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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커피를 팔고 싶었는데...

by 라내하

처음 카페를 계약하고 들어갔을 때,

나는 새로운 공간에서의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전원마을 단지 안에 있는 예쁜 카페.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좋았고,

가게를 예쁘게 꾸미면 분명 좋은 손님들이 찾아와

따뜻한 시간을 보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벽이 있었다.
바로 ‘텃세’라는 것이었다.


나는 내 돈을 주고 가게를 계약했고,

정당하게 장사를 하러 들어온 입장이었다.
하지만 내 존재가 마치 불청객이라도 된 것처럼,

처음부터 불편한 시선이 느껴졌다.



갈등의 시작은 매장 앞 주차장이었다.
그곳은 나만의 공간이 아니라,

원래 빌라 주민들과 함께 쓰는 곳이었다.


그래서 나는 장사하는 시간만큼이라도

주차를 양보해 주길 정중히 부탁했다.

큰 욕심을 부린 것도 아니었고,

서로 조금만 배려하면 될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냉담했다.


"여긴 원래 우리가 쓰던 자리예요."
"그럼 장사하려면 다른 데 알아보시지."


다같이 사용하는 공간이라면서,

정작 나는 그 ‘다같이’에 포함되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다.

처음엔 설마 했다.


하지만 작은 불편이 쌓여 갈등으로 번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주차뿐만이 아니라,

손님들이 오가는 것조차 못마땅해하는 듯한 분위기.
빌라 사람들은 날 불편해했고,

나 역시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내 가게에서 장사를 할 뿐인데,

왜 이곳에서 나를 환영하지 않는 걸까?



처음엔 화가 났다.


"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왔기에 이렇게 부정적일까?"
"왜 이렇게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지?"


매일 얼굴을 맞대고 사는 것도 아닌데,

조금의 이해조차 없는 모습이 답답했다.
이곳에서 오래 산 사람들에게 나는 외부인이었고,

낯선 존재였던 걸까?


어쩌면 그들에게 나는 그저

‘잠깐 왔다 갈 장사꾼’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지금은 내 지인이

대신 운영하면서 조율이 잘되었다고 한다.
갈등은 어느 정도 정리되었고,

더 이상 싸움이 일어나지는 않는다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익숙해지고 적당한 선을 찾게 된 것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신기하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쉽게 벽을 만들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타인을 바라볼까?
그게 정말 텃세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단순한 이기심이었을까?




이번 일을 통해 나는 하나를 배웠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 중엔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위축될 필요는 없다는 것.

나는 내 가게를 열었고,

나만의 방식으로 이곳을 꾸려나갔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결국 조율되었고, 해결되었다.


앞으로도 또 다른 갈등이 생길 수도 있지만,

나는 그때도 내 길을 갈 것이다.

이 카페는 내 공간이니까.
나는 여기서 내 온기를 채우고,

내 방식대로 사람들과 소통해 나갈 것이다.

텃세를 경험한 나는 이제,

더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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