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침묵
예전에 법정스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기억납니다. 정확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침묵은 자신을 자랑하는 말, 다른 사람에 대한 험담,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말을 제외하면 침묵이라 할 수 있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자신을 내세우고 자랑을 하며, 상대방을 무시하고 험담을 하고 자신의 능력으로 이룰 수 없거나 본인이 하기 싫어하는 것들을 타인을 시켜서 하게 하는 말 들을 제외하면 사실할 말이 별로 없습니다. 자랑을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속이 허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속이 알찬 분들은 굳이 자신을 자랑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분의 언행 하나하나에 당당함이 묻어나고 또 타인과 비교할 필요성을 전혀 못 느끼기 때문입니다. 타인에 대한 험담을 하는 분들은 자신의 생각은 옳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잘못되었거나 틀리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는 상대방에 대한 미움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은 자신이 하기 싫어하거나 귀찮은 것들을 타인에게 시키고, 타인을 조정하려는 의미도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사선의 경계에 있는 분들을 구하기도 합니다. 반면에 날카로운 말 한마디가 멀쩡한 사람을 죽음에 문턱에 다다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격려의 말 한마디는 희망을 불러일으키며 삶을 의욕적으로 만들지만, 비난의 말 한마디는 의욕을 꺾고 자책을 하게 만들며 세상을 원망의 눈으로 보게끔 만듭니다. 이만큼 말의 힘은 참으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에 말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타인에 대한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말로 인한 상처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면 반드시 그 상처가 자신에게도 돌아옵니다. 한 치도 틀림이 없는 인과의 법칙입니다.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건강한 토론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그 말의 힘은 비록 자신의 의견과 다르더라도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이 되어 삶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없는 자리에서 그 사람의 얘기를 한다는 것은, 그 내용이 칭찬이든 비난이든 결코 어느 누구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TV 프로그램에서 모 연예인이 동료 연예인인 K 씨 얘기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대기실에서 A가 그 자리에 없는 B의 얘기를 하자, K 씨가 이 자리에 없는 사람의 얘기는 하지 말자라고 해서, 그분을 다시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적인 모임들이 있습니다. 선배님들과의 만남, 친구들과의 만남, 후배들과의 만남, 걷기 동호회 등. 이런 모임 속에서도 늘 말로 인한 시비가 끊이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만난 분들과는 서로를 잘 알기에 무슨 얘기를 해도 서로 이해하며 별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만난 분들과는 말로 인한 불편한 일들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표현의 차이, 말투의 차이, 상호 간 이해의 부족으로 인한 오해 등으로 인해 불편함을 겪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어처구니없는 구설수에 올라 불편할 때도 있었습니다. 아마 저 역시 다른 분들에게 그런 불편함을 드린 적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저도 남의 얘기를 참 많이 하고 다녔습니다. 저로 인해 마음이 불편하셨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앞으로 저는, 또 제가 동참한 자리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 자리에 안 계신 분들의 말씀을 하지 않기를 당부할 것이며, 저도 지켜 나가겠습니다. 요즘은 가끔 세상이 점점 더 각박해져 가고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이 필요할 때인 것 같습니다.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먼저 건네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법정스님께서 말씀하셨던 침묵의 의미를 마음에 새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