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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고 Jun 17. 2024

‘마음챙김 걷기’ 책을 준비하며

마음챙김 걷기를 시작한 지 반년이 지나간다. 원래 계획했던 내용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상황에 맞춰 유연성 있게 대처하며 진행하고 있다. 꽤 오랜 기간 고민하고 준비해 온 프로그램이지만, 막상 진행하려니 스스로 쑥스러운 면도 있고, 걷기 전 스트레칭, 침묵걷기, 종소리 명상을 참가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대한 걱정도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쑥스러워하는 편이다. 게다가 잘 알지도 못하는 것을 아는 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고민을 늘 하고 있다. 경험과 공부를 통해 스스로 어느 정도 이해하고 그 방식대로 연습하고 노력해 왔기에 혼자 실행하는 방식에는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확인되거나 검증되지 않은 어떤 방법론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알려주고, 가르치는 것은 다른 일이다. 나의 방식 덕분 또는 때문에 나 혼자 덕을 보거나 해를 입는 것은 상관없지만, 그 방식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은 매우 두려운 일이다.      


과연 나는 ‘마음챙김 걷기’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마음챙김’에 관한 나의 생각과 판단이 옳을까? 자문해 본 결과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잘 모르는 ‘마음챙김’이나 ‘마음챙김 걷기’를 안내하고 진행하는 것이 옳을까에 대해 자문을 해 본다. 물론 학자들마다 ‘마음챙김’에 대한 해석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마음챙김의 어원은 2,500년 전 팔리어의 sati에서 비롯된다. sati를 영어로 번역하여 mindfulness가 되었고, 이 단어를 우리말로 번역하여 ‘마음챙김’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sati의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쉽게 표현하면 ‘매 순간순간의 알아차림’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마음챙김 걷기’란 길을 걸으며 생각이나 감정, 즉 어떤 마음이 떠오를 때 빨리 알아차리고 다시 지금 하고 있는 걷는 행위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걸으며 발의 감각에 집중할 수도 있고, 소리에 집중할 수도 있고, 바람의 감촉을 느낄 수도 있다. 즉 걸으며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이를 감각으로 변환시킨 후 그 감각에 집중하며 생각이나 감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걷기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제목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며 지내왔다. ‘심신 치유 걷기’, ‘심신 힐링 프로그램’, ‘걷기와 명상’, ‘걷기 명상’ 등 다양한 고민을 하며 프로그램을 다듬고 있었다. 그때 마침 월간 ‘불교문화’ 잡지사에서 브런치에 쓴 나의 글을 보고 ‘마음챙김 하며 걷자’라는 주제로 글을 의뢰해 왔다. 이 주제 덕분에 걷기 프로그램 이름을 ‘마음챙김 걷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글을 준비하며 다른 저자의 글을 읽어보았다. ‘불교문화’에서 2024년 캠페인으로 이 주제를 결정해서 매월 다른 저자에게 글을 의뢰해서 게재하고 있다. 다른 전문가들은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마음챙김 걷기’에 관한 해석과 판단을 내리며 그에 적합한 걷기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마음챙김’이라는 단어는 무척 포괄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학자의 전문지식으로 접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겠지만, 굳이 학자의 지식을 기반으로 해서 어떤 의견은 옳고 그르다는 시비를 가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포괄적인 의미를 하나의 틀에 묶는 번거로운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기 확신이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마음챙김 걷기’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나누며 살아가고 싶다. 지금은 격주 간으로 ‘금요 서울 둘레길 마음챙김 걷기’와 ‘해파랑길’을 걸으며 침묵 걷기를 한 시간 정도하고 있다. 침묵 속에서 걸으며 발의 감각이나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라는 안내 정도 하며 함께 걷고 있다. 지금은 이 두 프로그램만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참가자들과 함께 걸으며 또 홀로 걸으며 걸음 속 마음챙김을 꾸준히 연습하고 일상에서 실행하며 지내고 있다. 그리고 그 긍정적인 효과를 조금씩 직접 몸으로 체험하며 깨달아 가고 있다. 실행하기 쉽고 심신 건강의 회복과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마음챙김 걷기’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며 즐겁게 지내고 싶다.    

  

‘마음챙김 걷기’ 책을 쓰기로 결정한 것도 ‘마음챙김’에 대한 자기 확신을 만들기 위한 방편이다. 한 권의 책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마음챙김 걷기’를 진행하는 사람으로서 또 평생 이 일을 할 사람으로서 ‘마음챙김’에 관한 원칙을 확립하고 방법을 체계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책 한 권 쓰는 것이 참가자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며 매우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을 쓰며 프로그램에 대한 수정과 보완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부족한 부분은 책을 읽고 전문가를 만나 의견을 들으며 채워나가면 된다. 다행스럽게 주변에 도움을 주실 분들이 있고, 참고할만한 책도 제법 갖고 있다. 또 필요하면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면 된다. 직접적인 경험, 전문가들의 의견, 책을 통한 지식의 습득 등을 바탕으로 책을 준비하고 있다.      


‘마음챙김 걷기’를 시작할 때 설명회를 한 적이 있다. 마음챙김의 정의, 명상의 필요성, 마음챙김 걷기가 필요한 이유, 호흡명상 방법 등을 안내하는 참가자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 과정이었다. 명상에 관해 강의했던 기존 자료에 마음챙김을 추가해서 강의 자료를 준비했다. 자료를 준비하며 체계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순서를 재편성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책을 쓸 계획이다. 기본적인 나침판은 만들어져 있는 편이다. 이 나침판을 따라가며 글을 쓰고,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 또 관련 서적을 읽으며 수정과 보완을 하면 언젠가는 ‘마음챙김 걷기’에 관한 한 권의 책이 발간될 것이다.      


지금까지 걷기 관련 책을 세 권 발간했다. 2017년에 산티아고 다녀온 후 쓴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길, 산티아고>, 걷기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경기 둘레길을 걸었던 후기를 모아 만든 전자책 <나를 찾아 떠나는 길, 경기 둘레길>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 ‘왜 우리는 걷는가?’라는 주제로 11명을 인터뷰해서 <우리가 걷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브런치 북을 발간했다. 이 세 권의 책은 이미 자료가 준비된 상태에서 쓴 책이다. 길을 걸으며 느낀 생각과 감정이 바탕이 되었고, 길을 걷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한 자료가 바탕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 준비하고 있는 ‘마음챙김 걷기’ 책은 지금부터 글을 쓰며 만들어나가야 한다. 기본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마음챙김’과 ‘걷기’라는 주제만 있을 뿐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쓰고 싶다는 생각과 꼭 써야만 하는가에 대한 갈등이 제법 오랜 시간 마음속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이제 첫 글을 쓰고 있다.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이 되겠지만, 대신 책이 발간된 후의 보람과 나의 길에 대한 확신, 구조화된 프로그램의 완성 등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써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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