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간에 걸친 PTC(Powerful Tools for Caregivers), ‘간병인을 위한 강력한 도구들’ 이란 프로그램으로 간병인의 자기 돌봄 프로그램이다. 참석자 모든 분들이 직접 간병인의 역할을 하였거나 지금 하고 있는 분들이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 있는 분들도 계셨지만, 그분들 역시 언젠가는 간병인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의학의 발달로 사람들의 생명이 연장이 되면서 노화로 인한 병고를 겪게 된다. 누군가는 그분들을 위한 간병인이 되어야 한다. 배우자, 자식들, 전문 간병인 등이 그런 역할을 하게 된다. 결국 우리 모두 환자가 되기도 하고 간병인이 되기도 한다.
참석자 대부분들이 상담, 교육, 치료, 기타 유관 분야에 근무를 하시는 분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수업 분위기는 아주 역동적이고 자기 노출을 하며 서로의 아픔과 느낌을 편안하게 공유할 수 있었다. 강사 분들도 같은 상황에 처했던 분들로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에 참석하여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 자신들과 같은 상황에 처한 분들을 돕고 싶어서 이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교육하고 있다. 고통을 겪어본 사람들만이 타인의 고통에 대해 공감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살면서 모든 경험을 겪을 수는 없지만, 고통을 겪어 본 사람들은 비록 고통의 종류와 깊이와 크기가 다르더라도 서로 어느 정도 공감을 할 수 있다.
어제 교육을 마치고 나오는데 같이 공부했던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모든 분들이 웃고 있지만, 그 웃음이 단순한 즐거움에 가득한 웃음이 아니고, 웃음 이면에는 고통이 있는 것 같다.’ 맞는 말씀이다 대부분의 연세가 40대 이상으로 지난 40년 세월 속에 아픔을 겪지 않은 분들은 없을 것이다. 상처 자욱이 남아 있는 웃음은 상처가 없는 웃음보다 훨씬 건강하고 아름답고 가치가 있다. 고통에 압도되어 삶을 누리지 못하고 늘 절망 속에서 사시는 분들보다 훨씬 더 의지가 강하고 고통을 극복한 내공이 쌓여서, 그분들의 웃음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마지막 주의 교육은 ‘긍정적 사고를 키우고 부정적 사고를 바꾸는’ 시간이다. 흔히 물 잔에 비유를 한다. 물이 반이나 차 있는지, 아니면 반 밖에 없는지. 사고 역시 습관을 통해 바꿀 수 있다. 몸을 많이 쓰는 부위에 근육이 생성되듯이, 마음 역시 많이 쓰는 방향으로 ‘마음 근육’이 생성이 된다. 평상시에 마음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긍정적 마음 근육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부정적 마음 근육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런 사고를 일반적으로 ‘자동적 사고’라고 한다.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드는 사고. 평상시에 긍정적인 경험을 한 사람들은 긍정적 사고 근육 이형성이 되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판단을 한다.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늘 알아차리면 긍정적인 사고 근육을 키울 수가 있다.
각자 향후 3개월에서 6개월 동안 실행계획에 관한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겠다는 분도 계셨고, 모아 두었던 글과 사진을 정리하여 책을 쓰시겠다는 분도 계셨다. 나의 경우에는 ‘인간 중심 상담’에 관한 서적을 정독을 하고 그 내용을 요약정리하는 것이다. 요즘 상담을 진행하면서 상담이 뭔가 잘못 진행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 기도 하면서 상담의 기본이 흔들리고 방향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어 고민을 하고 있었다. 며칠 전에 그런 생각을 하였는데, 이제 공언을 하였으니 이번 기회에 집중적으로 전공 서적을 정독하며 정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연말까지 하루에 한두 시간씩, 주말에 집중 적으로 하면 가능한 일이다.
6주간 교육을 통해서 나는 무엇을 배웠는가? 가장 큰 소득은 삶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체득한 나의 방식이 좋은 방식이라는 확신을 얻은 것이다. 역경으로부터 벗어나려고 전쟁을 치르고 발버둥 치면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여 소진된 적도 있었고, 그럼에도 빠져나오지 못해 술에 빠져 지낸 적도 있었다. 많은 실패와 좌절 속에서 자신의 무능을 자책하고 그로 인해 힘든 나날을 보낸 적도 있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체득한 내용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하루를 알차게 보내며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교육 과정 중 하나는 매주 자신 만을 위한 실행 계획을 작성하고, 그 실행 여부를 발표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 나의 방식과 일치했다는 점이 나의 방식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었다.
삶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삶은 내 가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주어진 삶을 살아내는 것이다. 직업의 영어 표현 중 하나는 Calling (부르심)이라고 한다. 신의 부르심, 자연의 섭리, 불교의 업장 등이나의 할 일을 결정해 주고, 우리는 그 일을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비록 그 일이 지금 내게는 전혀 무관하고 나의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것도 대충 하는 것이 아니고 아주 정성을 다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결과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우리는 과정을 살면 되는 것이고, 결과는 우리와는 상관없는 세계의 일이기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런 삶의 구조를 이해하는데 60년의 세월이 걸렸다. 지금도 어떤 상황에 마주치면 화가 나기도 하고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고 피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삶의 구조를 이해했기에, 이제는 그런 마음을 빨리 알아차리고 그 순간 내게 주어진 일을 한다. 나의 일과 주어진 상황과의 분리를 하는 것이다. 그 순간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내 할 일은 끝나는 것이다. 결과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나의 영역이 아니기에 신경 쓸 필요 조자 없다. 예전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역경으로 인해 절망감과 삶의 회의감을 느꼈는데, 이제는 역경은 옆에 제쳐두고 내게 주어 진 일에 집중을 하며 지낸다. 그러면 힘든 상황은 저절로 나로부터 멀어져 간다. 비록 상황은 바뀌지 않았지만, 나의 마음은 평안할 수가 있다. 그 평온함으로 자신과 주변을 돌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나의 샘에 물이 고여야 그 샘물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 그 방법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과 방법을 찾아내어 일상 속에서 꾸준히 실행하는 것이다. 그 방법은 모든 상황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방법이 되어야 한다. 내게는 그 방법이 걷기와 명상, 그리고 아내와 TV 틀어놓고 소파나 식탁에 앉아 하루의 사소한 얘기를 하는 시간이다.
6주간 열정적으로 강의를 진행하셨던 강사님들,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교육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어주셨던 참석자 분들, 그리고 6주간 빠지지 않고 교육에 참석한 나 자신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모든 분들이 일상 속에서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