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환갑을 맞이했다. 올해는 손녀가 태어났다. 손녀를 보는 순간 너무나 신비로웠다. 나의 아이가 아이를 낳았다. 나는 어느 순간 할아버지가 된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은 삼대를 보아야 알 수 있다고 했다. 나, 자식, 손주, 이 삼대를 이루어야 가정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고, 손주까지 무탈하게 살아야 잘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아직까지는 잘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삼대를 이루었으니. 사위를 만나면서 장인어른이 떠올랐고, 손주를 만나면서 우리 부모님이 떠올랐다. 그런 과정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이제 100일 갓 지난 손녀에게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처음 경험하는 신비롭고 경이로운 세상일 것이다. 며칠 전 맞이 한 추석도 그 아이에게는 첫 번째 추석이고, 내게는 익숙한 추석의 하나일 뿐이다. 아이는 그 순간이 신기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놀라기도 했겠지만, 내게는 별반 다를 게 없는 일상의 하나일 뿐이다. 같은 상황을 아이는 놀라운 세상으로 만나고, 나는 심드렁하게 만난다.
요즘 들어 아이의 성장은 늦고 나의 노화는 빨리 진행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이가 빨리 걷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나의 조급함 때문일 것이다. 아이는 정상적인 성장 과정을 밟아가고 있고, 나 역시 정상적인 노화 과정을 겪고 있다. 하지만 나의 눈에 아이의 성장은 너무 더디고 나의 노화는 너무 빠르다.
어제 지인에게 ‘윤미네 집’이라는 사진첩을 선물 받았다. 손녀의 얘기를 블로그에 비공개로 올리고 있다는 나의 얘기를 듣고 선물한 것이다. ‘윤미네 집’은 아마추어 사진작가인 전몽각 님이 자신의 딸인 ‘윤미’의 성장과정, 갓 태어난 모습에서 결혼식까지, 을 사진으로 남긴 사진첩이다. 그 책을 받는 순간 ‘가족일기’를 쓰고자 결심을 하게 되었다.
손녀에게 할아버지로서 뭔가를 남기고 싶었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을 해 왔었다. 이제 그 방법이 결정된 것이다. 그 책을 통해 손녀인 보윤이는 자신의 성장 과정을 볼 수 있고, 가족의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랑을 확인하면서 좀 더 사람다운 사람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가족 일기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나를 포함하여 아내, 딸, 사위, 손녀가 가족의 의미를 좀 더 깊게 느낄 수 있고, 가족 간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아침에 손녀의 결혼을 기념하기 위한 선물을 준비하자고 아내와 얘기를 했다. 아내는 웃으며 그때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인명은 재천이다. 하지만 손녀에게 뭔가를 기념으로 남겨 주고 싶다는 생각에는 서로 합의를 하였다. 내가 생각한 선물은 ‘보윤이네 가족 일기’이다. 손녀의 이름이 보윤이다. 아이의 성장 과정을 간단한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여 한 권의 책으로 편집하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손녀를 만날 때마다 아내가 사진을 찍고, 나는 간단한 글을 쓴다. 그리고 그 사진과 글을 인스타그램, 블로그, 브런치에 올려서 가족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과 그런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자료는 안전하게 모이고 보관이 될 것이다. 그 자료를 10년, 20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발간하는 것은 그다지 힘든 일은 아닐 것이다. 다행스럽게 손녀가 태어난 이후 지금까지 아이를 만날 때마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느낌을 글로 정리하여 블로그에 비공개로 올리고 있다. 이제는 아이 부모의 허락을 받은 후에 가족일기를 만들어 SNS를 통해 공개를 하는 것으로 이 프로젝트는 시작이 된다.
지금까지 두 권의 책을 발간했다. 주 내용은 하고 싶었던 나의 말을 글로 정리하여 표현한 것이다. 대부분 나와 가족, 그리고 일상의 생각들을 정리한 내용이다. 책을 발간하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구상할 수 있었다. 과거의 많은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고, 미래에 대한 불안도 떨구어 낼 수 있었다. 나의 얘기를 모두 꺼내 놓아 더 이상 할 얘기가 없을 정도로 속이 시원했다. 내게는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이제는 더 늙기 전에 아름다운 가족 일기를 만들며 하루하루 행복한 삶을 가족들과 함께 나누며 살고 싶다. 그저 고마울 뿐이다. 지금 내게 주어진 모든 상황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