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의 나 (영화 '국제시장')

영화 '국제시장'

by 걷고

두 장면이 지금도 선명하게 뇌리에 남아있다. 첫 번째 장면은 영화 맨 처음에 나오는 화면으로 글자의 획이 빠진 낡은 상호와 떨어져 나간 전화번호 자국이다. 그 상점은 그에게는 생명줄이었다. 자신과 가족의 목숨을 살린 생명줄이었다. 세월이 흘러 아이들을 모두 결혼시킨 후 부부만 남은 인생의 마지막 부분을 보여주는 거 같다. 영화 끝나는 부분에서 그 가게를 팔자고 마누라에게 얘기하는 부분은 삶을 마무리 하자는 의미일 수도 있다. 전화번호 자국은 결국 자녀들에게 남긴 부모의 모습 일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자녀들과 손녀들이 즐겁게 노는 거실의 분위기와 상반되게 주인공은 홀로 방에서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울고 있다. 부모의 울음은 아이들의 웃음을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할 필수 조건일까? 주인공은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켰기에 울을 자격이 있다. 힘들게 살았다고 얘기할 자격이 있다.

과연 나는 그렇게 얘기하고 울을 자격이 있을까 하고 자문해 본다. 요즘 들어 나의 삶을 돌이켜 보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바쁘게 살아온 것은 맞지만,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쓸데없는 일로 어리석게 낭비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에 대한 구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잘못된 판단과 행동을 많이 하였다. 가족을 위해 살기보다는 가족이 내게 뭔가를 해주기를 바라고 엄살을 떨기도 하였다. 주위 사람들을 위한 언행을 하기보다는, 주위 사람들의 사랑과 인정을 받으려 노력을 해왔다. 힘든 과정을 겪어내기보다는 나 자신의 편안함을 찾았고, 불편함을 견뎌내는 내성이 약하여 나 자신과 내가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기도 하였다.

이제 조금씩 나를 찾아가고 있다. 그간 나를 옥죄고 있었던 굴레로부터 벗어나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참 나가 되어가는 연습을 하고 있다. 참 나가 되기 위한 연습보다는, 지금의 나로부터 나 아닌 것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나의 진면목은 나와 주위의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겠지만, 그것이 주는 자유와 통쾌함이 있다. 나는 좀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참 나를 찾는 것은 필수적이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부모님을 생각하기보다는 집사람과 아이를 생각하며 미안하고 고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이를 출가시키며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채무를 갚았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전화번호 하나가 간판에서 떨어져 나갔고, 자국만 남아 있는 것이다. 이제 참 나를 찾는 작업이 남아있다. 찾는 순간 남은 전화번호는 떨어져 나갈 것이다. 결국 나의 형체는 없어지고 자국만 남는다. 나는 어떤 자국을 가족과 지인들과 세상에 남길 것인가? 나의 자국은 어떤 모습일까? 정신이 바짝 든다. 허투루 살면 안 되는 이유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삶 속의 나 (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