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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Mar 23. 2016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통해서 본 인간의 본성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가장 강렬한 문장은 이것이다. ‘인간이란 은혜를 모르고 변덕스러우며 위선적인 데다 기만에 능하며 이익에 눈이 어둡다.’ 이것은 여러 나라를 다니며 외교관으로 활동했던 마키아벨리의 풍부한 경험에서 나온 말인데 군주론을 읽고 있으면 실제로 인간이란 이렇게 영악한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마키아벨리의 이런 가설이 일반화될 수 있는 것일까? 이것을 논의하기에 앞서 우리는 우선 군주와 신민의 역학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리는 흔히 군주는 인민을 억압하고 그들의 피를 빨아먹는 강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군주는 신민들의 지지를 잃으면 그의 모든 생명을 잃는 것이지만 신민들은 군주가 바뀌는 것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다. 또한 군주는 가진 것이 많기 때문에 그것을 잃을까 항상 불안하고 초조하다. 반면 신민은 잃을 것이 없기에 두려움도 없다. 사랑을 갈구하고 애태우는 쪽은 항상 군주이고 시크한 쪽은 신민이다. 신민이 갑이다.



이것은 마치 군대 갔다가 복학한 선배가 파릇파릇하고 예쁜 새내기 후배와 초조해하면서 사귀는 것과 같다. 처음부터 힘의 균형이 평행이 아니었던 것이다. 후배 주변에는 호시탐탐 그녀를 노리는 늑대들이 서성였고 선배는 이 모든 악당을 다 경계해야 했다. 이 상황에 남자는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하여 후배에게 밥도 사주고 영화도 보여주면서 최대한의 호의를 베풀려고 노력을 했다. 하지만 예쁜 후배는 시간이 갈수록 선배에게 잘해줄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된다. 어차피 자신이 잘해주나 못해주나 선배가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선배의 호의에 너무 익숙해져 종종 그것을 자신의 권리라고 착각하기도 하였다.



이런 모습을 안타깝게 본 남자의 친구 마키아벨리는 그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직접 해준다. ‘은혜는 조금씩 베풀어야 하며 그래야 그 맛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군주론 中). 가끔씩 나쁜 남자가 될 필요도 있다.’ 마키아벨리는 이런 현실적인 ‘밀당’의 방법을 친구에게 전수해 주기도 하였다. 심지어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고 서슴없이 말해주었다. 남자는 친구의 말에 정말 그게 사실일까? 반신반의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남자는 여자친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여친의 핸드폰에서 다른 남자의 문자를 우연히 발견한다. 남자는 마키아벨리의 조언이 스치면서 그 놈에게‘앞으로 내게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재빨리 답장을 하고 그녀가 오기 전에 모든 기록을 그녀의 핸드폰에서 지웠다. 좀 치사하긴 하지만 남자는 페어플레이를 하기엔 자신이 너무 불리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여긴다. 그 이후에도 찌질한 반칙을 몇 번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자기 스스로를 합리화시켰다.



그렇게 그 둘은 알콩달콩 잘 사귀다가 대학을 같이 졸업하게 되었다. 후배는 여전히 아름답고 매력이 있어서 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추파를 던지기도 하였다. 반면 남자는 당시 불경기라 취업이 잘 안 돼 1년 넘게 백수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후배는 삼성에 다니는 어떤 남자의 끊임없는 유혹에 결국 넘어가 그에게 마음을 줘 버렸다. 그 삼성맨은 그녀에게 명품백도 사주고 suv차량으로 드라이브도 시켜주고 결국엔 멋진 프러포즈까지 해 버렸다. 그 추레한 선배는 나중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되고 분개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내 여친은 진짜 본성적으로 못됐다. 내가 학교 다닐 때 그녀에게 맨날 밥 사주고, 리포트도 대신 써 주고, 비가오나 눈이오나 먼 길을 돌아 집에까지 항상 안전하게 바래다주었는데..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가 있지? 대학교 때는 나를 평생 사랑하겠다더니, 결혼까지 생각한다더니.. 진짜 그 아이는 은혜를 모르고 변덕스러우며 위선적인데다 이익에 눈이 어두운 애다.”



이 러브스토리가 바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내용의 전부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에서 과연 이 여자후배가 본성적으로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이 경우 남자는 친구들을 찾아가 너무 화가 나서 이성을 잃고 여자친구의 욕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마키아벨리를 비롯한 그의 친구들은 원래 그 여자가 못됐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한 것이라고 쉽게 정의 내려 버렸다. 그런데 그녀는 알고 봤더니 부모님에겐 효심 가득한 딸이었고 동생들에겐 좋은 언니, 누나였고, 친구들에겐 따뜻한 멘토였다. 봉사활동도 많이 하고 교수님들에게도 평판이 좋았다. 그 선배와도 사귀는 동안에도 성의를 다했었고 헤어질 때도 선배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그녀는 앞으로 더 좋은 딸, 언니, 누나가 되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삼성맨을 선택했다는 것을 선배에게 순순히 실토했다. 그녀는 의리의 여신이지만 결혼까지 의리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마키아벨리는 ‘인간은 매우 단순하고 목전의 필요에 따라서 움직인다 (군주론 中).고 했는데 사실 나도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고 여긴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단순하고 필요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과연 ‘악하다’ 라고 까지 이야기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수세기 동안 반복된 인간 본성에 대한 <군주론>의 핵심적인 질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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