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의 나 (Carpe Diem)

Carpe Diem

by 걷고

그저께 꿈속에서 뭔가를 계속해서 외치고 있었고, 그 소리에 놀라 깨어나서도 계속해서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Carpe Diem!!이었습니다. 며칠 전 누군가로부터 우연히 그 말을 듣고 무슨 뜻인가 하고 여쭤봤던 기억이 나는데, 그 문구를 꿈속에서 외치고 있었으니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제게는 생소한 문구였고 그 이전에는 전혀 알지도 못했던 문구였는데 말입니다.

컴퓨터로 검색해 보니, ‘현재 순간에 충실하라’는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한 말로 영어의 ‘Seize the day’와 같은 의미라고 합니다. 또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대사로 제자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으로 정작 가장 중요한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선생이 외친 대사라고 합니다. 그 대사는,

Carpe Diem, Seize the day, boys. (얘들아, 현재에 충실하고, 현재를 놓치지 마라)

Make your lives extraordinary. (너의 인생을 멋지게 살아라)

왜 그 문구를 꿈속에서 외쳤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3년 후 환갑을 맞이하여 제게 주는 보상 여행으로 산티아고를 가려고 준비하고 있고 그 준비과정의 일환으로 최근에 통장을 하나 개설하였습니다.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도 줄이고 제 마음과의 약속을 다지는 방법으로. 그리고 그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왔던 프로젝트 두 가지가 모두 최종에서 탈락이 되어 우울한 기분을 전환할 겸 해서였습니다.

최근에 제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음악 소리를 들으면 몸이 가만히 있지를 못합니다. 춤을 추는 법도 모르면서 절로 어깨가 덩실덩실 거립니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지요. 다른 하나는, 음악을 들으면 조금씩 마음속에서 울림이 발생합니다. 예전에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주변에서 들리는 음악을 듣는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노래 부르는 것도 싫어했고, 듣는 것도 억지로 아는 척 하기 위해서 들었지 음악이 좋아서 또 제가 원해서 들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또한 일하기가 싫고 자꾸 밖으로 나가 뛰어 놀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애도 아니고 몇 년 후에는 할아버지가 될 사람이 말입니다. 가장으로 일 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고, 내년에 예정되어 있는 상담심리사 자격시험을 위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아무 것도 하기가 싫고 오로지 놀고 싶은 마음 밖에 없습니다.

큰 병에 걸렸습니다. 일하기는 싫고 놀고만 싶으니 배짱이 병에 단단히 걸린 것입니다. 걷기 동호회에서 얻은 병이기에, 동호회를 상대로 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생각입니다. 어떻게 할지는 지금 고민 중에 있습니다. 아닙니다. 청구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동호회에서 제 병을 고쳐주었다고 오히려 청구서를 제게 내밀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두 발로, 또 온 몸으로 꾸준히 걸으면서 닫혀있고 억눌려 있었던 마음이 조금씩 세상을 향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땀을 흘리며 걷고, 자연을 온 몸으로 접하고, 사람들과의 즐겁고 편안한 대화를 통해 마음을 나누면서 그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답답하고 깜깜한 동굴 속에 갇혀서 살아왔던 제게 아주 작은 구멍이 뚫리면서 한줄기 빛이 들어온 것입니다. 그 작은 빛은 제게 희망을 주었고 앞으로 세상의 밝은 빛을 한껏 받아들이기 위해 더욱 몸부림 칠 것입니다. 오랜 기간 암흑 속에 갇혀서 울분과 외로움, 세상을 향한 분노로 차갑게 얼어붙었던 마음이 빛을 만나 녹아내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지금 만나는 세상은 어제와 같은 세상이지만 제 마음 속에서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느껴지고 있습니다. 작지만 아주 큰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행복해지는 방법은 세상이 변해서가 아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로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하면서 절로 행복해 지는 것입니다. 걷기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제 시작이 되었고, 앞으로 그 행복의 크기는 점점 더 커질 것입니다. 커진 만큼 함께 나눌 행복의 크기도 커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14. 9)


산티아고길을 완주하고 땅끝인 피니스테레에서. (201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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