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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면, 원이가 온다

하얀 털을 휘날리며 뛰어오는 아이

by 라내하

30평.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내 카페.
예쁘게 꾸민 공간이었고,

그 안에는 따뜻한 커피 향과 작은 이야기들이 흐르는 곳이었다.

하지만 본업이 바빠지면서 한 달 전부터 카페 운영에서 손을 뗐다.

다행히도 믿을 만한 지인이 내 대신 운영해주기로 했고,

나는 안심하고 맡겼다.

하지만 요즘, 카페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하나 있다.
하얀 복슬복슬한 털을 폴락이며 뛰어오던

골든두들 ‘원’이 나를 찾고 있다고.




원이는 매일 우리 카페를 경유지 삼아 멈추는 손님이었다.
전원단지 마을 안에 있는 작은 카페였기에,

주변 사람들과 강아지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나는 대형견 세 마리를 키우는 견주였고,

그래서인지 원이에게 애정이 갔다.


처음엔 그냥 귀여운 강아지라며 인사했을 뿐인데,

어느 순간부터 원이는 날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내가 매장을 열었는지, 오늘은 카페에 있는지—
하얀 곱슬거리는 털을 흔들며,

해맑은 눈빛으로 날 찾아와 확인하곤 했다.


만약 문이 닫혀 있다면?
원이 녀석은 나를 기다리지 않았다.
“아, 오늘은 없구나.”
그렇게 단번에 이해하고, 미련 없이 길을 떠났다.


하지만 문이 열려 있다면?
그건 원이에게 하나의 ‘일정’이었다.
당연히 들러야 하는 곳,

나와 인사를 나눠야 하는 곳.

그런 아이였다.



처음엔 원이의 견주님도 조금 당황하셨다고 했다.
매일 산책하다 보면 가끔 마주치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원이는 단순한 ‘마주침’ 이상의 애정을

나와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말이 있다.
“털을 뿜뿜 지닌 아이들은 누가 자기를 사랑해 주는지,

그리고 그 사랑이 가식인지 진짜인지 구별할 줄 안다.”

강아지는 가식적인 애정을 주는 사람에게는

그리 마음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진심을 담아주는 사람에게는,

그보다 더 큰 사랑을 돌려준다.
원이도 아마 나에게서 그런 감정을 느낀 걸까.
나는 별다른 걸 한 것도 없다.
그저 원이를 보고,

반갑다고 인사하고, 쓰다듬어 주었을 뿐인데.

이제는 내가 카페를 가지 않으니,

원이는 계속 날 찾는다고 한다.



지인이 전해주는 소식 속에서 원이는 문 앞을 살짝 기웃거리다,

내가 없다는 걸 확인하면 곧장 발걸음을 돌린다고.
마치 “오늘은 없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듯이.

그 말을 듣고 나니, 마음 한쪽이 뭉클해졌다.
보러 가고 싶다.
그 복슬복슬한 꼬부랑 털을 가진, 내 작은 친구를.




요즘은 바쁘다는 핑계로 가지 않고 있지만,

빠른 시일에 카페에 들러야겠다.
그때 원이가 날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꼬리를 마구 흔들면서 반겨줄까?
아니면 “왜 이제야 왔어?” 하고 삐진 듯 고개를 돌릴까?

어떤 반응이든, 나는 기쁘게 맞이할 거다.
왜냐하면 나도 원이가 너무 보고 싶으니까.

“곧 보자, 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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