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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Apr 15. 2018

레알 행복 _ 필링의 필요성

얼마 전 통화한 그녀는 모든 걸 내려놓고 행복해졌다고 했다. 자기가 더 이상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없음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냥 봄이 좋고 꽃이 좋다고 하였다. 청소년 상담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그녀는 강박이 없었다. 올해 안 되면 내년에, 내년에 안 되면 언제?ㅋㅋ 오히려 나를 걱정하였다. 참새님은 똑똑한 만큼 성취하고 싶은 일도 많을 거라며, 내려놓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했다.     


내려놓는다는 건 무슨 뜻일까? 어떻게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받아들일 수가 있지? 지금 나는 능력을 발휘하기 일보 직전이다. 불안도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은 22년전(이렇게 시간이 많이 흘렀을 줄이야)과 같다. 나는 장래가 촉망되는 공부 잘하는 중학생이었다. 막 스퍼트를 하려는 시기였다. 아까웠다. 서울대 갈 수 있었는데. 그때 하필 공황으로 모든 것이 올 스탑 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비현실감과 미칠 것 같은 느낌이 왔을 때 이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날 나는 도서관에 신문에 투고할 독후감 하나와 책 읽기, 방송 준비 등 많은 것을 준비해갔다. 하지만 독후감 하나 적은 거 말고는 제대로 한 게 없었다. 그냥 놀다시피 했다. 날씨가 좋아 산책하고 연두색 자연을 구경했다. 경남대표도서관에서 6시 나와서 가로수길에서 벽돌집인가? 돈까스를 먹었다. 그리고 용지호수를 걸었다. 내려놓기로 했다.               

            

창원 용지호수 


음악분수와 조명, 야경을 가만히 느꼈다. 벤치에 앉아서 10분만 호수를 바라보자고 했다. 여기가 이렇게 아름다운지 몰랐다. 나는 좀 걷자고 했다. 우리는 상남동쪽으로 걸어갔다. 밤은 내 생각보다 훤했다. 맥주와 오징어안주를 사서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먹었다. 그때 나는 친구에게 이렇게 물었다.     


‘우리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놀아도 되나?’     


친구는 내게 참새는 이미 성공했으니 더 잘할 것도 없다고 했다. 잘 모르겠다. 그냥 놀았다. 이상하게 집에 돌아올 때 기분이 좋았다. 확실한 것은 이제 현재를 바랄 줄 안다는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좋은 느낌이 현재에 있다. 세상엔 확실한 이분법(미래를 바라는 마음과 현재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잠이 들 때 내일 해야 할 일들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나는 미래를 바라면 안 되나? 오로지 현재만 바라야 되는 건가?     


아니다. 그건 아닌 것 같다. 좋은 미래와 성공 같은 것들은 분명 매력적인 것이다. 일부러 그것을 밀어낼 필요는 없다. 좋은 건 좋은 거고, 그거는 받고, 하지만 현재의 매력도 있다는 것이다. 그 현재란 나의 정체성과 이어진다. 우리는 미래와 성공 같은 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          


아노츠 카게히사

     

만화 무한의 주인의 ‘카게히사’가 떠올랐다. 그는 자신의 힘만으로 저 큰 칼을 다스릴 수 없다고 말한다. 중력과 관성의 힘에 의지해 그저 대도의 방향만 살짝 틀어준다고 한다. 그래도 된다. 저 큰 칼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내 삶은 이성의 힘 만으로는컨트롤 하기 힘들다. 인간은 본래 약육강식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 그 힘을 이용해야 한다.     


내게 사랑만 주시는 건강한 부모님이 계신다. 좋아하는 할머니도 계신다. 컴퓨터와 노트북을 선물하는, 내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 똑똑한 동생도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없이 자랐다. 낼 모레 40살이지만 아직 동안이다. 강의도 잘 되어간다. 새로운 책의 출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건 나의 분명한 장점이다. 굳이 이런 것들을 버리면서까지 산속에 들어가 명상을 할 필요는 없다.     


어쨌든, 결론은 이거다. 미래도 성공도, 내가 가진 것도 어느 하나 버릴 것은 없다. 그것들은 내가 집착만 하지 않으면 오히려 현재를 더 잘 느낄 수 있게 도와준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런 것들과는 별개로, 언제라도 자연을 느끼며 천천히 걸으면서 현재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밝은 미래나 내가 가진 강점은 내가 더 현재를 느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나는 꿈을 꿀 것이다. 밝은 미래를 상상할 것이다. 카게히사의 대도에 흐르는 중력과 관성처럼 그 힘은 묵직하다. 그 힘을 활용할 것이다. 하지만 그 꿈을 위해서는 현재의 좋은 느낌이 필요하다. 그 필요성을 생각하자. 그 느낌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그 좋은 느낌을 바라게 된다.           

이제 내게 필요한 것은 '과감한 시간투자'이다.      


단순히 행복을 생각한다고 해서, 겉으로 명상을 한다고 해서 행복해지지 않는다. 우리가 실제로 느끼는 필링은 다른 개념이다. 우리는 그것을 느낀 적이 거의 없다. 그 힘을 실제로 느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에 한, 두 시간씩 명상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내가 행복할 때까지 걷기명상을 해야 한다. 사실 꿈이나 성공, 미래 같은 것은 실존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 정체성도 아니다. 하지만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런 것들이 있다 치고 함께 가야 한다. 해야 할 모든 것을 끊고, 산책하고, 명상해야 한다. 결국 그것이 더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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