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님과 목탁

by 걷고


2018년 9월 5일부터 7일까지 ‘바람 빛 캠프’에집단상담 진행자로 참석을 하였습니다. ‘수원 희망지역 자활센터’와‘사회통합치유센터 마음 복지관’에서 매년 공동으로 주관하는 노숙인 분들을 위한 힐링 캠프입니다. 이번에도 강촌에 위치한 ‘성요한 피정의 집’에서 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저는 이번 참석이 재작년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재작년에 참석하였을 때 제가 그분들을 위해 뭔가를 했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많은 가르침과 감사함을 느꼈던 좋은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도 기꺼이 감사한 마음으로 참석을 하였습니다.


열 분의 노숙인 분들, 자활센터와 마음 복지관 관계자 분들, 그리고 피정의 집에서 수행하시는 수사님 등 약 20여 명의 인원이 조화롭게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편안하고 즐게 캠프를 진행하였습니다. 노숙인분들은 자활의지가 강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런지 프로그램 진행 시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프로그램 진행자와 주관하시는 분들은 좀 더 성실하고 열성적으로 진행을 하였고, 사소한 불편함도 드리지 않게 세심한 배려를 기울이기도 하였습니다.


행사 시작을 위한 여는 마당에서 빙 둘러앉아 참석자와 진행자 분들 모두 각자의 별칭을 정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이와 신분, 직위 등을 모두 내려놓고 서로 동등하게 존중받고 존중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의미 있는 시간입니다. 각자 자신 스스로 별칭을 정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며 힐링캠프는 시작이 됩니다. 노숙인 분들의 별칭이 저를 놀라게 하였습니다. 희망, 하늘, 긍정, 축복, 광명, 꿀벌, 쉼표 등 거의 모든 분들이 긍정적인 단어를 별칭으로 정하였습니다. 그 이름들은 단순한 긍정의 표현이 아니고 희망과 축복, 광명 등을 주위 분들에게 나누고 싶어 하는 적극적인 의지가 담겨있었습니다. 자신의 역경을 통해서 타인의 고통을 느낄 수 있고, 그 고통을 행복으로 바꿔 드리고 싶어 하는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었습니다.


프로그램 내용은 비교적 여유롭고 단순하였습니다. 춤과 몸동작을 이용한 몸과 마음 돌보기, 집단 상담, 체육 활동, 친교의 시간과 휴식 시간으로 구성되어 있고,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어떤 프로그램도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사 미리 안내를 드렸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참석여부를 스스로 결정하게끔 하는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캠프의 목적은 각자가 ‘자신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주어진 상황은 각자 선택한 결정에 의해 만들어진 상황입니다. 타인과 외부, 환경 탓을 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타인, 외부, 환경이라는 ‘자신의 종’을‘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관점을 변화시켜서 자신의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주인이 되어야만 자신의 삶을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삶의 주도권’을 되찾아 오는 것입니다. 참석 여부의 결정권을 그분들에게 맡긴 것은 너무나 현명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변화는 경계를 허물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습관적인 생활 태도의 경계를 허물고, 자신의 나쁜 습관의 경계를 허물고, 변화를 위해 자신의 틀을 깨야만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 경계를 허무는 것을 우리 모두에게 보여주신 분이 바로 수사님이십니다. 늘 소박한 웃음을 지으시며 겸손함과 여유로움,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지니신 스테파노 수사님. 직접 음식을 만들어 주시고 원활한 캠프 진행을 위해 세세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분입니다.


아침 식사시간에 인원이 식당으로 모이지 않고 있으니 수사님께서 ‘비장의 무기’를들고 나오셨습니다. 목탁!! 절에서는 모든 신호를 목탁으로 합니다. 공양시간, 울력 시간, 수행 시간, 기상과 취침 등. ‘피정의 집’에서 수사님이 큰 목탁을 들고 나와 목탁을 두드리며 사람을 불러 모으시는 모습은 통쾌한 파격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광경을 생각하면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됩니다. 수사님이 목탁을 치며 계단을 올라가시는 모습에서 동자승의 무심과 개구쟁이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노숙인분들이 스스로 결정한 별칭 자체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 대단히 파격적으로 경계를 허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비록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지금의 생활을 통해서 과거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밝은 미래를 위한 자신의 생활의 틀을 허물고 바꾸고 있는 것이 바로 자신의 경계를 허무는 것입니다. 달아리가 되기 위해서는 어미가 부리로 밖에서 두드리고, 안에서는 알 속의 병아리가 채 아물지도 않은 아주 연한 부리로 쪼는 것을 ‘줄탁동시’라고 합니다. 자신의 변화를 위해서는 이렇게 경계를 허물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스님이 찬송가를 부르고, 수사님이 목탁을 치고, ‘너’가 ‘나’가 되는 각자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바로 살아있다는 증거이며 삶의 원동력이며 발전의 동기입니다. 자신의 틀 속에 갇혀있는 한 발전은 없습니다. 수사님은 목탁으로 우리들에게 각자의 틀을 깨고 허물라고 말없는 법문을 설파하셨습니다. 모든 노숙인 분들, 프로그램 진행자 분들, 이 행사를 위해 애써 주신 모든 분들, 수사님과 피정의 집에 머물던 모든 분들, 그 외의 모든 존재들이 각자의 틀과 경계를 허물고 서로 사랑하며 자유롭게 살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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