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3장 : 당신의 신전을 부술 망치를 드립니다

제 1부 : 신성한 방어막 해체

by 헤시온

우리는 우주와 자아라는 방어막을 부수었고, 이제 그 잔해 위에 서 있다. 그러한 당신에게 앞으로의 여행에 꼭 필요한 도구를 하나 들려주고자 한다. 그 도구는 ‘무지의 시선’이란 이름의 망치이다. 학계에서 ‘과학적 환원주의’ 정도로 부르기도 한다. 이 망치를 통해서, 우리는 앞으로 사회가 우리에게 학습시킨 상징 체계 기저에 깔린 순환 논리의 굴레에서 효과적으로 벗어나 휴머니즘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착시를 걷어낼 것이다. 생명의 소중함부터 희생의 숭고함까지, 하나씩 말이다.


무지의 시선

무지의 시선에 따르면, 본질적으로 카톨릭 교황과 불법 재배된 양귀비, 그리고 내가 어제 밟고 통곡을 하게 만든 장난감 블록을 같은 선상에 둔다. 이게 무슨 신성 모독인가! 카톨릭 신자들에게는 양해를 구하며, 이것은 카톨릭을 비하하기 위한 것이 전혀 아닌 오로지 예시를 극대화하기 위해 선택한 것임을 밝힌다. 자, 우리가 교황 앞에 서면 어떻게 될까? 아마 무신론자인 글쓴이마저 플랑크시간 만에 마음이 경건해지고 고개가 내려가며, 조심스레 단어를 선택해서 최대한 정중하게 인사를 드릴 것이다.

여기서 재밌는 상상을 해보자. 만약 지구의 문화에 대해서 정말 하나도 모르는 외계인이 와서 이 장면을 목격한다면 어떨까? 외계인의 눈에는 교황이 가지는 문화적 영향력, 숭고한 사회적 지위, 응축된 신성함 등이 모두 배제되어 버린다. 이것이 바로 ‘무지’에서 기원한 시선이다. 교황은 그저 이 무지의 시선에 의하면 70억 다른 인구와 다를 것이 없다. 빌 게이츠, 버락 오바마 모두 호모 사피엔스의 한 개체일 뿐이다.

더 나아가보자. 호모 사피엔스 또한 결국 여러 종류의 세포들로 이루어진 유기체의 한 종류일 뿐이다. 양귀비 또한 마찬가지다. 양귀비 또한, 엽록체 등의 조금 다른 세포들로 이루어진 유기체의 한 종류일 뿐이다. 교황과 양귀비 둘 다 결국에는 유기화합물의 집합이라는 점에서 다를 것이 없다.

여기서 멈추지 말고 한 발자국 더 내딛어보자. 교황은 결국 탄소와 칼슘, 인 등, 다양한 원자 7×10²⁷개가 뭉쳐 만들어진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이다. 장난감 블록 또한 결국 플라스틱 수지이고, 탄소와 수소 등의 원자들로 이루어진 뭉치이다. 즉, 교황과 양귀비 또한 장난감 블록과 본질적으로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어떤가, 이 망치가 무엇인지 감이 잡히는가? 사회에서 학습한 가치 체계에 대해 ‘무지’한 상태로 모든 현상과 물질을 과학적으로 해체해 버리는, 다소 극단적인 환원주의인 것이다.


이 시선이 어째서 중요할까? 이 방법론을 통해서 우리는 사회에서 우리에게 주입한 가치 체계를 우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사회화를 거친 존재이다. 대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숨을 쉬며 살아가는 인간이 공기의 존재를 눈치채기 매우 어렵듯, 우리는 우리가 자연스럽게 믿고 살아가는 가치와 상징, 규범들로 이루어진 이 체계를 우리의 의식에서 분리해내기 힘들다.

우리가 교황을 보면 고개가 숙여지고, 양귀비를 보면 경찰에 신고를 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보면 돕고 싶어진다. 이는 우리가 교황은 신성한 존재이고 양귀비는 불법적인 작물이며, 우리는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학습했기 때문이다. 말벌은 교황과 스님을 가리지 않고 침을 쏘며, 초식동물은 클로버든 양귀비든 신경쓰지 않고 뜯어먹는다. 굶어 죽어가는 북극곰에게 생선을 잡아다주는 바다사자는 없다. 모두 우리가 사회에서 학습한 내용이다.

우리는 가치 체계를 분석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이 무지의 시선을 통해서 우리 사고 과정을 가치 체계에서 분리해내고, 오로지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인 사실과 현상들로 분해하는 것이다. 우리가 갇혀있던 가치 체계라는 감옥에서 벗어나, 감옥 밖에서 가치 체계를 살펴보는 것이다.


소감이 어떠한가. 무지의 시선은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방어막 해체와는 다른 종류의 불쾌함을 전달한다. 우주의 유한함과 자아의 불완전함은 우리의 존재 자체에 대한 신성함을 제거하는 것에 가깝다면, 무지의 시선은 우리가 학습해 온 가치 체계의 절대성을 강제로 부정해버리는 것에 가깝다. 그 불쾌감을 절대로 잊지 말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주길 바란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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