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각

by 걷고


걸으며 여름의 무더위를 힘겹지만 즐겁게 지내 온 우리들에게 자연은 초가을의 청명함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무더위 가아 무리 심해도 세월 앞에서는 더 이상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어제의 가을 날씨가 더욱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모든 것은 자연의 이치와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합니다. 양지가 음지 되고, 앞서 가던 사람이 뒤쳐져서 올 수도 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은 변한다는 무상의 진리는 우리에게 희망을 가르쳐주고 동시에 어려움을 극복해 낼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홍제천 길을 따라 걷다가 ‘보도각(普渡閣)’이라는 전각 앞에서 휴식을 취하였습니다. 보도각은 암벽에 관세음보살상을 양각으로 새겨 놓은 곳에 지어진 전각입니다.‘보도각’의 의미를 저 나름대로 해석을 해 봅니다. 불가에서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힘들고 고통스러운 이 언덕, 차 안(此岸)이라 하고 그 고통의 세상을 건너간 평안한 저 언덕을 피안(彼岸)이라 합니다. 차 안에서 피안으로 건너가는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는 큰 배를 대승(大乘)이라 합니다. 결국 나 혼자 평안을 얻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저 언덕을 건너자는 의미를 지닌 대승불교. 그런 의미에서 보도각은 넓은 배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 건너가자는 대승 불교를 표현하는 전각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길을 안내하는 리딩의 의미는 보도각의 관세음보살님의 서원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방편입니다. 관세음보살님은 세상의 소리를 보고,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시는 깨달은 분을 뜻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리딩은 관세음보살님의 현신이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고통받는 중생이 없으면 관세음보살님도 존재 의미가 없습니다. 참석자가 없는 길에는 리딩의 존재 가치도 사라집니다. 리딩은 참석자들을 통해서 관세음보살님이 되고, 참석자는 리딩을 관세음보살님으로 만들어 줍니다.


음식을 자신이 먹을 수 있는 분량보다 더 많이 준비해 오시는 것도 함께 나누고 베풀고 싶다는 관세음보살님의 서원을 실천하는 좋은 방편입니다. 많은 분들이 편안하게 앉을 수 있게 넓은 깔개를 들고 다니시고, 물과 커피를 담아 오시고, 간단한 비상 약품을 준비하시고,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해 오시는 모습을 보며 모든 참석자 분들은 이미 ‘보도각’의 의미를 실천하고 계시는 관세음보살님이 되셨습니다.


처음 만난 ‘진용’이라는 분에게 닉 네임의 의미를 여쭤 보았습니다. ‘진짜 용기’의 의미로 자신이 용기가 없어서 진짜 용기를 얻고 싶어서 그 이름을 지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분은 걷기에 참석하기 위해 용기가 필요하셨을 겁니다. 과감히 용기를 내어 걷기 모임에 참석을 하셨다는 것은 이미 진짜 용기를 직접 몸으로 실천하고 계셨습니다. ‘진용’은‘진용’이 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지만, 이제는 이미 ‘진용’이 되신 멋진 분입니다.


‘빙봉’이라는 분과도 처음으로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 의미는 ‘종소리, 초인종 소리를 뜻하는 의성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걷기를 통해 자신의 닫힌 마음에 초인종을 울려 마음의 문을 열기도 합니다. 또한 자신의 마음의 문을 연 이후에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기도 합니다. 서로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며 함께 살자는 ‘보도각’의 의미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자연도 마음을 열고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멋진 산길, 시원한 바람, 아름다운 구름과 맑은 하늘, 확연히 드러난 산 능선의 모습, 데크길과 오솔길, 그늘이 만들어 낸 ‘빛과 그림자’의 아름다운 길. 자연은 아낌없이 모든 것을 우리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자연이 관세음보살님이 되었습니다.


어제 우리는 넓은 배를 타고 고통스러운 ‘이 언덕’에서 행복한 ‘저 언덕’으로 함께 손잡고 흥겹게 노래 부르며 건넜습니다. 바람, 하늘, 길, 사람이 모두 하나가 되어 ‘너’와 ‘나’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 가 된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어제 길을 이끌어 주시고 함께 걸으셨던 모든 관세음보살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코스; 홍제역-홍제천-옥천암-북한산 자락길-생태다리-백련산-성시경 숲-홍제역


거리: 약 1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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