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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Aug 04. 2015

상대적 빈곤을 없애려면?

강신주님의 ‘상처받지 않을 권리’ 독서토론 중 명품 가방, 그 외 사치품, 사교육과 같은 꼭 필요하지 않는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그런 것들은 쓸데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곳에 소비만 줄여도 우리가 훨씬 여유 있게 살 수 있을 것!” 이라고 하였다. 그러자 다른 분이 “솔직히 우리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내 자녀들과 관련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 자식들이 브랜드 옷을 입지 않으면 그들만의 사회에서 소외 당하기 쉽다. 그리고 요즘 학교 마치고 학원 안 보내면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혼자 놀아야 한다.”

 

하긴 나도 이런 종류의 소외를 경험해 본 적이 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 나는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하면서 밥을 먹은 시절이 있었다. 다른 다수의 공시생들도 나와 큰 차이는 없었다. 그때 먼저 합격한 사람들이 가끔 연락 와서 그들의 생활을 묘사해주었다. 공무원들은 그들만의 소속감과 엘리트 의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들끼리의 취미 생활, 소개팅 제도, 결혼이 보편화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공무원의 월급이나 연금보다 그들만의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 미친 듯 부러웠다.  


그런 공무원에 대한 동경이 그 당시 내 초라함과 고독, 외로움들을 더 크게 부각시킨 것 같다. 그때 갑자기 든 생각은 “우리 도서관의 이 많은 공시생들은 왜 공무원들처럼 같이 밥을 먹으러 가지 않고 소소한 취미 생활도 공유하지 않을까? 왜 우리는 그 흔한 영어 스터디조차 만들려고 하지 않는가?” 이 곳엔 공무원 사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존재하지 않았고 그저 삭막하고 고요하고 우울한 정경의 연속이었다. 그때 나는 도서관에 건의하고 싶었다. ‘이 곳 공시생들 중에 분명히 혼자 밥 먹기 싫은 사람도 있을 테고, 여러 명 어울려서 스터디 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텐데, 도서관 사서가 그런 사람들 체크해서 묶어주면 좋겠다’고 말이다.  


2000년도에 나는 재수를 했다. 학원에 등록하기 전, 재수학원은 대입에 실패한 자들의 집단이라 여겼고 그만큼 분위기가 어두울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현실은 달랐다. 그 곳엔 같은 아픔을 가진 또래 친구들이 많았고 공유할 수 있는 문화(당구, 농구, pc방)도 많았다. 우리 반 선생님이 좀 느슨하게 반을 운영해서 그렇겠지만 우리는 자주 단체로 조퇴해서 도시를 자유롭게 누비기도 하였다. 심지어 나의 이런 재미있는 재수 생활을 어떤 대학생 친구에게 말해주자, 그 친구는 휴학하고 우리 학원에 등록하기까지 하였다. 참 좋은 시절이었다.  


엘리트에 속하지 못한 집단이라도 그들만의 재미있는 문화가 있다면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만약 학원 보낼 형편이 되지 않아 놀이터에 쓸쓸하게 놀고 있는 아이가 있다면 국가에서 나서서 그 아이에게 다른 비슷한 형편의 친구들을 소개해주면 어떨까? 그렇게 그 아이들끼리 뭉쳐서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놀 수 있다면 좋은 학원까지 가서 머리 아프게 공부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사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국가는 우리들에게 꼭 돈으로만 복지 혜택을 주려고 하지 말고 우리의 문화 조성에도 신경을 써 주었으면 좋겠다. 국가는 우리가 부자들의 실질적인 ‘돈’이나 명품 가방보다는 그들만의 특화된 ‘문화’를 더 동경하고 있음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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