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질러진 방을 정리하면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 사진첩이 있습니다.
저번 명절에 외가에 다녀왔다가 엄마가 저에게 준 것인데요.
엄마가 보면서 울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도 그럴 것이, 이제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우리 가족이기 때문에,
아마 옛날 생각도 나시고, 엄마의 두 아들도 지키지 못했다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습니다.
생각해보면, 어쩌다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났는지, 마치 교통사고 난 것처럼.
순식간에 벌어졌고 긴 시간이 흘러서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처럼 흘러왔던 것 같아요.
어린 시절이 이제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사진 첩을 펴봤는데요. 동생이 만들어놓은 가족 신문이 있더라구요.
엄마, 아빠, 저, 동생. 서로 껴안고 단란하게 찍은 사진 한 장이 있었습니다.
동생 사진이 꽤 많았습니다. 어린 시절의 동생 사진.
동생이 저보다 4살 어리니까, 저보다 훨씬 어린 사진들이 많았습니다.
동생이 사진 속에서는 활짝 웃고 있더라구요. 그게 무언가 가슴이 아팠습니다.
엄마랑 찍은 사진들도 가슴이 아팠어요.
요즘, 저는 가끔 내면 아이(inner child)를 만나러 가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과거에 제가 얼마나 두려워했고 얼마나 슬퍼했는지를 알 수 있었어요.
어린 시절의 저를 불러 토닥여주고 안아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이 상처는 잘 치유되지 않더라구요.
그리고 그 기억들이 현재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참 괴롭습니다.
과거로부터 도망가고 싶어도 도망갈 수 없고, 과거에 겪은 상처들과 트라우마들이 현재 내가 겪는 일을 그대로 재연해낼 때면.... 평생 그 상처와 그 내면의 아이를 안고가야한다는 생각에 한숨이 쉬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득.
오늘 ... 이 가족사진을 보다보니 밝게 웃고 있는 젊을 때의 엄마와, 어린 동생을 안아주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왜 사람은 과거로 돌아가지 못할까요. 지금의 저의 영혼을 가지고, 제 내면을 갖고 과거로 돌아가서 우리 엄마와 동생을 안아주고 싶습니다. 괜찮다고 다독여주고 싶더라구요. 그리고 눈물이 나더라구요. 왜냐하면 지금의 엄마와 동생의 얼굴을 떠올리니까 지금의 현실이 참 슬퍼서. 그리고 저도 예전 집을 보니까, 한번이라도, 단 하루라도 그 때로 돌아가서 살아보곤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문득... 자취방에서 혼자.. 좀 외로워졌고 슬펐습니다.
또 요즘은 계속 활동하고 있던 동아리도 옮길 생각이라 마음이 싱숭생숭해서요.
오랜만에 이렇게 마음이, 타들어가기도 하고 무언가 비어있는 것처럼 느껴지네요.
만약에 부모님이 이혼하시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저희 동생은 가족신문에 적혀져있는 꿈처럼, 과학자가 되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