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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랑을 너무 늦게 알았다

늦게 알아버린 사랑

by 라내하

결혼한 지 7년하고 몇 개월.
그동안 나는 늘 남편을 먼저 생각하며 살았다.
그가 더 편할 수 있도록, 그가 원하는 걸 맞춰주려고 애썼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보면, 나는 잘한 게 하나도 없었다.
아니, 어쩌면 노력만 했지, 제대로 해낸 건 없었던 것 같다.




결혼 생활이 길어질수록 나는 자주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과연 좋은 아내였을까?"

남편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항상 있었지만,
그 마음이 제대로 전해졌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때로는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냈고,
내 감정이 앞설 때는 그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변함없이 내 옆에 있었다.
내가 화를 내도, 토라져도, 때론 눈물을 보이며 투정을 부려도,
그는 조용히 나를 안아주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의 사랑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때때로 나는 속으로 불만을 가졌다.

"왜 남편은 표현이 이렇게 없을까?"
"왜 사랑한다고 먼저 말하지 않을까?"
"왜 드라마처럼 이벤트를 해주지 않을까?"


어쩌면 나는 드라마에서 보던 화려한 사랑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사랑한다는 말, 깜짝 선물, 특별한 이벤트…
그런 걸 바라진 않는다고 스스로 말하면서도,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그런 것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남편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과한 표현을 하지도, 큰 액션을 보이지도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언제나 내 옆에 있었다.
늘 같은 자리에서,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알았다.

그가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잘 자, 너무 늦게까지 일하지 마." 하고 말했던 것이
사랑의 표현이었음을.

퇴근길에 나를 위해 작은 간식을 사 오는 것이
사랑의 방식이었음을.

내가 힘든 날이면 조용히 내 곁에 앉아 있어 주는 것이
말보다 더 깊은 위로였음을.

그는 언제나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단지 내가 그것을 늦게 깨달았을 뿐이었다.




남편의 사랑은 요란하지 않았다.
크게 말하지 않았고, 드라마틱한 행동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늘 같은 방식으로 나를 대했다.

때로는 조용히, 때로는 묵묵히.
그것이 바로 그의 사랑이었다.

나는 그걸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는 여전히 내 옆에 있다.
그리고 지금도 변함없이,

같은 방식으로 나를 사랑하고 있다.

이제야 깨달은 사랑,
그 사랑을 이제부터라도 더 잘 받아들이고,
더 잘 표현하면서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한다.

"당신의 조용한 사랑을, 나는 이제야 온전히 이해해."

"그리고 나도, 같은 방식으로 당신을 사랑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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