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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Jul 10. 2018

도전

친구가 내게 좋은 일자리가 있으니 지원해보라고 했다. ‘지혜의 바다’라는 도서관에서 잡일을 하는 것이었다. 조건이 좋았다. 일주일에 3일만 일하면 월급이 99만원이었다. 합격하면 맥도날드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수 있었다. 경쟁이 있었다. 면접도 봐야했다. ‘면접에 떨어지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보다 좋은 조건이 있는데 실패가 두렵다는 이유로 도전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이것이 우리의 피곤한 삶이다.


면접을 보는 날이 되었다. 나름 신경써서 옷을 입었다. 비가 많이 왔다. 위치가 좋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창원역에 내려서 다시 택시를 타고 도서관까지 갔다. 나는 이날 1만원에 가까운 차비가 들었다. 면접 시간도 오후 1시였다. 내 소중한 낮 시간을 희생했다. 만약에 내가 이 시험에서 떨어진다면 면접을 보기 위한 나의 희생은 누구도 보상해주지 않는다.


10명을 뽑는데 50~60명이 온 것 같다. 꽉 채운 사람들 사이로 내 순서를 기다렸다. 6명씩 면접을 봤다. 4명이 20대였다. 그 중 두명은 도서관 사서 자격증이 있었다. 이미 도서관에서 실습을 한 경험이 있다고 하였다. 나머지 두명은 사범대를 졸업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다고 했다. 나는 나이도 많고 이 일과 관련된 경력도 없다. 떨어질 것 같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기대를 해보았지만 결국엔 면접에 떨어졌다. 부끄럽다. 이럴 때 자존감이 무너진다. 이 나이까지 뭐하고 살았나? 생각들었다. 책도 쓰고 강의도 하면서 나 혼자 잘났다고 떠들고 다녔지만 이런 간단한 시험에도 떨어지다니.. 결국엔 세상이, 특히 공무원들은 나의 경험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이 시험에도 도전하지 않았으면 이런 실패도 경험하지 않았을텐데..



하지만 다행히도 이번엔 생각보다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이번 시험에 떨어지면 마음이 아플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거기에 대비해서 스스로 방어를 잘하였다. 나이가 들면서 나는 어떤 것에도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면접 결과를 발표하기 전부터 도서관에 떨어진다고 했을 때의 내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생각했다. 합격할 거란 기대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배달 아르바이트도 충분히 괜찮다고 자기 위로를 하였다. 돈은 지금도 부족하지 않게 번다. 내 현실은 초라하지 않다. 도서관 일이 더 좋아 보인다고 해도 막상 해보면 나에게 맞지 않고, 힘든 일일 수도 있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최근에 내가 관심 있는 책모임이나 심리학 모임에 더 집중했다.


나는 자기합리화를 잘한다. 어쨌든 이 면접 덕분에 집에만 있지 않고 색다른 장소로 외출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간만에 사람 구경도 많이 했다. 내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이 경험은 내게 자산이 될 것이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이 경험은 상처로 남을 것이다.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최소한 도전을 피하지 않았고, 더 나은 나를 위해 노력했다. 이것만으로도 칭찬받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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