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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Oct 26. 2017

'독서클럽창원'에 감사합니다

인생의 반전은 언제나,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됩니다. 발렛파킹 아르바이트 하고 있던 저에게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여보세요, 이력서보고 연락드리는데요..’     


'네? 저는 이력서 낸 적이 없는데요'      


‘아 좀 시간이 지났죠? 여기 ㅇㅇ문화센터인데요, 두 달 전에 이력서 내셨죠?? 12월 겨울학기부터 강의 시작하실 수 있으세요?’          



솔직히 제가 그때 바닥을 치고 있었는데, 한 줄 빛과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일 하기 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문화센터마다 이력서를 다 넣었는데, 다 떨어졌습니다. 제가 지방대 나오고, 빽도 없고, 스펙이 없어서 그런 줄 알고 포기했었죠. ‘나는 역시 안되나?’ 하고 절망하고 있었는데.. 50여일이나 지나서 전화가 오다니요.. 타이밍이 절묘했습니다. 신이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12월부터 문화센터에서 매주 인문학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글쓰기 특강도 합니다. 낙관하긴 이르지만, 강사로서 첫 걸음이라는데 의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발렛 일도 11월까지만 합니다.      


그 문화센터에서 저를 선택한 것은, (제가 이력서에 적었던) 책을 출판해서, 혹은 신문사에 글을 기고해서, 혹은 브런치 구독자 천 명 넘어서, 그런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독서클럽창원’에서 몇 년째 책모임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유가 가장 컸습니다. 이건 팩트입니다. 담당자가 직접 말했습니다. ‘독서클럽창원’은 이제 이 필드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고, 이 안에서 책모임 진행은 훌륭한 명함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2013년 쇳가루 날리는 조선소에서 경비하면서 우울한 시절을 보내던 때에도, 저를 살린 건 창원독서클럽(독서클럽창원의 전신)이었습니다. 그때 흙장난님의 ‘총균쇠’를 시작으로 독클에 발을 들여놓은 뒤, 지금까지 5년째 꾸준히(하루도 빠짐없이 방문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희처럼 책 없이 못 사는 사람들에게, 독클은 정말 천국이었습니다. 책도, 맥주도, 지적이고 신선한 사람들은 더 좋았습니다 ^^     


어느 시인의 표현대로 ‘저를 키운 건 팔할이 독클’이었습니다 ㅋㅋ 독클 초창기에 저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독클이 차츰 어려운 책, 읽기 싫은 책(제러드다이아몬드의 2000page 넘는 문명시리즈를 다 읽었으니-ㅜ)들도 도전하게 해주었죠. 책의 스펙트럼이 더 넓어졌고, 읽는 양도 늘어났습니다. 후기를 쓰면서 글쓰기 실력도 늘었습니다. 무엇보다 책모임을 진행하면서 남들 앞에 서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흙장난님, 흑흑님 같은 롤모델분들이 많아서 저를 더 자극시키고, 성장시켰습니다. 그렇게 저는 여기서 컸습니다.     

 

독서클럽창원에 정말 감사합니다!!          



발렛파킹 끝나면 밤9시, 녹초가 되어ㅠ 여유가 없지만, 다시 백수가 되는대로 카페에서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더 좋은 콘텐츠로 보은하겠습니다. 그래서 양반님께서 말씀하신 독서클럽창원이 ‘창원 문화의 중심’이 되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그리고 내기 싫었던 책 원고, 이력서. 억지로라도 제출하게 도와준 독클 모모님에게도 감사합니다 ^^)                    



올해 나는 이 포춘쿠키에 내 운명을 걸었었는데.. 내 뜻대로 하나도 되지 않는 듯 했습니다. 짜증도 많이 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만 보면. 나는 올해 반가운 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 글을 기고하게 되었습니다. 제 책도 출판했습니다. 그리고 문화센터에서 강의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올해 초 독클 사람들에게 꿈처럼 말했던, 토크 콘서트도 드디어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어쩌면 이 포춘쿠키의 말이 진짜 맞았단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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