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강의는 새벽 3시에 시작됐다

사회초년생 앞에서 떨고, 웃고, 자괴감까지 느낀 하루의 기록

by 인생이란

눈 떠보니 새벽 3시였다.
실제 강의 시작은 오전 11시였지만, 내 첫 강의는 그보다 훨씬 일찍 시작됐다.


누가 시킨 것은 아니었지만, 잘하고 싶었다.
취준생들 앞에서 이야기한다는 것만으로도 책임감이 확 올라왔다.
그래서 새벽부터 혼자 시뮬레이션하다가… 날이 밝아버렸다.


10월 27일 월요일, ‘사회초년생·취준생 대상 경제 강의 강사 모집’ 공고가 떴다.

JA코리아가 스타벅스 후원을 받아 사회초년생, 취준생 대상으로 Job Fair를 운영한단다.

평소에도 사회초년생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남들 앞에서 강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

내가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 + 사람들 앞에서 말해보고 싶다는 욕심

이 두 개가 나를 움직였다.


바로 지원했다.


운 좋게 다음날인 화요일에 확정 연락이 오고,
수요일·목요일엔 퇴근하자마자 준비하고,
금요일엔 휴가 내고 강의 3타임.




1부 — 취준생들의 눈빛은 생각보다 강했다.


첫 타임.
생각보다 사람들이 진지했다.
내가 말하는 걸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눈빛.
그 초롱초롱함이 나까지 집중하게 만들었다.


마이크는 되도록 쓰지 않았다.
마이크 목소리에 졸렸던 경험이 있어서,
가능한 한 육성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말하고 싶었다.

강의 중간엔 엉뚱한 질문들도 들어왔다.

남편이랑 적금으로 5억 모았다는 사람은 “지금 뭐에 투자하는 게 좋아요?”라고 했고,
지금 부동산 시장이 버블로 보이냐는 질문도 있었다.
나는 경제전문가도, 투자고수도 아닌데…
사람들이 진짜 나를 믿고 물어본다는 게 신기하고 부담스럽기도 했다.


내가 임의로 정해놓았던 ‘투자원칙 3가지’를 이야기했더니 호응이 꽤 컸다.
그냥 내 기준일 뿐인데(사실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다가, 강의를 위해 정리한 측면도 없지 않아 있는데..)

있어 보였나 보다.

약간 민망했다.

“아… 이거 별건 아닌데요…” 라고 말하면서도 기분은 좋았다. ㅋㅋ




2부 — 고등학생 난이도 지옥 + 오후 2~3시의 졸음


두 번째 강의는 좀 험난했다.
고등학생이 한 10명쯤 들어왔다.
와 이게… 난이도 조절이 너무 어려웠다.
취준생을 기준으로 준비했는데, 갑자기 수능도 안 본 학생들이 들어와 있으니…
설명을 하다가도 “이거 너무 어렵나?” 싶은 순간이 계속 찾아왔다.


그리고 오후 2~3시.
최악의 시간대.
사람들이 조금씩 눈을 감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졸렸다.
강사도 사람이다. 오후 2시엔 졸리다. ㅋㅋ


옛날에 교실에서 애들 자도 계속 수업하던 선생님들 생각이 났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이제 조금 알겠다.
존경스럽네, 진짜.


그 와중에도 상담하겠다고 끝나자마자 달려오는 사람들.
취준생들의 고민은 진짜 무겁고 현실적이다.
어떤 게 합리적이고, 어떤 선택이 더 나은지—
내가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는 문제들이라 더 조심스러웠다.




3부 — 가장 어려운 건 ‘쉬움’이었다.


세 번째 강의까지 끝내고,
스타벅스 코리아 담당자에게 “어땠나요?” 하고 살짝 물어봤다.
피드백은 이랬다.


“용어설명이 없어서 다소 어렵게 느껴졌어요.”


와… 충격.
나는 진짜 쉽게 얘기하려고 한 건데.
내가 아무리 ‘쉽다’고 생각해도 누군가에게는 어려울 수 있구나.
이걸 실전에서 처음 온몸으로 느꼈다.

강의의 본질은 내가 뭘 알고 있는지가 아니라,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말하는 것이라는 걸 배웠다.




끝나고 난 뒤 — 성공 후의 자괴감


집에 오자마자 이상한 감정이 올라왔다.
강의시간도 잘 맞췄고,
사람들도 고개 많이 끄덕였고,
잔 사람도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왠지 내 자랑만 잔뜩 하고 온 것 같은 기분.
떠벌리고 온 것 같아서 찝찝했다.
“내가 뭐라고…” 하는 자괴감이 올라왔다.


근데 또 생각해 보면,
그 시간 동안은 내가 가진 걸 진심으로 다 꺼냈다.
누군가 한 명에게는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싶다.


후련했고, 다시 하라고 하면 많이 떨지 않을 수 있을 거 같다.
이게 ‘첫 강의’라는 거구나— 하는 걸 실감하기도 했다.



혹시 나처럼 생애 첫 강의를 준비 중이거나,
누군가 앞에서 말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면—
이 기록이 마음을 조금 덜 떨리게 해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