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열반에 드신 틱낫한 스님의 저서 ‘How to Walk'를 최근에 만날 수 있었다. 예전에 이 책이 있다는 것을 알고 구입해서 읽고 싶었지만, 절판이 되었는지 찾을 수 없었다. 스님께서 열반하신 후 책이 다시 발간된 것 같다. 이 책을 만나서 기쁘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꼭 읽고 싶은 책이다. 스님께서는 프랑스의 명상센터 ’ 플럼 빌리지‘에서 명상을 수행하시고 지도하시며 많은 시간을 보내셨다. 우리나라에 오셔서 법문도 하시고 걷기 명상을 지도하신 적도 있다. ’ 플럼 빌리지‘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종이 울리면 하던 일을 멈추고 종소리에 집중해야 한다. 걸을 때에는 걷는 일에 집중하고, 식사할 때에는 먹는 일에 집중한다. 마음챙김이다. 특히 스님께서는 걷기 명상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며 당신 스스로도 걷기 명상을 늘 일상 속에서 수행하셨고, 수천 명과 함께 걸으며 단체 겯기 명상을 지도하신 적도 있다.
책을 받아보니 주머니나 가방에 넣고 다니기에 편안한 작은 크기의 책이다. 내용도 짧게 정리되어 있어서 읽기도 편하다. 당분간 이 책을 늘 들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나 한 페이지씩 읽어볼 것 같다. 어느 페이지를 먼저 읽어도 상관없는 책이다. 각 페이지마다 다른 글이 있지만 결국은 한 가지, 마음챙김,을 다양한 각도에서 안내하고 있다. 특히 걷기 명상하는 방법에 대한 친절하고 자세한 안내가 있다. 스님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생각을 멈추고, 말하기를 멈추고, 발로 땅을 접해보세요. 걸음마다 즐길 수 있으면 수행을 잘하고 있는 것입니다. (..........) 걸을 때는 걸음을 호흡에 맞추십시오. 호흡을 걸음에 맞추어서는 안 됩니다. 우선 들숨에 두 걸음, 날 숨에 세 걸음을 걸어보십시오. 계속 걷는 중에 만약 폐가 들숨에 세 걸음, 날숨에 다섯 걸음을 걸으면 더 행복하겠다고 말한다면 그렇게 걸으십시오. (.........) 걸으면서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걸음마다 더욱 즐거워질 것입니다. (..........) 발바닥에 주의를 집중하면 좋습니다. 발이 땅에 닿는 느낌에 집중하세요. 위에 있는 머리가 아니라 저 아래 있는 발바닥에 내가 존재합니다. 아름다운 지구별 어머니에 닿는 그 느낌을 느껴보세요.” (본문 중에서)
언행과 마음이 함께 한 적이 있는가라고 자문해 본다. 하루에 몇 퍼센트 정도 마음챙김을 하고 지내는지 돌이켜보니 채 5%도 되지 않는 것 같다. 심지어 정좌 호흡 명상을 하면서도 생각은 다른 데를 헤매고 있고, 걸으면서도 생각은 몸과 많이 떨어져 있다. 더군다나 친구들과 술을 마실 경우에는 마음챙김은 아예 사라져 버리고 술이 나를 지배한다. 마음챙김을 놓치는 순간 환경이 나의 주인이 되어 버리고, 주인은 사라져 버린다. 주인이 없는 집안에는 도둑놈들이 제 세상 만난 듯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는다. 가끔은 ‘화’라는 놈이 설치기도 하고, ‘게으름’이라는 놈도 들어와서 함께 놀고, ‘욕심’이라는 놈까지 가세해서 주인의 접근 자체를 아예 차단시켜 버린다. 집안은 어둠으로 가득하다. 심지어는 어둠 속에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어둠이 밝음이라고 착각하며 마치 정신 나간 사람처럼 살아간다.
이 책은 시기적절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특히 최근에는 술자리가 잦아지면서 취하고, 다음 날 후회를 한 적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이 술을 마실 때 마음챙김을 하지 못했다는 후회와 자책이다. 이런 상황에게 마치 경책을 하기 위해 이 책이 나를 찾아온 것 같다. 일상 속 마음챙김의 방법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이 책과 시절 인연이 되어 만나게 된 것이다. 짧은 글로 되어 있고, 분량도 적어서 한 시간 이내에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이 책은 그렇게 읽을 책은 아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마음을 다해 읽으며 그 글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고 일상에서 실천하며 자기 점검의 방편으로 읽기에 아주 적합한 책이다.
길동무들과 함께 걷는 것도 좋아하지만 혼자 걷는 것도 좋아한다. 최근에는 혼자 걷는 시간을 늘려나가고 있다. 침묵 속에 혼자 여유롭게 걸으며 주변도 느끼고, 발의 감각에 집중하기도 하고, 몸의 감각 전체를 느끼며 걷는 시간이 점점 더 좋아지고 소중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과 시도에도 여전히 걸으며 몸과 마음은 분리된 채로 각각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몸은 길을 걷고, 마음은 허공 속 망상을 걷는다. 가끔은 새소리가 정겹게 들리기도 하고, 하늘과 구름의 평온한 세상을 보기도 한다. 몸과 발의 감각에 집중하며 걸으며 ‘지금-여기’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짧은 찰나에 느끼기도 한다. 언젠가는 이 찰나가 순간이 되고, 순간이 일분이 되고, 일분이 이분이 되며 ‘지금-여기’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산티아고 길을 걸을 때 며칠간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고, 생각을 하려고 억지로 어떤 생각을 불러와도 금방 사라진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 순간 ‘걷는 나’와 ‘걷는 나를 바라보는 나’, 그리고 그 둘을 바라보는 ‘누군가’만 존재했다. 그 경험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모든 생각이 떨어져 나간 상태, 오직 ‘걷는 나’만 존재하는 상태가 나의 주인이 되는 순간이다. “발걸음마다 도착하십시오. 그것이 걷기 명상입니다. 그 밖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본문 중에서) 이 순간이 바로 자기의 주인이 되는 순간이다. 마음챙김의 방법이자 결과이다. 오직 자신과 자신이 하는 행동, 말, 생각과 마음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명상이고, 마음챙김이고, 마음공부이고, 수행이다. 옛 어른들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을 두어라.” 마음챙김을 아주 쉽게 알려주신 지혜로운 말씀이다. 지금 나의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는가? 걸으며 나의 몸과 마음, 생각은 하나인가? 이 질문을 화두처럼 들고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