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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Jun 1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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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 한 여자가 이런 질문을 했다. ‘내가 남자를 사귀면, 그 남자는 반드시 바람이 납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러자 스님은 ‘남자를 만나지 말든가, 아니면 바람피는 남자라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만나라. 다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내가 볼 땐, 그 여성이 남자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큰 것 같다. 아마 남자에게 집착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남자가 부담감을 느껴서 다른 여자를 만났을 것이다.


만약 여자가 법륜스님의 말씀을 새겨듣고 남자가 바람을 피던말든 간섭하지 않고, 진짜 남자와 만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서, 그에게 자유를 준다면 어떻게 될까? 그 남자가 바람을 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그 여자의 고민은 해결되는 것일까?


그 남자에 대한 집착을 놓으면, 그 남자가 더 나를 좋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든다. 여자는 그 남자에게 대한 소유욕을 버렸다면, 그 남자가 자신을 좋아해도 그 남자를 온전히 느낄 수가 없을 것이다. 어떤 허전함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남자가 자신의 곁에 있어도, 그 남자를 소유하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원래 누군가에게 집착하고 있을 때 그 대상을 만나면 기분이 중독적일 정도로 짜릿하다. 일단 그 감정은 버려야 한다. 


그 남자를 가져도 (마음으로는) 가질 수 없는 이상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어쩌면 법륜스님의 대답의 핵심은 그 여성과 만나는 남자가 바람을 피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 여성이 원래부터 가진 남자에 대한 집착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일 수도 있다.


용지호수에서


나는 팟캐스트와 유트브를 한다. 어떻게 하면 방송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잘하고 싶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박수도 받고 싶고, 더 유명해지고 싶다. 하지만 어느 날 법륜스님의 방송을 듣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스님은 방송을 잘해야겠단 생각을 할까? 아닌 것 같다. 스님 말도 잘 들어보면 했던 말 또 하기도 하고, 완벽한 구성도 아니다. 하지만 떨림이 없고, 편안하다. 말에 진심이 담긴다. 그것이 전부이다.


나도 ‘잘해야지’ 하는 강의에는 강의가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최근에 진행했던 책모임은 사람들이 잘했다고 칭찬해주었다. 그때는 내가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잘해야겠단 생각이 1도 없었다. 그냥 친구에게 말하듯이 진행했다. 그러니깐 더 편하고, 웃기기도 했던 것 같다. 마음을 비우면 오히려 강의도 더 잘된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스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몰린다. 모두가 스님만 고요히 바라본다. 스님은 자신의 인기를 만끽할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그저 중생들에게 지혜를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고 열심히시다. 오직 그 마음뿐인 것 같다. 나처럼 인기많고 싶고, 성공하고 싶은 마음은 없을 것이다. 스님은 강의를 잘했다고 뿌듯해하고, 못했다고 열등감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즉문즉설도 영리목적도 아니다. 무료입장이다.


스님은 어떤 목적으로 살까? 스님의 손목에는 만원짜리 시계가 차여져있다. 그렇게 많은 베스트셀러를 내어도 멋진 옷도 못사는데.. 어차피 입지도 못할거. 집도 못사고, 개인 자동차도 못사고, 예쁜 여자도 못 만날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스님이라. 남들보는 눈이 있어서 돈이 아무리 많아도 어차피 마음대로 쓰지도 못할 것이다. 그럼 스님의 삶의 목적은 성공도 아니고, 인기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다. 도대체 스님은 뭐 때문에 사는 것일까?


스님은 돈과 인기를 많이 가져도, 아무 것도 가질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스님은 다 비우니깐 다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우리같은 중생들은 오직 바라기만 하니깐 아무 것도 가질 수 없는 것 같다. 세상은 아이러니다. 만약 스님이 돈과 여자, 인기가 좋다는 것을 안다면 지금처럼의 폭발력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강의를 잘하고, 돈을 많이 벌려면 스님처럼 남을 돕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임해야할까? 그런데 내가 그런 순수한 마음으로 성공했다고 정해보자. 그때의 나는 일을 잘했다는 뿌듯함도, 사람들의 칭찬도, 성공의 기쁨도 느끼지 않으려 할 것이다. 원래 내가 바랬던 것이 그런 기쁨인데.. 나는 그런 세속적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대가로 성공을 얻을 것이다. 그런 성공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예전에 내 이웃 indizio님의 블로그에서 이런 글을 봤다.


132,480


내 애니팡 점수다. 아무리 해도 6만 점을 못 넘기다가, 엊그제 문득 비공을 깨달았다. 동물을 맞췄을 때, 팡! 터지는 걸 쳐다보면 안되는 거였다. 그거 보면서 후련해 할 시간에 다음 동물을 찾아라!  그렇게 하니 순식간에 10만 점 돌파다.


이거, 인생의 교훈인 것 같다. 애니팡 게임을 하는 목적은 분명히 경쾌한 '팡' 소리와 함께 터지는 퍼즐을 보며 스트레스를 풀라는 것인데, 그 팡 자체가 게임의 성과를 방해한다. 즉, 즐길 것 다 즐겨서는 고득점 내는 순위권 인생을 살 수 없다, 또 고득점 인생은 스트레스가 쌓이기만 하고 풀 시간은 없다, 뭐 그런 메시지.

[출처] 애니팡 제작사 방문기|작성자 indizio



정말 이렇게 살아야하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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