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방법은 다양하다. 수행의 주제나 방법에 따라 다양한 명상법이 있다. 명상은 일상생활 속에서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도 할 수 있다. 하는 일에 집중하면 명상이다. 틱낫한 스님께서는 설거지 명상을 자주 말씀하셨다. 설거지를 귀찮게 생각하지 말고, 감각과 소리에 집중하며 설거지를 하면 매우 훌륭한 명상이 된다고 하셨다. 그 말씀대로라면 일상의 모든 행동이 명상이 된다. 바닥 쓸기 명상도 되고, 음식 먹기 명상도 되고, 누운 상태에서도 명상을 할 수 있다. 명상은 주리 틀고 앉아 엄숙하고 경직된 모습으로 하는 것이라는 일반적인 편견은 최근에 다양한 명상법이 소개되면서 많이 사라져 가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명상이 과연 무엇일까? 명상의 정의는 무엇일까? 다양한 명상법을 조금씩 배우고 수행하면서 느낀 명상의 정의를 나름대로 조심스럽게 내려본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명상이다. ‘지금-여기’를 벗어나면 이미 명상이 아니다. 걸으며 느껴지는 모든 감각에 집중하면 ‘걷기 명상’이 된다.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이 함께 머물면 명상이 된다. 옛 현자들이 하신 말씀이 있다. “몸은 바쁘게, 마음은 고요히”. 편안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아주 간단하게 정리해 주셨다. 하지만 우리네 삶은 몸은 가능하면 덜 움직이고 생각은 너무 분주하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병에 걸릴 수밖에 없다. 식사를 하면서 음식 씹는 감각과 혀의 감각에 집중하면 ‘먹기 명상’이 된다. 화장실에 앉아서 용변 보는 일에 집중하면 ‘화장실 명상’이 된다. 청소를 하며 ‘청소 명상’을 할 수도 있고, 일을 하며 ‘작업 명상’을 할 수도 있고, 컴퓨터 작업을 하며 ‘컴퓨터 명상’을 할 수도 있다. 집중하다 다른 생각이나 감정이 올라오면 빨리 알아차리고 다시 하는 일에 집중하면 된다. 결국 명상은 ‘알아차림’과 ‘집중’, 이 두 가지가 이루어져야 한다. 집중이 잘 되면 알아차림도 잘 되고, 알아차림이 잘 되면 집중도 잘 된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하나이면서 동시에 둘이다.
길을 걸으며 ‘걷기 명상’을 자주 하는 편이다. 며칠 전 비 오는 날 상암동 주변 공원을 세 시간 정도 걸었다. 비 오는 날 우산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소리 명상’을 즐기는 편이다. 빗방울 소리가 다양하게 들린다. 비가 내리다 멈추다를 반복하거나 비의 강도가 변하면 그 소리는 더욱 다양해진다. 마치 북을 두드리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속삭이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사람마다 잘 느끼는 감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소리를 듣는 청각에 민감한 편이다. 따라서 ‘소리 명상’을 일상 속에서 자주 한다. 걸으며 소리에 집중하는 명상은 ‘걷기 명상’이 되기도 하면서 동시에 ‘소리 명상’이 되기도 한다. 내가 하는 ‘걷기 명상’을 소개한다. 많은 사람들이 걸으며 잡념에서 벗어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동시에 몸의 건강도 챙기길 바란다.
우선 ‘걷기 명상’을 하겠다는 마음을 확립한다. 이 마음 확립은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은 매우 중요하다. 하고자 하는 마음을 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는 실행력에 큰 차이가 있다. 그다음 단계는 몸을 가볍게 스캔하며 긴장된 부분이 있는지, 불편한 곳이 있는지, 또는 몸 상태가 가벼운지 무거운지 확인한다. 지금의 마음 상태도 확인한다. 마음이 편한지 불편한지, 걱정거리가 있는지 없는지, 들떠 있거나 안정적인지, 화나 있거나 아닌지 등을 확인한다. 몸과 마음의 상태를 확인한 후 ‘걷기 명상’을 시작한다는 마음을 다시 한번 챙긴다. 그리고 발의 감각에 집중하며 걷는다. 발바닥과 땅의 접점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있다. 신발 바닥 안쪽과 양말 발바닥이 닿은 부분의 감각이 있다. 양말과 발바닥이 접촉하며 느껴지는 감각이 있다. 발의 열기나 습기를 느낄 수도 있다. 발이 앞으로 나아가며 느껴지는 바람의 감각도 있다. 발을 바꿀 때마다 느껴지는 균형감각을 느낄 수도 있다. 발에서 느껴지는 모든 감각에 집중하며 걷기만 하면 된다. 다른 생각이나 감정 또는 정서가 올라오면 빨리 알아차리고 다시 발의 감각으로 돌아온다. 빨리 알아차리는 만큼 그 생각이나 감정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다. 보통 10분에서 20분 정도 발의 감각을 느끼는 명상을 한다. 몸과 마음이 어느 정도 안정되는 중요한 시간이다. 잘 되면 계속 ‘걷기 명상’을 하면 된다. 만약 집중이 잘 안 되고 약간 지루함을 느낀다면 ‘소리 명상’으로 전환한다.
