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녤의 감정기록장
최근 브런치에 합격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썼다 지웠다, 또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탈진할 것만 같았다. 글쓰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이었나. 내 것을 계속 토해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느꼈는데, 무언가 계속 토해내야 될 것만 같았다. 정신적으로 지치는 일이었다.
내가 블로그에 글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글쓰기는 나의 감정 정리 외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더 큰 의미를 갖지도 더 작은 의미를 갖지도 않았다. 하루를 마칠 때 휘몰아치는 감정을 잠재우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글의 마지막 문장에 온점을 찍고 나면 하루의 사명을 다한 것처럼 뿌듯했다. 감정들은 하루 종일 몸속에서 빠져나가고 싶다고 발버둥 치며 불편을 호소했다. 그들은 글로만이 신원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 감정들은 차분해졌고 모든 것이 질서 정연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내 기분과 감정만 잘 정리되어 홀가분해진다면 그걸 되는 것이었다. 독자들은 읽든 말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실제로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많지 않았으므로, 슬픈 건가)
그러나,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은 달랐다. 읽는 사람들이 있다. 평소 블로그에 편하게 써서 올리던 글을 이번에 브런치에 처음 올렸다. 그런 글에 라이킷이 순식간에 10개나 찍혔다. 내 글이 대단하단 말이 아니고, 읽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들에게 매우 감사하지만, 누군가가 내 글을 읽는다는 것이 신기했다. 동시에 두려웠다. 이젠 누군가 날 평가할 수도 있단 생각에.
나는 그 두려움에 매이게 됐고, 편하게 글을 쓸 수 없었다. 문장의 수려함에 집착했고 사람들이 이 글을 어떻게 바라볼까를 고민했다. ‘나 자신’이 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또다시 예전처럼 타인에게 멋져 보이고 싶은 ‘외모’ 글쓰기(문장의 수려함에만 집착)를 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글은 ‘나’의 ‘내면’과 닮아있더라. 유독 남의 시선을 의식해 남에게 잘 보이려는 모습으로 살아왔던 나. 결국 글은 작가와 닮아있나. 분명 변한 줄 알았는데. 자책감이 들어 포기할까도 했지만 이미 난 글쓰기의 세계로 들어와 버렸다. 나 자신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의 세계로. 평생 글쓰기의 의무를 갖고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래도 다시 나로 돌아가면 된다. 이런 과정도 내게는 필요한 것이다. 남에게 멋있게 보이려는 글쓰기를 하면 끝내 나 자신을 잃게 될 것이다. 압박감과 두려움에 삼켜질 것이다. 그래서 글쓰기는 내게 투쟁과도 같다. 나를 잃지 않겠다는 투쟁. 그래서 절절하게 한 줄씩 ‘박박’ 써 내려간다.
도태되면 안 된다. 나 자신도 넓혀가야 한다. 글을 반복해서 쓰다 보면 스스로의 생각이 공회전을 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계속 같은 문장을 쓰고, 같은 단어를 쓰고 같은 글을 쓰는 느낌. 내 세계가 이렇게 작았었나를 알게 된다. 내 우주 안엔 나의 단어가 몇 개 없고, 나의 지식도 별로 없다. 가진 게 적다. 책도 많이 읽고, 글쓰기도 배워야 한다. 사람들과도 얘기를 많이 해야 한다. 내 우주를 넓혀가야 한다. 그 안에서 나만의 문장을 써야 한다.
이 순간에도 나의 우주는 팽창하고 있을 것이다.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하다. 밤하늘의 빛나는 별 같은 좋은 글로 보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