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나는 초고도비만이 되었나.
마음이 아프고 공허했다. 연애, 업무, 학생, 수업, 대인관계 중 어느 것 하나 평탄하지 않았다. 남자 친구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고 계속 이별을 이야기했다. 사내 연애 중이었던 나는 이별 후에도 계속 그 사람을 봐야 하는 현실이 괴로웠고 그 역시도 자기 주변을 서성이는 나를 모질게 끊어내지 못했다. 마음은 채워지지 않는 욕구로 허전했다.
일도 순탄치 않았다. 약간의 완벽주의가 있는 나는 내 실수를 용납하지 않았다. 잘하고 싶었고 인정받기를 원했다. 하지만 어느 직장인이 매일 '둥가 둥가 어이구 잘한다.' 칭찬을 들으며 일하겠는가. 그럼에도 나는 그렇게 예쁨 받길 원했다.
마음이 허전했다.
초임 발령을 받아 간 학교에서 나는 스승이고 싶었으나 선생의 대우를 받았다. 선생님도 아닌 교사도 아닌 선생. 딱 그 정도 위치였다. '첫 술에 배부르랴.'하고 말하지만 배부르고 싶었다. 수업도 잘하고 생활지도도 잘하고 아이들에게 부족함을 보이지 않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 학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초임이 말이다. 다시 생각해도 난 욕심이 많고 성미가 급하다.
그땐 그래서 마음이 허전했다.
허전한 마음은 늘 배달음식과 편의점 쇼핑으로 채웠다. 한 번에 5만 원 치의 간식을 사는 편의점 flex를 누리던 나는 주로 김밥, 샌드위치, 아이스크림의 코스로 먹는 것을 즐겼다. 시골생활의 유일한 낙이었다. 배를 한 껏 채우고 나면 허전했던 마음이 꽉 찬 것처럼 행복해진다. 그다음은 좋아하는 영화를 틀어놓고 침대에서 뒹굴거린다. 혹여나 마음 한쪽 허전함이 남아 있을까 봐 굴러다니며 배를 꽉꽉 채운다.
여기쯤 글을 읽은 분들은 내 심리상태가 안정적이지 않았음을 느꼈을 수도 있다.
맞다. 난 우울증이 온 것이었다.
다만 다른 증상으로 입맛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폭식으로 나타났다는 것. 나는 마음의 아픔을 잊기 위해,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계속 먹고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