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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남 Feb 07. 2017

'하프(50/50)타임'에서 51대 49로

제 51회 슈퍼볼(Super Bowl) 하프타임 쇼, 레이디 가가

 세계는 두 진영으로 쪼개져 있다. 마치 ‘슈퍼볼(Superbowl)’의 애틀랜타 팰컨스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처럼 말이다. 이건 자유라는 이념으로 세워진 이민의 국가 미국에서 얼마 전, 반 이민 정책 행정명령에 대통령이 서명을 하고부터 벌어진 이야기다. 세계는 트럼프 세력과 반 트럼프 세력으로 분단된 상태이고, 평화를 상징하던 자유의 여신상의 횃불은 꺼지기 직전이다. 레이디 가가의 제 51회 슈퍼볼 하프타임 쇼가 확정되자, 그녀가 공연 도중 자국 대통령을 비난 할 것이라는 루머는 기정 사실화되어 많은 우려를 낳았다. 대선 이전부터 클린턴을 강하게 지지하고 트럼프 당선 후에도 1인 시위를 앞장서던 그녀였기 때문이다.

'사랑은 증오를 이긴다(Love Trumps Hate)'는 슬로건을 든 채 1인 시위 중인 레이디 가가

 2008년, 레이디 가가는 미래지향적이고 아이코닉한 컨셉과 대중적이고 캐치한 1집 앨범 <The Fame>으로 단숨에 미국 음반 시장을 장악했다. ‘Just Dance’, ‘Poker Face’를 연 이어 빌보드 차트 정상에 세운 그녀는 이후에도 수많은 메가 히트곡들을 남겼지만, 자신의 영역을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한 채 락∙재즈 등의 비대중적인 장르들까지 넘보면서 점차적인 외면을 받았다. 아티스트로서의 지나친 프라이드가 빚어낸 결과물이었다. '무표정한 얼굴(Poker Face)'로, 복잡하고 멍청한 '사랑놀음(Love Game)'에 빠진 채 '암흑 속에서 춤을 추고 있던(Dance In The Dark)' 그녀는, 말하자면 하프타임 쇼의 도입부와 같이 '영광의 끝(The Edge of Glory)'에서 홀로 외치는 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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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프타임 쇼는 그래미(Grammy’s)에서 데이빗 보위의 추모 공연을 콜라보했던 인텔의 드론과 함께, ‘미국 제 2의 애국가’라 불리는 ‘God Bless America’로 시작한다. NRG 스타디움의 천장에서 수백 여개의 드론은 ‘이 땅은 당신의 땅이자, 나의 땅이다’라는 노랫말과 함께 하나되어 성조기의 모습을 이룬다. 그리고 그 모습 앞에서 그녀는 말한다.

신 아래, 모두를 위한 자유와 정의로 이루어진, 불가분의 하나의 국가
제 51회 슈퍼볼 하프타임 쇼 'Born This Way' 공연 中

 ‘Born This Way’로 이어지면서 하프타임 쇼는 모든 대립에 대한 반감 의지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유색인종이나 성소수자와 같이 백인우월주의와 성다수자가 점령한 문화 속에서 핍박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곡은 ‘나 자신을 사랑하라, 신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라는 메세지를 전달한다. ‘Born This Way’에서 그녀의 팀은 모두 보라색 의상을 입은 채 퍼포먼스를 하는데, 이 의상은 빨강으로 대변되는 애틀랜타 팰컨스와 파랑으로 대변되는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융화, 대립과 구분과 차별로부터 벗어난 화합을 상징한다. 그녀는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나아가 무대 전체를 보라색으로 물들인다.


 관중의 LED는 ‘Telephone’에서 하나되어 별(지구) 모양을 이루고, ‘Million Reasons’에서는 모든 것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심장의 형태를 이룬다. 레이디 가가를 비롯한 모든 백댄서, 백싱어, 그리고 밴드들은 단결하여 관중의 중심에서 마치 하나의 심장으로 박동하듯 '춤을 춘다(Just Dance)'. 이들의 결속력은 마지막까지 달려가 ‘Bad Romance’에서 절정을 이루고, 홀로 외치는 자였던 레이디 가가는 서로 다른 가치관과 그 모든 차별까지 끌어안은 '포용하는 자'가 된다. 그녀의 춤과 노래가 대립하는 사람들 모두를 하나로 만든 것이다.


Lady Gaga's Pepsi Zero Sugar Super Bowl LI Halftime Show

https://www.youtube.com/watch?v=mjrdywp5n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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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프타임 쇼가 끝나고 레이디 가가는 럭비 공을 안은 채 무대를 떠난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슈퍼볼은 뉴잉글랜드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우려했던 레이디 가가의 트럼프 디스도 없이, 제 51회 슈퍼볼은 순조롭게 마무리된다. 그러나 이 무대로 인해 치열하던 50대 50의 대립이 화합의 길로 한 걸음이나마 나아가지 않았을까 싶은, 그런 예감 혹은 바람이 있다. 분열과 대립을 주창할 줄 알았던 그녀가 하프타임 쇼를 통해 전달한 것은 백인과 유색인종, 성다수자와 성소수자, 애틀랜타 팰컨스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그리고 트럼프 세력과 반 트럼프 세력의 융화와 화합이었다. 무대 도중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을 포옹하던 레이디 가가의 모습이, 분단 국가이자 또 다른 분열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물론 이 날의 공연은 레이디 가가 본인의 커리어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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