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참새 Jul 30. 2018

내게 공황장애가 왔던 이유

명상할 때 왜 생각을 하지 않고 호흡에만 집중해야 할까? 왜냐하면 우리에게 분명한 것은 호흡밖에 없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평소에 얼마나 많은 걱정을 하고, 비정상적인 감정에 혼잡하고 이그러진 경우가 많은가? 부정적인 감정에 따라가다 보면 답이 없다. 부정적인 충동(이것이 얼마나 지독한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생각에서 벗어나는 방법뿐이다. 생각이 모든 고통의 근원이다.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고 해도 그것은 내 욕망이 투영된 것일 수도 있다. 긍정적인 것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조건부 행복(성과나 조건에 따른 행복)인데 그런 것은 설령 긍정적이라 하더라도 종국에는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나머지 하나는 호흡하는 것과 같은, 자연을 본다던가 하는. 네이브한 행복이다. 그런 것을 추구할 때는 생각이 필요치 않는다.     

 

독서모임 갔을 때 내가 얼마나 성과지향적인 사람인가를 느꼈다. 그때 나는 사람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장면은 무엇이었나? 를 물었다. 나는 중학교 때 처음으로 우등상 받았던 때를 생각했다. 그래, 분명 행복한 장면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내 집을 샀을 때, 시험에 합격했을 때, 빚을 다 갚았을 때 같은 장면을 이야기하였다.      

그런데 그것과는 다른 성질의 것도 있었다. 어떤 사람은 가족들과 외식했을 때를 말하였다. 나는 그녀의 말이 진실되지 않다고 느꼈다. 가족들과 외식하는 것이 무슨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장면이 될 수 있을까? 그건 너무 평범하지 않은가? 지금이라도 전화해서 가족들 모이면 외식할 수 있는건데.. 이렇게 소소한 것이 무슨 가장 행복한 일이 될 수 있을까?     


집에 와서 나는 그 주제에 대해 정말 오래 생각을 하였다. 나는 항상 성과지향적으로만 생각했었다. 어떤 과정을 견뎌내지 못했다. 그러다 어제 문득 내가 왜 중학생 때 공황장애가 왔는지 드디어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22년 만에. 어쩌면 내가 우등상을 받을 때마다 행복했던 그 기억덕분에(그건 분명히 긍정적인 일이라고 믿었지만) 오히려 내가 더 빨리 지쳤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느낀 행복은 진짜 행복이 아니었다.      


중학교 때 점묘화(점만 찍어서 완성하는 그림) 시간에 나는 그것을 끝내 완성하지 못하였다. 내 인생이 그랬다. 매일 어디에 쫓기듯이 강박적으로 살았고, 무슨 일이든 잘 할 수 있을까? 미리 걱정부터 하고,  일의 끝이 보이지 않아 절망하고, 실패할 가능성이 있단 이유로 피하고 .. 나의 이런 행동들은 내가 점묘화을 그리기 전에 미리 완성도을 보고 있단 증거였다.      


나는 과정을 살아내지 못했다. 유독 심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현재의 충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