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의 나 (죽음 그리고 후회)

죽음 그리고 후회

by 걷고

사람을 포함하여 모든 생명은 태어나는 순간 죽어가고 있다. 다만 우리가 그 사실을 잊거나 모르고 살고 있을 뿐이다. 요즘은 가끔 죽음을 생각한다. 아마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육십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왔기에,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한 부모님의 죽음과 가까운 분들의 죽음을 보며, 자연스럽게 나의 차례를 생각하게 된다. 요즘은 죽음을 생각하며 죽는 순간에 삶에 대한 후회가 없기를 바라고,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맞이하여 그분에 대한 미안함이 없기를 바라고 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지난 일은 돌이킬 수 없으니 참회와 용서를 구하며 그 업보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일은 후회스러운 일을 최소화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도가 없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7년이 지났지만 대학시절 아버지께 반항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가끔 떠올라 송구한 마음이 들고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오르기도 한다. 후회 없이 살고 미안함 없이 살기 위해서는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아끼며, 서로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 가끔 다투고 나서 마음이 편하지 않은 이유는 결과적으로 상처를 주어서 미안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소한 말, 행동, 표현 등도 상대방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가 있다. 표현하는 사람이 느끼는 강도와 받아들이는 사람이 느끼는 강도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한 가지 중요한 내용은 그런 언쟁과 다툼의 원인이 결코 중요하지도 않은 아주 사소하고 쓸데없는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최근에 해파랑길을 걸으며 길동무들을 통해서 나 자신의 모습을 좀 더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 결코 나는 마음이 너그럽거나 따뜻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고 사람을 차별 없이 동등하게 대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 그 후회스러운 마음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고, 그분들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에 얼굴이 숙여진다. 해파랑길을 작년 12월부터 부산에서 출발하여 울산 구간을 마쳤고, 이제 포항 구간으로 접어든다. 그 기간 동안 동장군은 봄처녀로 변했고, 차갑고 매서운 바람은 훈풍으로 바뀌었다. 계절도 변하고 만물도 변한다. 하지만 나의 이런 모습은 아직도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나 역시 길을 걸으며 점점 더 여유롭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성숙한 사람으로 변하고 싶다. 해파랑길이 끝날 시점에 나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기를 바라고, 그런 변화된 나 자신과 만나고 싶다. 특히 가까운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고, 나 자신에게는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면서 좀 덜 후회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요즘 며칠간 집을 비우게 되는 경우, 저녁 시간에 홀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생각하며 점점 더 미안한 마음을 많이 느끼고 있다. 가끔 약속이 있어서 늦을 때 아내가 심심하니 빨리 들어오라고 하며 아이스콘을 하나 사 오라고 한다. 그런 전화가 반갑고 고맙다. 이런 아내에게 미안하고 후회스러운 짓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못된 짓이다. 누군가가 먼저 죽겠지만, 사후에 후회하는 마음과 미안한 마음보다는 고맙고 사랑한다는 마음으로 기쁜 눈물을 흘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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