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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Mar 27. 2016

만화처럼 웃자

내가 2일 전 포스팅 했던 '뽀로로' 만화 영화를 보다가 한 장면이 떠 올랐다. 만화에서는 내레이션으로 ‘그 꼬마 친구들이 낚시를 갔다가 풍랑을 만나서 배가 전복되고 의식을 잃어버렸는데, 일어나 보니 무인도였습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진행이 되었다. 그 친구들이 깨어나서 대수롭지 않은 듯 대화를 이어가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것이 실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기절초풍할 일인가?



만화라는 장르의 특성 때문에 그 장면을 시청하는 우리들도 꼬마들이 목숨을 잃을뻔한 사건을 큰 일이 아닌 듯 여기고 그냥 웃으면서 보았을 것이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이 날의 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그 현장에 있었거나 가까이서 테러를 목격한 이들에겐 그 사고가 평생 잊히기 힘든 큰 외상이었다.



대학교 때 사회복지 수업 중에 그들이 심리 치료를 받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았는데 대충 이랬다. 5~10명 짝을 지어 앉아서 그때의 일을 그냥 웃으면서 만화처럼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난 '저게 뭐 하는 거지?' 궁금했다. 한 사회복지사가 해설하는데, 저것은 하나의 큰 ‘트라우마’를 단순한 ‘에피소드’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저런 작업을 반복하면, 사고를 겪은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그들이 겪은 심각한 사고가 그저 대수로울 것 없는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하다고 인식하게 된다고 하였다.



솔직히 그때는 그것이 좀 의아했지만 지금은 확실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내 친구들 보면 먹고 살기 힘든 친구들 많다. 술 한잔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하는데 참 예나 지금이나 애들이 하하하 잘 웃는다. 고달픈 현실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것일까? 웃어도 웃는 게 아니겠지만 저렇게 한바탕 웃고 나면 고단함이 좀 잊혀질 거 같기도 하다. 하긴 이렇게라도 웃고 넘겨야지, 자기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이 정말 심각하고 자신의 짐이 군대에서 행군할 때처럼 무겁다고 여기고 곱씹는다면 진짜 못 견뎠을 것이다.



개그 콘서트에서 사회의 많은 아픔을 웃음의 소재로 쓰는 것처럼, 그런 개그엔 유난히 더 웃게 되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가 직면한 끔찍한 현실을 개그 소재나 만화와 같이 여긴다면 삶을 살기가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만화 보듯이 크게 웃어버릴 수 있다면, 그런 착시현상 속에서 진짜 힘든 일은 별로 없을 것 같긴 하다. 그러니 다들 힘들어도 웃자 ^^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니깐 행복한 것이다.' - 윌리엄 제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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