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참새 Aug 10. 2015

신에 대한 믿음

나는 진짜 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씩 세상은 운명론적으로 흘러가는 것을 느끼고 인체의 신비 같은 것을 보면 이렇게 정밀하고 완벽하게 잘 만든 주체(조물주), 우리의 예상을 훨씬 초월한 능력을 지닌 어떤 존재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 세상의 가장 합리적인 사람들 조차도 신의 존재를 한번쯤은 느껴봤을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하지만 그런 존재를 믿는 것과 그것에 대해 경외감 같은 감정을 가지는 것은 별개인 것 같다. 나는 실제로 신 앞에 죄의식 같은 것도 느껴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아마 합리주의가 내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아서 그런 것 같다. 성경에서 말하는 천국과 지옥과 같은 개념도 우리 인간이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신의 존재는 믿지만 그 존재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거나,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고 깊이 고려한 적 없다.


그런데 만약 내가 정말 그 존재에게 의지하고 두려울 정도의 경외감과 신비스러움을 간직하고 산다면 그것 자체로 나에게 경이로운 일이 될 것 같았다. 무미건조하지 않고 필링이 충만한 감동적인 삶 말이다. 어느 날, 난 그런 삶이 궁금해졌고 그렇게 살아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 존재에 대한 믿음을 넘어 초월적인 어떤 것과 신비로운 관계에 놓이고 싶었다. 그것은 사람을 얼마나 풍요롭게 할까? 기대하면서..


인간은 원래 나약한 것 같다. 나는 한 때, 그 누구에게도 의지 할 필요가 없다고 느낄 만큼 강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사춘기 때는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났다는 오만함이 하늘을 찌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인생무상이라고.. 세상에 모든 것은 다 변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까지나 귀여운 외모로 모두의 관심을 받을 수는 없었다. 예상하지 못한 일도 일어나며 건강이 나빠지기도 한다. 이것들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결국 과거 나처럼 아무리 잘난 척하는 사람들도 변하는 세월 앞에서는 모두 나약해 질 수 밖에 없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은 삶을 너무 힘들게 한다. 그래서 현명한 사람들은 자신이 원래 나약하며 세상은 내 의지대로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변하지 않고 항상 온전한 존재에게 자세를 낮추고 기대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고 편안하고 굳건히 서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또한 신을 느끼게 된다면 우리는 과정 지향적인 삶을 살 게 될 것이다. 우리 손에 닿을 수 있는 부분은 ‘과정’이고 ‘결과’는 항상 우리의 영역이 아니다. 전지전능한 신이 그 모든 결과를 안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그저 우리 할 일만 하고 신의 뜻에 따라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만 하면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심적 부담이 얼마나 가벼워 질까? 굳이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나 결과 따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신의 영역을 신경 쓰는 것 자체가 신에 대한 불신 아니겠는가?

작가의 이전글 슈렉과 피오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