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336]

코로나 자가 격리 6일 차

by 걷고


날짜와 거리: 20220227

코스: n/a

평균 속도: n/a

누적거리: 6.155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자가 격리 6일 차. 아침에 일어나니 목의 통증은 완전히 사라졌다. 아주 가끔 기침이 나고 약간 감기 기운이 있는 목소리 외에 다른 증상은 전혀 없다. 어제 오후에 건강관리 세트가 도착했다. 산소포화도와 심박수 측정 도구, 체온계, 코비드 - 19 홈 테스트, 감기약, 그리고 방역 스프레이가 들어있다. 산소포화도 측정기는 나중에 다시 회수해 가는 것 같다. 사용 후에 소독하여 밖에 내놓으면 들고 간다고 한다. 격리 마칠 즈음되면 회수 방법에 대한 안내가 연락이 올 것이다. 비록 시차가 있고 또 필요할 때보다 조금 늦게 도착하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운영은 되고 있다. 아직 유관 기관끼리 실시간 연락하고 조치하는 것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느낌이다. 매일 오전 8시 30분과 오후 1시 30분에 담당 간호사가 전화를 해서 측정 수치를 알려 주어야 하는데, 전화 오는 시간이 정확하지는 않다. 확진자 숫자가 늘어나면서 한 명의 간호사가 담당해야 할 인원수가 많아서 제 시간이 지켜지기는 힘들 것 같다. 오늘도 오전 8시 30분에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11시 거의 다 되어서 전화를 받았다. 또한 담당 간호사가 시간에 따라 바뀌는 것 같다. 결국 담당 간호사라기보다는 관리 담담 병원의 간호사가 업무 교대를 하면서 연락하고 관리하고 있는 것 같다. 모두 수고가 많다.


아침에 아내는 PCR 검사를 다시 받으러 보건소에 갔다. 내가 확진 판정을 받은 다음 날 가서 검사해보니 다행스럽게 음성으로 나왔다. 며칠 전 신문에 나온 매뉴얼에 의하면 동거 가족은 음성 판정받은 후 일주일 후에 다시 검사를 받게 되어 있다. 아내가 보건소에 가서 긴 줄을 서며 기다리고 있다가 운영자에게 물어보니 이제 받을 필요가 없다고 한다. 매뉴얼이 바뀐 것이다. 확진자수가 급증하면서 업무 처리 능력이 따라갈 수 없어서 매뉴얼을 변경한 것 같다. PCR 검사 후 판정 시기도 인원이 급증하면서 늦어진다고 한다. 정부 관리 범위를 이미 초과한 것 같다. 각자 자가 검사 세트로 검사를 하고 약 처방을 받고 치료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 빨리 정점을 찍고 숫자가 줄어들기만은 기대할 뿐이다. 담당부서와 관리 인력의 혼란스러움이 눈에 선하게 보이는 것 같다. 안타깝다. 빨리 코로나가 물러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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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 한 시간 정도 참선을 한 후에 ‘육조단경’을 읽고 있다. 청화 선사께서 친절하게 주를 달아서 해석하신 책이다. 이 책은 약 10년 전 미황사 ‘참 사람의 향기’ 수행 프로그램에 참석 시 받고 강의를 들었던 책이다. 한 때 단경을 여러 권 구입했는데, 모두 번역자가 다른 책이다. 성철 스님께서 번역하신 책도 있고, 탄허 스님께서 번역하신 책도 있다. 역자에 따라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어서 여러 권을 놓고 읽고 싶어서 구입한 책이다. 제대로 읽지 못한 책을 다시 꺼내어 보니 감회가 새롭고, 한때 열정적으로 공부에 임할 때가 있었다는 것이 나를 일깨운다. 마음공부도 사람과 같이 안 보면 잊게 된다. 늘 공부에 대한 마음을 유지하고 꾸준히 수행을 해야만 수행도 진전이 있고, 책도 눈에 들어오고, 마음과 생활도 그에 맞게 변화되고 적응된다.


어제는 ‘성철스님의 화두 참선법’이라는 책을 읽었다. 예전에 읽었던 책인데, 다시 꺼내어 읽으니 뭔가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마음공부를 잊고 살았고, 딴짓하느라 공부를 멀리했다는 마음 때문이다. 공부가 멀어진 만큼 세속 일에 더욱 매달리게 된다. 사회인으로 마음공부와 업무의 균형을 유지하며 살아가려고 발버둥 쳤지만, 대부분 허사였다. 무여 큰스님께서는 직장인도 하루에 최소한 4시간 이상 수행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셨다. 마음공부를 기둥으로 삼아 사회생활을 하라는 고구 정녕한 말씀이다. 그럼에도 사회에 돌아오면 금방 그 소중한 말씀은 잊고 습관대로 살아간다.


‘이 뭣고’ 화두를 들고 있는데, 잘 들리지 않는다. 어제 읽었던 화두 참선법에 자세하고 친절한 방법이 나와 있다. “마음도 아니요, 물건도 아니요, 부처도 아닌 이것이 무엇인고?”라고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며 참구 해나 가라는 말씀이다. 오늘 아침에 이 말씀대로 따라 했는데, 아직 제대로 들리지는 않는다. 다만 망념이 들 때 이 문구를 돌이켜 떠올리면 망념은 사라진다. 그리고 다시 참구 한다. 하지만, 여전히 화두는 저 멀리 있고, 아직 화두 근처에 접근 초자 못했다. 접근조차하지도 못했으니 들고 있을 수도 없고, 금방 화두와 멀어진다. 아침 식사를 받고 먹기 시작할 때, 화두가 없다는 것을 알고 다시 챙긴다. 하지만 금방 사라진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화두는 사라지고 없다. 화두와 하나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공부법은 받았으니 꾸준히 하기만 하면 된다. 안 된다고 성질부릴 필요도 없고, 잘 된다고 우쭐할 필요도 없다. 성질부리고 우쭐하는 순간 화두는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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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 서적을 읽고 좌복에 앉아 화두를 참구 하니 예전에 한때 큰 스님들 쫓아다니며 공부하려 애썼던 기억이 새록새록 살아난다. 철야정진한다고 앉아서 졸았던 기억도 떠오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끼리 서로 잘났다고 불교에 대해 언성을 높이며 자기 자랑을 했던 창피한 기억도 되살아난다. 하지만, 그래도 그때가 그립다. 지금은 그 도반들과 인연이 닿지 않고 각자 살아가고 있다. 한 사람만 유일하게 지금도 만나고 있다. 공부도 시기가 있다고 한다. 나이 들어가면서 하는 공부는 힘이 없어서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하라고 한다. 30대 때 1년 공부한 힘이 60대 떼 10년 공부한 힘보다 좋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어쩌랴! 나는 이미 60대 중반이다. 30대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공부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어제 집안에 있는 책들을 둘러보니 다행스럽게도 참선 공부 관련 서적이 제법 있고, 부처님 말씀이 담긴 니까야 전집도 있다. 그간 공부는 하지 못했지만, 다행스럽게 책은 남아있다. 귀한 책들도 있었는데, 그 책의 가치를 모르고 남에게 준 책도 많다. 지금 생각하면 후회가 되는 책들도 몇 권 있다. 책도 주인을 제대로 만나야 그 빛을 발휘한다. 코로나가 생활에 제동을 걸며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그런 면에서 코로나가 고마울 따름이다. 책이나 공부나 사람이나 모두 시절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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