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청년경찰>
스포일러: 약함
히어로는 날 때부터 히어로였을까?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피터 파커(톰 홀랜드)를 보노라면 결코 그렇지가 않다. 피터는 베스트 프랜드 네드와 급식을 먹으며 지나가는 이성친구를 넋 놓고 바라보는 평범한 10대 청소년이다. 경시대회에 나가고 홈파티에 초대받으며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학교생활을 보내오던 피터는 어느 날 거미에 물리게 되면서 특별한 능력을 얻는다. 다소 내성적이던 소년은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기 위해 세상으로 나온다.
<청년경찰>의 희열(강하늘)과 기준(박서준) 역시 <홈커밍>의 피터가 그렇듯 평범한 학생이다. 피터가 유전자 조작된 슈퍼거미에 계획하고 물린 게 아닌 것처럼 희열과 기준은 자신들이 경찰학교에 들어가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저 남들 다 가는 대학보다 조금 특별한 대학, 학비가 무료여서 다니기에 부담 없는 대학을 가고 싶었을 뿐이다. 우연을 계기로 자신들의 자리에 선 이들은 꿈을 좇는 학생보다는 차라리 폼생폼사에 더 가깝다. 그저 조금 멋있어 보이는 일과 좀 더 특별한 일에 매력을 느낄 뿐이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매력은 곧바로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피터는 어벤저스 간의 싸움에서 활약하는 데 성공하고, 희열과 기준은 훈련을 무사히 수료하고 경찰대학생이 된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은 그러나 너무나도 짧게 스쳐 지나가고, 돌아온 일상은 평범하다 못해 지루하기 짝이 없다. 결국 이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선다. 위험에 처한 시민들을 도와주고 맘에 드는 이성과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열어젖힌 문 뒤에서 이들은 스스로의 힘으로도 할 수 없는 일들을 발견한다. 경찰이 아닌 예비 경찰, 히어로가 아닌 예비 히어로는 자신들에게 찾아온 무력감에 좌절하고 만다.
<청년경찰>은 ‘경찰’이 아닌 ‘청년’에 관한 영화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영화는 이병헌 감독의 영화 <스물>을 닮았다. 두 작품 모두에 출연한 강하늘 배우 덕에 <청년경찰>은 <스물>의 연장선상처럼 보이기도 하다. 히어로물이 역사 속 뚜렷한 영웅이 없는 미국에서 탄생한 일종의 영웅신화라면, 위의 두 영화는 영웅신화라기보다 한 편의 성장드라마에 더 가깝다. 덕분에 관객의 삶에 친숙한, 그래서 더 공감이 가는 이야기가 탄생했다. 우여곡절을 거쳐 세 번의 다른 시리즈로의 개봉에도 불구하고 <스파이더맨 홈커밍>이 흥행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제작사가 마블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의 행동은 줄곧 타인에게로 향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들의 내면에 작용한다. 부나비처럼 화려한 불꽃에 뛰어든 이들은 그 속에서 제 능력을 시험하며 자신을 정의 내릴 수 있는 기준을 찾는다. 학생이라는 모호한 신분적 위치는 물 흐르듯 흘러가는 생활 속에 어느덧 성인의 몸을 가지게 된 미숙한 소년들의 확립되지 못한 자아 정체성을 대변한다. 그러니까 이들은 결국 '나'를 찾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다. 바로 그 행동의 끝에 꿈이라는 이름의 목표가 생긴다.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이들은 전진하기 시작한다.
이미지 출처: Daum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