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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Aug 25. 2015

의미일기를 제안합니다

 ‘영화는 수천 개의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의 장면에 다 뜻이 있고 의미가 있다. 영화를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부분, 개별적인 장면들을 보지 않고서는 영화 전체를 이해할 수 없다. 삶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 ‘삶의 의미를 찾아서’의 저자 빅터 프랭클 


내가 삶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 중 하나는 공무원 시험 포기하고 나서 그 직후에 허무함을 느꼈던 때입니다. 당시 3년간 매일 공부했던 것이 더 이상 필요가 없다고 느껴졌지요. 내 힘들었던 노력이 아무런 의미도 없을 수도 있단 사실은 나를 정말 힘들게 했습니다.


그런데 조금씩 깨달았습니다. 그 당시 배웠던 것들이 은근히 내 삶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요. 비록 공무원 시험에는 떨어졌지만 공부할 때 배웠던 것들은 내게 지속적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사회 과목을 통하여 자본주의와 민주주주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고 ‘국사’를 통하여 지금 현 시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어를 통하여 외국인과 최소한의 대화라도 할 수 있게 되었고, 행정법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법체계를 대략이라도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긍정적인 사실들을 까먹고 있을 때도 많지만 그 인내했던 시간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을 하면 또 쉽게 그 시간의 필요성도 찾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한때 나에게 공황장애가 찾아온 것을 증오했습니다. 그냥 고통뿐인 이 병이 왜 하필 내게 찾아왔을까? 원망도 많이 했지요. 그런데 내 인생 전체를 되돌아보니 의외로 이 병이 내게 준 것도 많았습니다. 가령 나는 어릴 때부터 수학을 몹시 좋아하여 원래는 이과 쪽으로 갔을 건데, 내 병 때문에 심리학에 급 관심이 생겨서 문과로 진로를 바꾸었습니다. 덕분에 많은 책들을 읽게 되면서 세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병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니 저도 훨씬 덜 힘들어졌습니다.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시련은 그것의 의미를 알게 되는 순간 시련이기를  멈춘다.’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시련을 단지 고통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탐구하려고 한다면 자신의 시련이 더 이상 시련이 아니지 않을까요? 또한 모든 일에 다 의미가 있다는 것은 세상이 단지 우연성에 의해 전개되는 것이 아님을 아는 것이겠지요. 진화 생물학자 데이비스 슬론 윌슨은  “터무니없는 믿음도 현실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행동들로 자극하면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했는데 마찬가지로 우리들도 자신의 의지로써 삶의 질서 정연함, 삶이 분명한 목적과 방향을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우리는 삶의 우연성보다는 필연성을 더 신뢰할 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삶의 모든 순간이나 사실에서 의미를 찾는 ‘의미일기’를 쓰겠습니다.



예를 들어,  2015. 8. 23일 의미일기


1. 내가 느꼈던 이 불안, 이것이 없었다면 내가 어떻게 사람들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 이 불안이 내게 꼭 필요한 것이었음을 깨닫습니다.


2. 잉여스럽다 여겼던 1년 간의 사회복지사 생활, 일은 고되고 월급은 쥐꼬리였지만 생각해보면 그 시간 동안 대표님의 리더십을 배울 수 있었던 점, 내 글을 직접  피드백받을 수 있었던 점, 투쟁을 경험한 점,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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