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났을 때 공기처럼 가벼웠다. 몸과 마음이. 오랜만이다. 나는 건강하게 살아있다. 기적처럼.
우리 할머니는 92살이다. 요즘 몸이 많이 편찮으시다. 혼자서는 잘 걷지도 못한다. 말도 더 어눌하게 한다. 어쩌다 하루에 한번?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더 떨리고 힘이 없다. 할머니는 얼마나 더 오래 사실까? 나는 낼모레 마흔이다. 할머니는 내가 주는 용돈을 받을 수 있을까?
아빠는 65세이다. 염색을 안 하니 온통 흰머리이다. 아빠는 내가 성공한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그동안 부모님은 나를 위해서 희생만 하셨다. 나는 언제쯤 빚을 갚아줄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하기는 할까? 부모님은 어쩌면 인생의 대부분을 사신 것일 수도 있다. 언제까지 부모님과 같이 살 수 있을까? 마지막이 있다는 사실이 두렵다. 40년 가까이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 것 같다. 모은 돈도 없다. 분명 부모님도 나를 키울 때는 어떤 기대를 하셨을 텐데.. 나는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엄마, 아빠, 이모가 마트에 장을 봐왔다. 맛있는 빵과 치즈케이크, 피자, 소라 등이 있었다. 우리는 그저 밥을 먹었다. 나중에 외삼촌 집에 가서 커피를 마실 거라고 했다. 외삼촌은 몇 달 전 패혈증(미생물에 감염)으로 3일 동안 사경을 헤맸다. 그때 엄마는 중환자실의 외삼촌 앞에서 울기만 했다. 어쨌든 외삼촌은 살았다. 건강하게 살아있다. 우리 가족들과 아무렇지도 않게 커피를 마시고 저녁에는 창원 안민동 맛집에서 짜장면을 먹을 것이다. 이모가 나에게 물었다.
“원식아, 니도 같이 놀러 갈래?”
백수인 나는 시간이 많다. 가족들과 커피 마시고, 외식을 해도 상관없다. 별다른 이유 없이 만나서 놀고, 먹고. 이렇게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어쩌면 살아있는 이 시간이 가장 소중한 것일 수도. 가족들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한다. 지금도 부모님의 눈에는 내 모습이 충분히 사랑스럽다. 내가 꼭 뭐가 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뭐가 그렇게 무거웠을까? 항상 버틴다는 말을 습관처럼 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었다. 스님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원래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스님의 말만 들으면 정말 세상이 가볍고, 좋은 곳인 것 같다. 예전에 어떤 외국인이 우리나라가 아름답고, 편리하고,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말해 내 귀를 의심케 한 적이 있다. 뭐지? 어쩌면 내가 알고 있던 버거운 세상은 존재하지 않았었나?
힘들 때마다 빅터프랭클을 생각했었다. 그는 언제 죽을 지도 모르는 아우슈비츠감옥에서 자신의 환자를 돌보다가 죽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사람도 있었다.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그 사람만큼 힘들 수는 없다. 자본주의고 나발이고, 지금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한 일이다.
내 문제는 감사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심각하다. 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는다.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한 독서모임에서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 앉고 싶어 했다. 내 강의에 오겠다는 하는 분들도 많다. 어제는 여자 후배가 버스가 끊길 때까지 나와 놀자고 했다. 그녀와 돈까스를 먹고 산책을 했다. 괜찮은 하루였다. 그런데 나는 감사할 줄 몰랐다. 그게 문제다.
이모가 외삼촌 집에 가자고 했을 때 마음이 좋았다. 그런 말을 해줘서 감사했다. 분명 행복한 느낌이 있었다. 나는 그것을 알아야 한다. 긍정성의 시작은 작은 감사함에서부터 나온다.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여기는 아우슈비츠 감옥은 아니다. 미래가 아무리 걱정이 되어도, 최소한 오늘 하루는, 아니,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는 괜찮다. 그냥 그것만으로도 괜찮다. 법륜스님은 사람들이 아무리 힘든 사연을 이야기해도 끝까지 따지고 들어, 그들이 제법 괜찮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세상은 원래 좋은 거니깐. 분명히 노력하고 파고들면 ‘있는 그대로’의 세상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느껴야 한다.
걷기명상을 한다. 바람과 초록을 느끼면서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20분 넘게 충분히 한다. 알려진 바와 같이 명상은 집중력을 높여주고, 현재에 머무르게 도와준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한다. 다른 일보다 명상이 더 중요하다. 명상이 우선순위가 아니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일 중간에 명상을 하면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어차피 우리 인생의 목적이 명상이다.
명상은 감사함에서 시작한다. 나는 명상할 때 감사함을 같이 생각한다. 명상, 좋은 느낌, 감사함은 서로 연결된다. 나는 인생을 적극적으로 사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억지로 일을 하는 것보다, 내가 하고 싶어서 일을 하는 것이 더 경쟁력이 있다고 믿는다. 나는 그 시작이 바로 감사함이라고 믿는다. 지금 이 순간에서 먼저 행복을 느껴야, 앞으로 내가 할 일에도 감사함을 느낀다. 그래서 삶에 감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기쁨이 있다. 현재에 느끼는 기쁨. 그리고 미래와 관련된 기쁨. 현재의 행복은 내가 가족과 함께 있을 때 가끔 느끼는 느낌이다. 친구와 있을 때도 가끔 느낀다. 우리는 그런 느낌(명상)은 무시한 채, 미래나 성공과 관련된 좋은 느낌만을 추구하려고 한다. 내가 현재에 감사하지 않은 상태로 책을 쓰거나, 유튜브를 해서 성공하려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그건 가능하지가 않다. 그건 하체에 힘을 주지 않고 슛을 하거나, 스매싱을 날리는 것과 같다. 성공하고 싶다면 오히려 현재를 더 느끼고 삶에 감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