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1장 : 생명은 고귀하다는 거대한 착각

제 2부 : 가치의 기반 흔들기

by 헤시온

2부 소개 : 가치의 기반 흔들기

이번엔 2부에서 다룰 내용들에 대해서 미리 짚도록 하겠다.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우리가 믿던 가치들을 해체하기 전, 그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숨겨진 기반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생명, 이성, 사회라는 3요소가 역사를 따라가며 어떻게 탄생하였는지 쫓아가보면서, 이들의 본질에 대해서 고찰해보는 과정을 통해, 사회와 과학의 성역들에게 어깃장을 놓아보는 것이다.

먼저, 생명의 본질에 대해 고찰해볼 것이다. 흄의 사실-당위의 문제에서 이미 이 ‘성역’은 부정되고 있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근거, ‘생명은 정말 기적같은 존재인가’에 도전해볼 것이다.

두 번째로, 사회란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 또한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이며, 이성은 사회 내에서 인간이 고도의 지능으로 인해 발현한, 본성의 연장선상에 놓인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것이다.

세 번째로, 상징체계의 역할을 자세히 들여다볼 것이다. 사회는 무엇을 기반으로 진화하였으며, 상징체계는 어떻게 사회 유지에 기여했는지 알아볼 것이다.

2부의 중요한 역할을 우리가 사회적으로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여겼던 사실들에 대한 절대성을 깨뜨리는 것이다. 2부에서 주장하는 것들 또한 결국 하나의 해석이며,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믿어왔던 것들 또한 하나의 해석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주요 목표이며, 무엇이 더 당신에게 설득력 있었는지는 오로지 당신에게 달린 지점이다.


생명의 모순

우리가 믿고 있는 공리들 중, 가장 기저에 있는 것들 중 하나는 바로 ‘생명체는 존귀하다’이다. 이는 생명체가 기적같은 확률로 탄생했다는 과학적 사실에 기반하기까지 하므로, 우리 가치관 속의 성역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만약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우리가 믿던 공리의 논리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으며, 그마저도 생명이란 존재는 기적과 같은 확률을 통해 발생한 것이 아닌, 그저 인과관계에 의한 필연적인 결과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애초에 흄의 사실-당위에서 이 논리는 부정된다. ‘사실’로부터 우리는 ‘가치’를 도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하늘은 파랗다’는 사실이다. 이는 과학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며, 아무런 가치판단이 개입하지 않는다. ‘하늘을 지켜야 한다’는 당위다. 이는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무엇이 좋고 나쁜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파란 하늘을 지켜야 한다’는 자연적으로 ‘파란 하늘은 가치있다’는 가치판단을 전제로 한 것이다. ‘생명을 지켜야 한다’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흥미진진하지 않은, 지루한 이야기는 그다지 이해되지 않는가? 그럼 이번엔 생명 자체의 희소성을 부정해보자. 이를 위해 지구라는 행성에서 첫 생물이 탄생하던 순간으로 시간이동을 해보도록 하겠다. (여기서는 심해 열수구 화학진화 가설을 채택하였다.)


약 40억 년 전이다. 지구가 열이 제대로 받았는지, 화산들이 마구마구 폭발해대고 있다. 바닷속도 예외는 아니다. 바닷물은 온갖 무기물로 푹 고아낸 수프가 되어있는 상태이다. 그 중에서도 심해 깊은 곳, 해저 열수구의 황철석들이 촉매작용을 하며 간단한 유기체들이 축적되기 시작한다. 개중에는 세포 대사활동과 비슷한 유기체들도 있었을 것이며, 그렇게 수많은 유기물 중에서도 어느 한 순간 자기 자신을 복제하는 데에 성공한 유기체가 탄생했을 것이다. 그 유기체는 자신을 계속 복제해가며 다른 유기물들을 흡수했을 것이며,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우리가 ‘세포’라고 부르는 모양을 갖추었을 것이다. 다른 유기물들은 그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해저에 축적되어 또 다른 ‘생명의 기적’의 요람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단세포 생물들 중, 성장하지 못하거나 자가 복제가 미숙한 종들은 그대로 죽어 멸종했고, 가장 ‘생명체’다운 단세포들만이 억겁의 시간을 거쳐 수많은 진화의 역사들을 겪었을 것이다.

진화는 ‘적자 생존’이라는 어찌 보면 인과율의 연장선과 같은 알고리즘을 거친다. 후손을 남길 줄 알았기에 생물이 되었고,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개체들이 보통 도태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생명의 조건 2가지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자손을 남겨야 한다.

성장해야 한다.

즉, 생명이기에 위와 같은 방향성을 갖는 것이 아닌, 위와 같은 방향성을 가진 것이 생명이 된 것이다.

다양성의 함정

또한, 생명에 관해 우리가 가장 많이 듣는 주장 중 하나는 ‘종의 다양성’ 문제이다. 생명은 소중하고, 그렇기에 우리는 다양한 생물들이 멸종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어째서 인간을 자연과 분리하여 종의 다양성을 보호할 의무를 부여했는지는 차치하고, 애초에 ‘종의 다양성’은 이미 5차례에 걸쳐 크게 훼손된지 오래이다.


대멸종은 지구사에 있어서 여러 번 있어온 이벤트이다. 첫 번째 대멸종은 4억 5천만년 전, 오르도비스기-실루리아기 멸종이다. 원인모를 빙하기로 인해서 해양 생물의 85%가 멸종당했다. 이 때 포함된 해양생물에는 우리가 많이 들어본 삼엽충의 대부분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에 반해 2차 대멸종은 원인이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주로 무산소증을 의심한다. 3억 7천만년 전 일어난 이 사건은 한 순간의 멸종은 아니었으나, 생물종의 70%가 멸종되면서 생태계의 구성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앞선 대멸종들과는 차원이 다른 사건이 일어난다. 3차 대멸종은 페름기에 일어났다. 2억 5천만년 전, 시베리아 트랩 등에 의해서 지구 생물의 90%가 멸종당한, 일종의 포맷과 다름없는 사건이었다.

머지않아 일어난 4차 대멸종에선 2억 500만년 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말에 일어났으며, 생물종의 80%가 멸종하였고 이를 통해 공룡이 지배파충류로 올라가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카탄 반도의 운석은 사실 5번째 대멸종이다. 고작 6500만년 전 일어난 사건으로, 이로 인해 대부분의 공룡들을 포함한 전체 생물 종의 75% 이상이 멸종당했고, 포유류가 지배종으로 올라오게 되었다.


보다시피, 우리는 이미 멸종된 수많은 생명들 위에 서있다. 과연 티라노사우루스에게 신이 있어서 그가 자신의 소중한 도마뱀들이 더 이상 고귀하지 않기 때문에 운석을 유카탄 반도에 떨어뜨린걸까? 생명의 가치는 어디에 근원하는가? 생명은 우리가 생각하는 형태의 ‘천부적 가치’를 가지지 않는다. 생명은 인과율에 종속된 하나의 현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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