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저녁 침묵 걷기 01]

수요 저녁 침묵 걷기를 시작하며

by 걷고

다음 주 수요일부터 ‘수요 저녁 걷기’를 진행한다. ‘걷기 마당’이 다른 걷기 동호회와 다른 점이 바로 365일 매일 걷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요일마다 운영진이나 길 안내 봉사자들이 길 안내를 하고 있다. 수년간 요일을 바꿔가며 저녁 걷기 길 안내를 해왔고, 일정 기간 개인적인 상황으로 안내자 역할을 내려놓기도 했다. 그간 수요 걷기를 진행하던 분이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게 되어 다시 맡게 되었다.


저녁 걷기를 색다른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면서 참석자들에게 자그마한 선물을 드리고 싶다. 고민 끝에 생각해 낸 것이 ‘침묵 걷기’와 ‘종소리 명상’이다. 그간 저녁 걷기를 진행하면서 이 두 가지를 포함시켜 운영해 봤다. 앞으로는 두 가지 프로그램 외에 걷기 전 '스트레칭'을 단 5분만이라도 실시할 계획이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방법을 정리해서 다음 주부터 시작한다. 동참한 사람들이 피드백을 준다면 프로그램을 수정 및 보완해서 좀 더 나은 프로그램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저녁 걷기는 두 시간 정도 진행된다. 그 시간 안에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저녁 7시 30분부터 시작하는 저녁 걷기는 주로 직장인들이나 주부들이 참석한다. 하루 종일 회사 업무와 가사로 심신이 지친 사람들이 걸으며 차분히 하루를 돌아보고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스트레스와 온갖 걱정거리도 잠시 내려놓고 편안하게 걸으며 자신을 위한 자신만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걷기 전 스트레칭, 30분 간 ‘침묵 걷기’, 끝나기 직전에 ‘종소리 명상’을 포함시켜 두 시간 즐겁게 걸을 계획이다.


스트레칭을 하는 이유는 하루 종일 근무하고 집안일을 하며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기 위한 것이다. 또한 몸을 세밀히 관찰하며 자신의 몸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다. 평상시에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풀어주면서 부상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있다.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의 감각에 집중하게 되면 그 순간만이라도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생각이 자신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머릿속 목소리’는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에크하르트 톨레는 강조하고 있다. ‘머릿속 목소리’와 싸우지 않고 물리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다. 스트레칭은 동작을 잘하는 것보다 호흡과 동작을 일치시키며 느껴지는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왜 침묵 걷기를 생각하게 되었을까? 우리는 하루 종일 일과 사람, 그리고 수많은 기기와 외부 상황에 쫓기듯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이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거꾸로 핸드폰이 사람을 사용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회사 업무나 가사도 끊임없이 우리를 불러대고 있고, 사람들과의 수많은 관계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기도 하면서 동시에 불행하게 만들기도 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지, 왜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지도 모른 채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하루에, 아니면 일주일에 단 30분 만이라도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핸드폰도 잠시 끄고, 모든 외부 상황과의 인연도 잠시 끊어내고, 모든 걱정거리도 내려놓고 오직 자신과 대화를 나눌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일주일에 단 30분만이라도 일상 속 출가를 하는 것이다.


‘종소리 명상’은 잠시 모든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다. 감각과 생각은 한 찰나에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 감각을 느끼는 순간 생각은 사라지고, 생각을 하는 순간 감각은 사라진다. 생각에 끌려 다니지 않고 신체 감각의 변화, 즉 나타남과 사라짐, 를 자신의 생각이나 편견, 판단을 내려놓고 단지 관찰만 하는 것이 명상이다. ‘종소리 명상’을 통해서 오감 중 청각에 집중하는 ‘듣기 명상’을 실행하는 것이다. 종소리의 첫소리부터 마지막 여운까지 끝까지 놓치지 않고 집중해서 듣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이 짧은 순간에 모든 고민과 스트레스는 사라진다. 만약 떠오르면 다시 종소리에 집중만 하면 된다.

우리가 보고 있는 세상은 우리가 생각으로 만든 세상이다. 청명한 하늘을 보고 어떤 사람을 행복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짜증 난다고도 할 수 있다. 자신의 마음 상태에 따라 같은 상황도 다르게 판단하고 다르게 행동한다. 세상은 하나인데 사람마다 느끼는 세상은 각각 다르다. 세상을 원래 모습대로 바라보지 않고 자신의 색안경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삶 속에서 느끼는 수많은 스트레스와 번민도 자세히 살펴보면 자신의 색안경으로 인해 발생한 일이다. 색안경을 벗을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 바로 감각에 집중할 때이다. 스트레칭과 종소리 명상은 색안경을 벗게 만들어 주는 좋은 방편이다.


‘침묵 걷기’ 시간에 발의 감각에 집중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색안경을 벗게 만들어 주는 좋은 방편이 된다. 이것이 바로 ‘걷기 명상’이다. 평상시보다 조금 더 천천히 걸으며 발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하며 걸으면 된다. 예전에 요가 전문가, 명상 전문가, 한방 신경정신과 전문가가 발표하는 학술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화가 날 때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어떻게 하는가? “라는 질문을 했다. 세 사람의 답이 같았다. ”발의 감각에 집중하며 걷는다. “ 발의 감각에 집중하며 걸으면 아주 미세한 감각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 순간에는 나와 느껴지는 감각만 존재한다. 청명한 하늘을 청명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걷다가 다른 생각이 떠오르면 빨리 알아차리고 다시 발의 감각으로 돌아오면 된다. 생각을 없애려 하면 할수록 생각의 힘은 커진다. 생각과 싸우지 말고, 감각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생각은 저절로 사라진다. 어둠이 무서워 어둠을 없애려 애쓴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불을 밝히면 어둠이 저절로 사라진다. 번뇌와 감각은 어둠과 밝음과 같다.


‘걷기 마당’이라는 걷기 동호회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 덕분에 건강과 심리적 안정도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 길치가 길 안내자로도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평생 함께 걷고 즐겁게 수다를 떨 수 있는 길동무들도 만났다. 후기를 쓰는 것이 기반이 되어 책도 발간했다. 글을 쓰고 있는 덕분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걷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상담심리사’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어느새 ‘걷기’와 ‘글쓰기’는 삶의 두 축이 되었다. ‘걷기 마당’을 만들고 애써 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수요 저녁 침묵 걷기’는 보은의 방편이다. 매주 걷기를 마친 후 후기를 작성해서, 언젠가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고 싶다. 가제는 ‘걷기 마당 수요 저녁 침묵 걷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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