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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Jun 22. 2016

두려움에 대한 두려움

   

‘이러다가 진짜 죽는 거 아냐?’     


밤에 태풍이 온다는 소식을 듣거나, 집을 떠나 먼 길을 가야하는 날이면 아침부터 공황이 올까봐 무서웠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 여자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로 내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나는 그런 (사소한) 것들로 고민하는 친구들이 마냥 부러웠다. 나는 오늘 밤에 살지 죽을지도 모르는데 얘네들은 태평한 소리나 하고 있다. 사람들이 내 고통을 아무도 모를 거라는 이 사실에서 외로움이 가끔 몰려오기도 하였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내겐 외로움도 사치였다.      


공황의 느낌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미칠 것 같고 죽을 것 같은’ 말만으로 표현하기 부족하다. 일단 한번 그 공황의 느낌을 알게 되면 다음에 또 그 공포가 찾아올까봐 불안하게 된다. 공황이 올까봐 불안한 것, 이것을 ‘예기불안’이라고 한다. 내 친구들은 시험을 망칠까봐 무섭고, 여자친구에게 차일까봐 무섭다는데, 나는 뚜렷한 대상도 없이 그저 내가 무서울까봐 무서웠다. 공황장애 환자들은 남들에게 없는 ‘예기불안’이라는, 세상에 없던 막연한 고통을 안고 사는 것이다.     


물이 100˚c 에 끓듯이 공황도 ‘역치’ 이상의 불안이 쌓이면 갑자기 나타난다. 만약 불안의 정도가 100˚c가 역치라면, 불안이 99˚c 사람도 아직까지 그 공황의 느낌을 전혀 모른다. 그래서 공황장애 환자는 그냥 고민이 많거나 불안하기만 한 사람들을 보면 부럽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아직 물이 뜨겁기는 하지만 끓는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모를테니깐. 기껏해야 60~70˚c에서 뜨겁다고 난리치는 주위 사람들이 부러웠다.      


DSM(정신질환의 통계 및 통계 편람)에 따르면 공황장애는 70% 이상 초기에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공황장애 환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바로 물이 끓는 순간의 그 공포인데,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은 공황의 느낌 자체를 (생리적으로) 못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일단 약을 먹으면 비록 마음은 조금 불안해도 공황 발작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약은 공황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시켜준다.     


그것이 공황장애 환자들에겐 큰 위안이 된다. 나는 초기에 약 없이 4~5년을 버텼는데, 만약 내가 초기에 약을 먹었다면 만성적인 공황장애가 되지 않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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