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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Jul 05. 2018

현재의 발명

과연 공시생 때가 진짜 힘든 시간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시기의 장점도 있었다. 그때 나는 어쨌든 젊었다. 지금보다 옷빨도 잘 받았다. 외모적인 매력이 지금보다 더 컸다.     


그때는 여자친구도 있었다.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지금 내가 솔로인 것에 비하면 그때는 즐거운 순간들이 있었음도 분명하다. 내 경차도 있었다. 부모님의 재정상태가 지금보다 좋았다.  (최소한 카드빚 같은 건 없었다)    


공부한다는 것 자체도 좋은 일이다. 내가 언제 그렇게 유명한 강사들 수업을 들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시절 내가 좋아하는 후배와 매일 같이 공부하고 밥도 같이 먹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그 후배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 그 후배는 나보다 먼저 합격해서 다른 지방으로 떠났다. 그녀가 내 카톡을 차단했다. 그녀가 아직도 보고 싶다. 만약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그 후배랑 만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     


그때는 감사할 줄 몰랐다. 어쩌면 그 언제라도 좋고 나쁜 시절이 없을 수도 있다. 모든 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일체유심조일수’도 있다. 세상에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내가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냐에 따라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내가 그 당시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알았다면, 그리고 현재에 만족하고 미래에 지나친 관심을 두지 않았더라면 훨씬 더 잘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기에 내가 조금만 더 버텼더라면 공무원 합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느 날 밤 친구와 창원 용지못에서 음악분수를 구경하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우리는 또 신세를 한탄하고 있었다. 취업이 잘 안된다느니, 이 사회가 잘못되었다느니, 돈이 너무 없다느니. 이런 고민이다. 몇 번을 만나도 변함이 없다. 항상 우리는 미래의 어느 시점을 기대하고 있었다. “우리 돈 많이 벌어서 맛있는 거 사 먹자!(사실은 지금도 충분히 잘먹고 다닌다)”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왜 지금 현재를 희생하고 있었을까’          


갑자기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 이 느낌은 내가 공시생때에도 느낀 감정들이었다. 그렇게 나는 계속 반복되는 인생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드디어 의식하기 시작했다. 나는 현재가 암울하다는 당연했던 사실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지금 현재도 괜찮을 수도 있다. 친구와 나는 아직 30대이고,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아름다운 용지공원을 걸었다. 친구는 내 사진을 찍어주고 시시한 이야기들을 하며 웃었다. 우리는 낮에 tv에서 봤던 프로그램 이야기를 했다. 나는 요즘 비긴어게인2를 본다고 했다. 그 연예인들은 우리 시청자들을 위해서 유럽여행을 한다. 우리는 집에서 가만히 앉아서 그들과 함께 여행을 한다. 참 편한 세상이다. 이렇게 우리는 문화의 소비자로서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집에서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마음껏 보고 있다. 최근에 김태리가 나온 리틀포레스트 영화를 다운받았다. 김태리가 농사짓고, 음식을 하는 장면을 무한대로 반복 시청한다 ㅋㅋ 지친 현실을 잊고 그 장면에 빠져드는 것 같다. 그 영화는 포인트로 결제했다. 별로 금전적 부담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보고 싶은 콘텐츠를 쉽게 소비할 수 있다. 이 세상에 소설, 만화, 드라마 등 재밌는 콘텐츠가 널렸다. 참 좋은 세상이란 생각이 든다.     


영화 '거짓말의 발명'


나는 현재가 우리의 생각보다 괜찮을 수도 있다는 의심이 대단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단 한 번도 현재가 괜찮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친구가 내게 영화 ‘거짓말의 발명’이란 영화를 추천해줘서 본 적이 있다. 그 영화에서 사람들은 아무도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사실만 이야기하는 것이 당연하게 나온다. 그러다 누군가 처음으로 거짓말을 하였다. 그 단순한 거짓말로 인해서 세상에 없던 종교가 생기고, 소설이 생기는 등 세상 전체가 걷잡을 수 없이 바뀌게 된다. 어쩌면 내가 발견한 ‘현재가 실제로는 행복하다’는 있다는 사실이 이 세상에 그 정도의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그 사실을 최초로 발견한 것이거나, 석가모니 다음으로 발견한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지금 내가 돈이 없는 것도 사실이고, 안정적인 취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노력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계속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를 지켜낼 수 있고, 현재를 더 행복하게 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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