 퇴직자, 질병 치료 후 건강 회복을 원하는 사람들, 학교 밖 청소년, 경미한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 등 다양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걷기를 통해 희망과 건강, 그리고 삶의 활력을 되찾아주고 싶다.


추석 이후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이유도 이 길을 걷고 싶은 마음보다는 ‘걷고의 걷기 학교’를 위한 준비작업의 일환이다. 언젠가부터 걷기 학교가 자연스럽게 삶의 목표가 되었다. 걷고 독서하고 명상하고 글 쓰는 모든 일들이 한 길로 귀결된다. 그 길이 바로 ‘걷고의 걷기 학교’이다. 나눔을 위한 걷기 학교가 삶의 목표가 되었고, 그 목표가 내게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직접 길을 걷고, 길의 상황과 숙소 등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걷기 학교를 운영할 때 참고하고 싶다. 앞으로도 분기별로 한 열흘 정도 코리아 둘레길을 걸을 것이고, 일상 속에서도 동호회 활동이나 다른 걷기 모임을 통해 꾸준히 걸을 것이다. 나 자신의 건강, 걷기 경험의 축적, 코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계속해서 걸을 것이다. 코리아 둘레길 완주가 첫 번째 목표이다. 2,500km에 달하는 코리아 둘레길을 모두 완주하는 데 한 5년 정도 예상하고 있다. 그 외에도 각 지자체마다 조성해 놓은 다양한 길을 걸으며 걷기 학교 운영과 다양한 심신 힐링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 시 활용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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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란 예능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배우 김보성 님이 나왔다. ‘의리’로 평생 살아온 사람이다. 만나는 사람들과 마주치는 상황에 대해 ‘의리’를 큰소리로 외쳤을 때 처음에는 그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고 조금은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을 보며 그 배우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의리에도 단계가 있다고 한다. 친구들과의 의리, 사회 정의에 대한 의리 그리고 그다음 단계가 무아와 나눔의 의리라고 했다. 그는 ‘무아’를 ‘나와 너의 벽을 허무는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이 크게 와닿았다. 그리고 그 벽을 허무는 것이 바로 ‘나눔’이라고 했다. ‘나눔의 의리’, 참 멋진 말이다. 비록 그의 언행이 가끔은 통상적인 이해 범위를 벗어나긴 해도, 자신만의 철학과 원칙을 만들고 유지하며 살아온 그의 모습을 보며 그가 달리 보였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자신이 세웠던 원칙을 던져버리고 세상 흐름에 맞춰 살아가기 바쁘다. 삶의 주인은 사라졌고, 객이 주인 노릇을 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배우 김보성은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멋진 사람이다.


심리학자 매슬로우(Maslow)의 인간 욕구 단계 이론이 있다. 생리적 욕구, 안전 또는 안정에 대한 욕구, 애정과 소속에 대한 욕구, 자기 존중에 대한 욕구, 그리고 마지막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인 5단계 이론이 있다. 자아실현의 욕구를 인지적 욕구와 심미적 욕구, 그리고 자아실현의 욕구로 세분화하여 7단계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 이론은 하위 욕구가 충족되어야 상위 욕구를 갈망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생리적, 안전과 안정, 그리고 애정과 소속에 대한 욕구는 생존을 위한 필수적 욕구이다. 이 욕구가 충족되면 인정 욕구인 자기 존중에 대한 갈망을 하게 된다. 마지막 단계인 자아실현은 자기 존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나눔’과 ‘봉사’는 이 마지막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타인의 시선, 칭찬과 비난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삶의 주도권을 쥐고 ‘나눔과 봉사’로 귀결되는 것 같다. 오랜 세월 살아온 선배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도 바로 이것이다. 가정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자신의 할 역할을 어느 정도 마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은 단 두 가지밖에 없다. 자신의 안위와 이익을 추구하며 자신의 삶에 집착하며 살아가는 삶과, 자신의 범위를 확장해서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삶.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배우 김보성 님이 얘기한 ‘나와 너의 벽을 허물고 나눈다’는 것이 바로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고, 그런 삶의 모습이 바로 ‘자아실현의 욕구’ 단계이다. 그의 삶을 응원한다. 그에게 ‘의리’가 있다면, 내게는 ‘걷고의 걷기 학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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