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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Jul 13. 2018

현재의 충전

11시쯤 일어나 라면을 먹고 한가롭게 tv를 틀었다. 당신의 ‘하우스 헬퍼’란 드라마가 하고 있었다. 여자 배우 3명이 나왔는데 예뻤다. 드라마에서 그녀들은 고등학교 때 친한 친구였는데 서로 오해가 있어서 어색했다가,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 화해를 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녀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했지만 나는 tv를 끄고 오늘 해야 할 일을 체크했다. 그러고 어딘가에 쫒기는 사람처럼 도서관으로 간다.


생각해보니 매번 이런 식이다. 나는 tv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에 관심을 준 적이 별로 없다. ‘발리에서 생긴 일’ 이후로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챙겨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엄청나게 많은 드라마, 영화의 세계에서 살고 있지만, 그저 스치고 지나간다.


뭐가 그렇게 바쁜 걸까?


더 나은 나를 위해 열심히 살아야지!! 결심하다가도 힘이 빠지는 순간이 있다. 갑자기 약한 공황이나, 우울, 부정적 충동이 생길 때가 그 순간이다. 그럴 때는 모든 것이 올 스탑 된다. 매번 지겹도록 똑같다. 약을 먹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해서 그 불안의 순간을 이겨낸다. 결국 내게 주어진 미래나 의무를 밀어냄으로써 불안을 극복하는 것이다. 그땐 라디오나 tv프로그램에 집중하기도 한다. 평소에는 아무 의미도 없는 것들이 내가 불안할 때에는 도움이 된다.


예전에 불안이 너무 심해서 말 그대로 패닉이 된 적이 있었다. 그때 가만히 있어도 내가 잘못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심했다. 내가 너무 빡시게 살았던 것일까? 나에게 어떤 여유도 주지 않았던 것 같다.


내 걱정을 대체할만한 관심거리를 찾아야만 했다. 경험상 내 걱정보다 더 흥미로운 것이 있을 때야 걱정이 멈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또 최악의 상황만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이 게임이었다. 게임은 재미있으니깐 내 관심을 충분히 사로잡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게임을 하려고 하니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게임에 빠지면 내가 정말 쓸모없는 사람이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나는 내 미래를 더 걱정하였다.


결국 ‘리틀 포레스트, 일본영화 안경’ 등 힐링 영화 몇 편을 다운 받아서 보았다. 도움이 되었다. 그 이후로 불안이 많이 사라졌다.


창원의 빌딩숲


내가 중학교 때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갑자기 배가 아파서 혹시 암이 아닐까 이런 말도 안 되는 걱정을 했다. 불안이 심각했을 때가 있었다. 그 증상이 사라진 것은 여름방학을 하고 나서부터였다. 방학이 되고 친구들과 놀 시간이 많아졌다. 야구하고, 농구 하면서 그 순간에만 몰입했다. 공부도 하지 않았다. 배가 아픈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이런 순수한 놀이일 수도 있다.


어쩌면 내가 지금 책을 쓰고, 강의를 준비하고, 미래를 위해 건설적으로 일하는 것이 틀린 방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곳에 집중하기보다는 그냥 친구랑 아무 생각 없이 만나서 노는 것에 더 집중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우리에겐 매력적인 미래보다 매력적인 ‘현재‘가 더 필요한 것일 수도.


매력적인 현재가 될 만한 것들은 우리 주위에 많다. 드라마, 영화도 있고, 스포츠도 있다. 책도 있다. 팟캐스트도 있다. 웬툰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질 것들은 수두룩빽빽하다. 다만 우리가 바쁜 생활 때문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뿐이다.


최근에 내 고등학교 때 첫사랑과 통화를 한 적이 있다. 옛날 추억도 떠오르고 좋았다. 우리는 다음에 또 다른 친구의 가게에 놀러 가기로 했다. 진짜 가고 싶긴 한데 과연 갈 수 있을까 ㅋ 나에게 그만한 여유가 있을까? 나는 항상 친구들과 이런 말뿐인 약속을 많이 한다. 현실가능성 없는 담에 보자 ㅋㅋ


요즈음은 이런 현재의 즐거움에 더 신경을 써야겠단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내 불안, 우울 등의 부정적인 가정이 내가 통제 못 할 수준까지 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는 방법은 현재에 몰입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 존재하는 한 어차피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가 없다. 내가 더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잉여적인 것들에 시간을 과감히 더 투자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도 웃긴 게, 매일 감사일기를 쓰면서도 현재에 실제로 감사함을 느끼는 데는 시간을 쓰지 않았다. 충분히 현재를 느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일 안 하고 한가하게 드라마를 보거나 친구를 만나는 시간이 한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시간이 절대 쓸모없는 것이 아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최소한 현재에 몰입해 있는 순간에는 공황이나 우울과 같은 부정적 감정이 오지 않는다. 현재는 부정적 감정이 없는 청청구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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