‘소리 명상’은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는 명상법이다. 굳이 조용한 곳을 찾을 필요도 없다. 주변 환경의 모든 것이 명상의 대상이 되고, 집중의 대상이 된다. 빗소리를 들으며 걷는 ‘소리 명상’ 덕분에 우중 걷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때로는 일부러 비 오는 날 우산 쓰고 걸으러 나가기도 한다. 집 뒷산인 봉산은 아주 좋은 명상 센터다. 굳이 다른 명상 센터를 찾아다닐 필요도 없다. 봉산을 걸으며 다양한 새소리를 듣는다. 소리에 집중하며 걷다 보면 점점 더 다양한 새소리와 아주 작은 새소리도 들을 수 있다. 가끔은 멀리서 들리는 차 소리도 들리고, 사이렌 소리도 들린다. 그 소리가 새소리를 방해한다고 또는 ‘소리 명상’을 방해한다고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모든 소리가 명상이 되는 것이 ‘소리 명상’이기 때문이다. 차 소리 때문에 명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소리 명상’에서 벗어나 소리로 인한 불편한 감정에 빠져있다는 의미다. 감각과 감정 또는 생각은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 감정을 느낀다면 이미 청각에서 벗어난 것이고 이는 이미 명상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도 들리고, 작은 동물들이 움직이는 소리도 들린다. 때로는 다람쥐처럼 도토리를 줍고 있는 사람들의 소리도 듣는다. 다람쥐 음식을 훔쳐가는 사람들이 밉다. 명상에서 벗어난 것이다. 다시 ‘소리 명상’에 집중한다. 굳이 ‘미움’을 없앨 필요가 없다. 감각으로 돌아오면 감정은 저절로 사라진다. 물론 쉽게 전환이 되지는 않지만, 감정을 붙잡지 않고 감각에 집중하면 서서히 사라진다.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수행은 꾸준한 반복이다.
감정, 생각, 느낌, 과거의 기억, 미래에 대한 불안, 무의미한 망상 등이 우리를 괴롭힌다. 명상은 특히 감각에 집중하는 명상은 이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감정과 느낌, 생각을 감각으로 변환해서 그 감각에 집중하게 되면 저절로 사라진다. 굳이 이들을 물리치려고 애쓸 필요조차 없다. 없애려 하면 할수록 더욱 강한 반작용이 발생해서 물리치기가 힘들어진다. 이들이 떠오르는 순간 감각에 집중하면 이들은 저절로 물러나며 서서히 사라진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감정과 생각, 느낌 등을 머리로 해석해서 해결하려고 한다. 아무리 머리로 또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해도 이는 자신만의 이성과 객관에 불과한 이기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일 뿐이다. 이기심과 주관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방편이지만, 이 둘은 자신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주요인이기도 하다. 걸을 때에는 걸으며 느껴지는 모든 감각, 즉 발의 감각과 귀의 청각 등에 집중하는 것이 ‘걷기 명상’이다. 느껴지는 감각 외의 모든 것은 모두 망상일 뿐이다. ‘걷기 명상’을 하기 위해서 일정 시간이나 거리를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걷기를 마친 후 자신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점검한다. 걷기 전과 후를 비교하는 작업이다. 이런 작업을 통해서 스스로 만든 고통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잘 안 될 수도 있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익숙해진 만큼 편안해진다.
혼자 하는 ‘걷기 명상’도 좋지만 함께 하는 ‘걷기 명상’도 좋다. 시작 전에 서로의 몸과 마음 상태에 대해서 돌아가며 얘기한다. 그리고 마친 후에 서로의 느낌을 나눈다. 변화된 점을 느끼거나 들을 수도 있다. 아무런 변화도 없다는 얘기를 들을 수도 있다. 이 작업은 우열을 가려내며 비교하는 작업이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고민거리를 갖고 걸으며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이 다양성은 대부분 비슷한 점이 많다. 인간의 보편성을 알아차리며 자신만 고통받고 있지 않는다는 사실이 주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서로에게 진정 어린 공감을 해주며 서로의 상처를 감싸준다. 함께 나눌 때 만들어지는 좋은 효과다. ‘WMC 8’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Walking, Meditation, Counseling 이 세 가지를 접목한 8주 심신 건강 프로그램이다. 걷기 명상을 하며 함께 걷고 마친 후 서로의 느낌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오랜 기간 준비해 왔고, 시험 운영을 하기도 했다. 조금 더 연구해서 프로그램을 정교하게 만들고, 코스도 점검하고, 집단상담에 관한 공부도 해서 좋은 나눔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